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고 후보자를 재(再)제청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대법원은 이같은 이 대통령의 요청이 법령상 규정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노경필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겸임)은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 권한이 법에 있느냐'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잇단 질의에 "법령에는 규정돼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노 처장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법원조직법을 보면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구성한다'고 돼있다"며 "이미 손 후보자 제청으로 지난번 후보자추천위 절차는 다 종료된 것 아니냐"고 묻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법령에 관해 충분한 검토 중에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노 처장은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이 재차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당 추천위원회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는데, 그러다면 이번 추천위가 대법원장에게 (4인의) 후보자를 추천했고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했으니 해당 위원회는 없어졌지 않느냐"고 묻자 "추천할 당시 이미 해산됐다"고 했다.
노 처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에 따라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4인의 후보 가운데 손 후보자를 제외한 다른 이를 제청할 것인지, 아예 추천위를 새로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만 했으나, "법원조직법에는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할 때는 추천할 때마다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대법원은 헌정 사상 초유의 재제청 요구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노 처장의 답변으로 보면 '추천위 재구성' 쪽에 기운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노 처장은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사전협의 관행이라는 게 헌법 명문에 있느냐"고 묻자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이어 "손 후보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니다. 훌륭한 법관이라고 생각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대법원장께서 대법관 (후보자 임명) 제청을 대통령께 하면, 대통령은 그것을 기계적·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 국회에 임명동의 요청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노 처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줄로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반면 청와대 전성환 경청통합수석은 비슷한 취지의 질문에 "헌법에 따라서 서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귀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법관 임명제청 사태와 관련해 긴급현안질의를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통보서를 보냈다. 민주당은 전체회의를 열어 조 대법원장의 출석을 촉구할 예정이었으나, 조 대법원장이 이날 부친상을 당하면서 회의 자체가 연기됐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은 "금일 예정됐던 대법원 관련 현안질의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는 조 대법원장의 부친상으로 인해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며 "내일(9월 1일) 국회 개원식 후 4시 법사위 전체회의가 개최돼 예결소위 심사 안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조 대법원장은 외부 조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청와대 강훈식 비서실장과 국회 법사위 서 위원장, 김기표·김남희 의원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강 비서실장은 조문 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오시지 못해서 비서실장을 보낸 거란 말씀을 드렸고, 대법원장께서는 깊이 감사드리고 그 감사의 마음을 대통령께 꼭 전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예결위에서는 전날 발표된 이재명 정부 8.30 개각 조치와 관련한 보수 야권의 공세도 이어졌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서 주식회사 ○○셀이라는 회사에서 '코로나 신약치료제를 허락해달라'고 지인을 통해 청탁받아 식약처장에게 청탁한 사실에 대해 검찰 서부지검이 2024년 12월까지 수사한 사실이 있다"며 "관련자들은 상당 부분 다 기소는데 김승원 의원은 2024년 계엄·탄핵 직후 검찰이 슬며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 의원은 "기소유예 처분은 '혐의 내용은 인정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기소 안 한다' 이 얘기"라며 "법무부에 장관으로 오신다는 분이 검찰에 의해서 판단된 분이다. 이런 분을 법무부 장관으로 모셔도 되겠나"라고 공세를 폈다.
부동산 문제가 민감한 현안이 돼가는 가운데,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교체됐지만 감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리를 지키게 된 상황도 야당은 겨냥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세간에서 청와대 정책실을 '청와대 실험실'이라고 얘기한다. 정책을 막 던져놓고 나중에는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가 자빠지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정책을 추진해놓고 바쁘다고 나오지도 않았다. 국회를 이렇게 경시해도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도 "예산결산 심사 일정은 3주 전에 확정됐는데 1시간 전에 김 실장이 갑자기 예산 관련 긴급회의를 한다면서 나올 수 없다고 양해를 요청해왔다"며 "야당 간사의 요구를 소위 '개무시'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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