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뙤악볕이 내리쬐던 7월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30일, 경기도 평택의 통복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장 주변에는 승합차 여러 대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열 명 남짓의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소속 인원들, 반빈곤연대활동(빈활)에 참여한 50명이 넘는 젊은 학생과 활동가들은 이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이동설 통복철거민대책위원장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해가지고 삼삼오오 모여 저녁식사를 마친 후 시작된 전철연 활동가들의 철거민으로서의 경험담을 나누는 간담회 이후, 빈활 참가자들은 10분 남짓 되는 짧은 시간이나마 이 위원장의 목소리를 전화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낮에는 크레인의 철판 때문에 뜨겁고, 밤에는 매우 추워서 이불을 덮어야 한다고 한 그는 참가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완전히 무일푼으로 쫓겨나서 이렇게 투쟁을 하는 상황입니다. 현장에 와서 우리 학생분들이 직접 목격하시고, 접해 보시고, 현실로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투쟁 끝에 선택한 고공농성
이튿날, 타워크레인이 위치한 통복2지구 공사 현장에서 이동설 통복철거민대책위원장과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목소리는 밀폐된 공간에 있었던 탓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 투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만큼은 강하게 느껴졌다.
지난 7월 27일, 이 위원장은 평택 통복동에 위치한 49층 높이의 주상복합단지 '더 플래티넘 스카이헤론' 공사 현장의 35층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 공사 현장은 이 위원장이 15년 동안 운영하던 자동차 정비소가 있던 자리로, 그가 지난 4년 동안 농성을 하던 곳이기도 하다.
이 위원장은 평택시청과 시행사가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고공농성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이들이 강제집행으로 벌어진 철거민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2021년 건물주로부터 퇴거를 요청받은 이후 진행된 명도소송 도중, 시행사인 케이프 홀딩스가 이 건물을 매입했다. 이후 이 위원장이 영업손실 보상을 요구했고, 평택시와 시행사, 그리고 이 위원장의 합의하에 감정사를 선정해서 감정평가를 진행했음에도 시행사는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시 당국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명도소송과 감정평가가 진행되던 당시 시행사 측을 만난 자리에서 시행사가 이미 토지주에게 영업손실 보상과 이주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이 위원장에게 보상을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주 자금이 없어서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그의 자동차 정비소는 2023년 명도소송이 끝나고 몇 개월 뒤에 철거되었다.
"아주 완전히 다 뜯어갔어요. 한 200명이 와서 기계 장비를 들여와가지고 화물차에 다 실으면서요. 뒤에서는 포크레인으로 건물을 부수고 들어오고."
4년 간의 투쟁 끝에 이 위원장이 고공농성에 돌입하고 하루가 지난 7월 28일 중부일보는 시행사 케이프홀딩스 측이 그가 아무런 근거 없이 11억 8천만 원을 요구하며 건물을 무단 점거해 2023년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강제 집행했다는 입장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11억 8천만 원을 요구한 것이 자신이 아닌 '브로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기사는 시행사가 도의상 이 위원장에게 이사비 1억 원을 제시하며 합의하려고 했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이를 '명백한 거짓말'이며 실제로는 시행사가 2022년 말 이사비로 5천만 원을 제시했다고 했다.
반복되는 철거민 투쟁
현장에서 함께 연대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남경남 전철연 의장은 30일 열린 시행사와의 교섭에서도 성과를 보지 못했다며 운을 뗐다. 이 위원장의 고공농성에 대한 경찰 당국의 압력도 시작되었다고 말했는데, 경찰 입회 하에 하루 두 번 식사를 올려보내고 있지만 경찰이 토요일과 일요일은 입회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부일보의 보도에서 시행사가 언급한 11억 8천만 원이 이 위원장이 아닌 브로커의 요구라는 것에 힘을 실었다. 그는 많은 개발지역에서 브로커들이 활동하는데, 이 위원장에게도 브로커가 접촉했지만 이후 "함흥차사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히 남 의장은 "평택시와 시행사가 상인들을 모아 놓고 영업권 보상을 위해 감정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말한 뒤 이를 실제로 행했고, 평가 금액에 대한 소문도 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평택시와 시행사가 주민들에게 제시한 금액보다 감정평가 금액이 훨씬 더 높았기 때문에 결과를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추측했다.
남 의장은 이곳에서 철거민 투쟁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며 본인이 직접 참여했던 용산참사 당시의 희생을 통해 권리금 제도 논의를 본격화하고 2015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이끌어낸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통복2지구에서의 투쟁이 감정평가 결과 공개와 세입자의 영업손실 보상을 이끌어낸다면, 노동자들과 젊은 세대들도 이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거민을 위한 연대
31일 오후 1시, 반빈곤연대활동 공동기획단(빈곤사회연대, 동자동사랑방,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철거민연합, 홈리스행동) 주관으로 '강제퇴거 OUT! 쫓겨나는 사람들의 연대문화제'가 평택시청 앞 도로에서 열렸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이동설 위원장을 포함한 주거, 상업시설 철거민과 쪽방촌 주민, 그리고 홈리스와 연대하기 위해 개최된 이 문화제는 빈활 참가자들의 춤, 노래, 연극 등의 공연과 참가 단체 소속 활동가들의 발언으로 채워졌다.
빈활 학생기획단 소속 장서윤 활동가는 자본의 막대한 힘이 개개인의 삶을 지우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그는 이번 고공농성 연대 활동을 하며 같이 연대하기 위해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연결되어 있음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온라인 안에서는 되게 납작하게 표현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 관계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부터 저는 연대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에 와서 어떤 일이 있는지 당사자들에게 직접 듣고,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그리고 이것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오 동자동사랑방 마을 교육 홍보요원은 이날 발언에서 평택시청에 철거민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개발할 땅이 필요하고 지어야 할 건물이 생기면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주 정확하게 찾아내지만 두 눈에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담기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거리에서도 누구도 쫓겨나지 않아야 하기에, 홀로 버티는 삶을 넘어 서로의 삶을 보고, 서로의 편이 되겠다고 말하며 연대의 의지를 다졌다.
이날 문화제가 끝나고 빈활 학생 참가자 10명이 평택시에 통복2지구 철거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철거민들의 투쟁은 노동자들의 투쟁입니다." 남경남 전철연 의장이 말했다. "왜냐하면 주거를 가진 사람들은 이걸 투기로 바라보지만,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는 내일의 노동을 위해서 편히 쉬고 충전하는 공간이거든요. 내일의 노동을 위해서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이동설 위원장 또한 이 연대가 억울한 철거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싸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며, 평택시와 시행사에게도 이를 알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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