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수도권 전력 집중과 지역의 송전 갈등을 심화시키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만금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여건이 우수한 지역으로 산업단지를 이전하거나 대체 입지를 검토하는 방안에도 동의하며 정부를 상대로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지사는 4일 전북도청을 방문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전국행동에 따르면 이 지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에 관련 기구 설치를 요구하고, 가칭 ‘송전망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지사협의회’ 구성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지사는 최종 송전선로 노선이 결정된 이후에도 한국전력과 주민 간 협의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한 행정·정치적 수단을 동원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대책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송전탑 갈등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에도 뜻을 같이 했다고 전국행동은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전남 해남 신해남변전소를 출발한 전국 대행진단은 고창과 정읍, 부안을 거쳐 이날 전북도청에 도착했다.
전국행동은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앞세운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수도권에 전력과 산업을 집중하기 위해 지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자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말하면서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라는 수도권 초집중 계획은 그대로 둔 채 비수도권에 더 큰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광주·전남에 추진되는 800조 원 규모의 메모리 팹 4기 구축 계획은 양립하기 어렵다"며 "전북도 새만금 현대차 9조 원 투자를 비롯해 이차전지 기업들의 입주가 이어지면서 막대한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북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는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전기가 아니라 새만금 RE100 산업단지와 지역 산업에 직접 공급하는 ‘자급 전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행동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전북지역 태양광발전의 출력제한 등 계통 제약 문제는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 시급한 것은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 확대가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는 분산에너지망과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행동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도 "전력 수요와 국가전력망 계획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주민과 전문가, 기업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5극 3특’ 지역균형발전과 에너지 지산지소 공약에 맞춰 국가전력망 정책의 판을 다시 짜야 한다"며 "국가전력망과 첨단산업 정책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즉시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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