'무안공항 재개항 연기·의대유치 실패' 서부권 민심 폭발…800조 광주 반도체 사업 '어쩌나'

11월 군공항 찬반 주민투표 '분수령'…"80%가 반대할 것" 무안군 주민들 격앙

800조 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광주 군공항 이전이라는 첫 관문에서부터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예정지인 무안군의 민심이 2년 가까이 폐쇄된 무안국제공항 문제와 국립 의과대학의 목포대 유치 실패 등이 맞물리면서 오는 11월로 거론되는 주민투표가 사업의 명운을 가를 최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28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현재 무안 민심의 뇌관 중 하나는 2년 가까이 멈춰선 무안국제공항이다. 국토교통부가 활주로 보수 문제로 2027년 말까지 공항을 폐쇄하겠다고 밝히자, 지역 사회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직무유기"라며 들끓고 있다.

▲11일 무안군청 앞에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추진위원회 등 참석자들이 무안국제공항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2026.09.11ⓒ국제공항활성화추진위원회

박일상 무안공항활성화추진위원장은 "국가 중요시설인 국제공항을 2년이나 폐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무안공항 정상화 없는 군 공항 이전 주민투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1만명으로 목표한 서명에서 5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국토부 항의 방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무안공항 재개항이 요원한 상황에서 '11월 주민투표'를 통보한 것은 끓어오른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무안 주민들의 반발 기저에는 "좋은 것은 모두 광주와 동부권이 가져가고, 기피 시설만 떠넘긴다"는 깊은 소외감과 박탈감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남광주통합시가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으로 순천대를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한 이후, 정부를 향한 서남권 민심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심사를 요구한 상태로, 목포대는 지난 3일 후보대학 선정·추천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22일 목포대학교 교수들과 학생들이 목포현충공원에서 평화광장까지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2026.09.22ⓒ국립목포대학교

반발은 거리 집회로도 이어졌다.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첫 심문이 열린 지난 22일 목포에서는 심사 과정 공개와 재심사를 촉구하는 차량 행진과 교수들의 가두행진, 시민 총궐기대회가 진행됐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두 대학의 평가 점수가 1.3점 차이에 불과한 만큼 세부 채점 근거와 의대 설립에 필요한 부지·교육시설·교원 확보 계획을 투명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안터미널 인근에서 만나 김모씨(50대)는 "뉴스에선 당초 목포에 의대가 생긴다더니만 대뜸 순천으로 가버렸다"면서 "의대를 도둑 맞은 것"이라고 분개했다.

다른 시민은 "중앙에서 의대 대신 부속병원이라도 주겠다는 뉴스를 봤다. 참 짠한 동네다"라며 "변변한 기업 하나 없어 젊은이들은 다 떠나고 번듯한 병원 찾기도 어려운데 중앙에서 뭘 주긴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문재 무안군 번영회장은 "통합시청 주청사는 광주가 됐고, 반도체 산단도 가져갔으며, 의대는 동부권으로 갔다"며 "우리한테 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 광주 군공항만 받으라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이 상태로 군공항 찬반 주민투표를 하면 80%는 반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젊은 층은 실질적인 혜택 부재를 지적한다.

무안읍에서 만난 20대 A씨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일자리가 제일 중요한데,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하나라도 무안에 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밝지 않은 전망을 내놨다.

청과상을 운영하는 B씨(60대)도 "남악에 도청이 들어와서 인구수를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이외 지역에서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일할 곳에 사람이 살게 된다. 그런 대책도 없이 광주가 수십 년간 이전하려 했던 나쁜 것을 왜 우리가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앞에서 김원이 국회의원과 강성휘 목포시장, 이형완 목포시의장, 박용식 의대유치특별위원장 등 10여명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26. 09. 05 ⓒ 목포대학교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현황을 공유하며 2028년 6월 무안 새 군공항을 착공해 2032년 12월 완공한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는 무안국가산단 105만 평 조성, 성동택지지구 개발, 무안공항을 '반도체 물류 허브'로 조성 등을 지원 사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 군공항이 무안으로 이전하려면 주민수용성이 관건이다.

무안군민 7만 7000여 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과반이 찬성해야 군공항 이전이 확정된다. 정부와 통합시가 무안공항 정상화와 실질적인 상생 발전 방안을 제시해 성난 무안 민심을 달래지 못한다면, 800조 반도체 프로젝트는 첫 삽도 뜨기 전에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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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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