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날 행사장을 찾아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던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노동계는 "폭력 연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비판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4일 서울 용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법 체포하고 폭력 연행한 용산경찰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12명은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피켓 시위와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용산역으로 이동하던 중 퇴거불응·업무방해 등 혐의로 체포됐다. 프리랜서 등 계약을 맺고 일하는 방송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것이 이들의 주 요구였다. 연행자들은 이날 오전 0시 전원 석방됐다.
단체는 연행자 중 한 명인 김남규 씨가 신분증 제시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이 과정에서 업어치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애초 김 씨는 동료와 함께 구급차에 실렸으나 구급차가 병원이 아닌 경찰서로 먼저 갔다고도 했다. 당사자인 김 씨는 회견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기자회견과 집회에 참여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체포가 법적 요건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종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집회시위인권침해감시단장은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날 한 "기자회견은 행사장 앞에서 두 번을 꺾어야 나오는 복도에서 열렸다"며 "업무방해 위험도 없었고 행사장에 피해도 끼치지 않았다. 퇴거불응죄도 중대하게 성립됐다고 할 수 없고, 인정돼도 선례상 벌금 50만 원 정도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최 단장은 또 "현행법 체포, 긴급 체포 요건도 성립하지 않는다. 참가자들의 사진이 찍혔고 CCTV 영상도 남아 있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를 거절한 것 또한 범죄 성립도, 체포 요건도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를 체포한 경찰에 대한 독직 폭행 등 혐의 고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드라마, 예능, 보도 등 모든 방송 분야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노동법 밖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 52시간을 넘어 60시간, 70시간 노동이 예사가 되는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 근절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근로기준법 적용"이라며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비정규직 운동단체인 엔딩크레딧의 권순택 활동가는 "방송업계는 비정규직 없이 돌아가지 않지만, 방송의 날 기념식엔 항상 비정규직의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초대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매년 기념식장 밖에서 싸워 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방송의 날 기념식에 전해진 이재명 대통령의 말 가운데 '동반자'가 눈에 띄었다. 어째서 그 안에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는 건지 묻고 싶다"며 정부와 방송업계에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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