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지연' 막겠다고 반복된 갈등…전장연·민주당 '대타협'이 해소할 수 있을까

[현장] 무정차 통과 아닌 대화 택한 날,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위 풍경

24일 오전 9시 37분, 서울역 1호선 입구 1칸 당 휠체어 이용자 2명과 활동가들이 줄을 지어 섰다.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경찰이 휠체어가 틈새에 끼지 않도록 발판을 깔았다. 9시 40분 휠체어 이용자 20여 명이 승차를 마치자 지하철은 시청역을 향해 출발했다. 9시 42분 시청역에 도착하자 휠체어 이용자들은 순식간에 하차했다.

단 5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73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소요된 시간이다. 평소 같은 구간 출근길 승하차 시간에 비해 2~3분 길어졌다고 볼 수는 있지만, 교통 흐름에 치명적인 방해를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승하차 과정에서 탑승객과 휠체어 이용자 간 별다른 충돌도 없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24일 서울역 1호선에 승차하고 있다. ⓒ프레시안(박상혁)

지금껏 이 5분이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 18일 서울역에서 벌어진 제72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당시 1호선 하행선은 오전 8시 44분부터 10시 20분까지, 4호선 상행선은 8시 44분부터 10시 10분까지 서울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10일 제71차 시위에서도 1호선 상행선은 오전 8시 10분부터 10시 15분까지 서울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5분 지연을 막겠다고 휠체어 이용자를 넘어뜨린 적도 있다. 지난해 4월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벌어진 제62차 지하철 탑승 시위에서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 활동가들의 승차를 막아섰다. 충돌 과정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이 넘어졌다. 지하철 운행은 자연스레 5분을 훌쩍 넘겨 지연됐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2025년 4월 21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제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이던 중 이를 저지하던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와 충돌하며 열차 입구에 넘어져 있다.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 나서는 것은 전년 4월 8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연합뉴스

▲전장연 활동가들이 2025년 4월 21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제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이던 중 이를 저지하던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와 충돌하며 열차 입구에 넘어졌다.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 나서는 것은 전년 4월 8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연합뉴스

73차 시위가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된 데에는 '정치권의 달라진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보수 정치인들은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일 때마다 '시민의 발을 묶는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은 대화와 타협을 택했다. 시의회에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조례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민주당 서울시당은 당론 1·2호 조례안에 장애인 이동권 및 노동권 증진을 위한 내용을 담기로 했다. 소관 상임위에서 조례안을 심사한 뒤 다음달 11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의석 2/3 이상(80석)을 차지하고 있어, 오 시장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입안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달라진 태도는 달라진 결과로 이어졌다. 전장연은 73차 시위를 끝으로 지하철 탑승 시위를 마무리하겠다고 민주당과 약속했다. 다만 매주 수요일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버스 탑승 시위는 이어간다. 버스 탑승 시위의 경우 지하철처럼 연착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서울시에 저상버스 100% 도입을 요구하고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서울시의회 민주당과 전장연은 이날 73차 시위 종료 이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타협안을 발표했다. 민주당 이상훈 서울시의회 대표의원, 김영배 서울시당위원장, 서미화 최고위원 등 정치인과 전장연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향해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늘, 역사적인 대타협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언합니다."

▲24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의회 더불어민주당·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전장연은 결의문을 통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번 타협이 실제 장애인 권리보장 증진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이 통과를 약속한 조례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소관 상임위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또한 이동권·노동권 외에 전장연이 요구해 온 탈시설 보장은 당론 조례안에 담기지 않았다.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정부 예산이 보강될 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환영하면서도 "예산은 정책적 필요성과 사업의 타당성, 재정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이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경석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지속하기 위해 요구하는 최저 기준선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시민과 장애인 간 불필요한 갈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장애인 권리보장에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저희는 2021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다음에는 절대 타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어요.누가 여기에서 시민들과 부딪치면서 욕 먹으면서 그렇게 타고 싶겠습니까? 저희는 이번도 마찬가지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출근길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고 결단을 했고요.그 책임은 바로 정치와 행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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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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