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 무장해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혀 평화안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무장해제가 이스라엘군 철수와 직접 연계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부정적 태도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늘 평화위원회가 하마스 및 다른 모든 가자지구 무장단체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위한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합의는 가자지구는 마침내 평화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할 새 팔레스타인 정부 통치를 받게 되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이며 "가자지구가 더 이상 테러 공격 거점으로 사용되지 않게 됨에 따라 이스라엘은 마땅히 누려야 할 안보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평화위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가자지구 종전안에 따라 출범한 기구로 하마스가 권력을 내려 놓은 뒤 가자지구를 통치할 새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정부를 감시·감독하는 역할 및 가자지구 재개발 계획을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가자지구 평화안을 뜻하는 "트럼프 20개항 계획" 이행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무장해제가 완료되면 이스라엘군은 철수할 것이고 국제안정화군이 새 팔레스타인 경찰과 협력해 가자지구가 주민들과 주변국에 안전한 곳이 되도록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평화위는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위한 "상세한 로드맵" 동의했다고 밝혔다. 평화위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성명에서 "하마스가 모든 무기를 포기하는 실행 가능한 계획에 대한 공식적 약속을 한 건 처음"이라며 이는 "역사적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평화안에서 하마스 무장해제는 이스라엘 철군의 필수 조건이자 가자지구 정권 이양을 위한 중요한 단계지만, 하마스의 거부로 이행이 가장 까다로운 항목으로 꼽혔다. 만일 실현된다면 가자지구 종전 및 재건 계획이 큰 산을 넘게 된다.
하마스가 이 계획에 동의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완전한 무장해제를 골자로 한 평화위원회 계획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협상에 참여한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방송에 "길고 극도로 어려웠던" 합의에서 하마스가 무기를 이스라엘에 넘기지 않고 팔레스타인 감독 아래 "목록화하고 보관한다"는 문구를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도 하마스 관계자를 인용해 하마스가 "긍정적이고 좋은" 답변을 내놓을 거라고 전했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완전한 무장해제 합의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하마스와 가까운 소식통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중화기를 이스라엘에 넘기지 않고 팔레스타인 기구 관리 아래 "보관 및 저장"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하마스는 이달 초 휴전 협정에 따라 가자지구 권력을 내려 놓고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과도정부 '가자지구 국가행정위원회(NCAG)'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AP> 통신,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등을 보면 익명을 조건으로 취재진에 이번 합의 내용을 설명한 미국 및 평화위원회 관계자들은 우선 가자지구 경찰이 가자지구 기술관료 행정부에 2주 안에 무기를 넘길 거라고 밝혔다. 다만 하마스 전투원 대다수는 가자지구 경찰에 포함돼 있지 있다. 중화기 인계 및 하마스 땅굴(터널) 해체는 추후에 이뤄지고 200~35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자들은 하마스와 다른 가자지구 무장단체의 무장해제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진 못했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14일 내 무기 목록 작성 일정이 마련돼야 하고 중화기, 땅굴, 군사 생산 기지는 가자지구 통치권을 넘겨 받을 가자국가위 및 국제 감시기구 감독 아래 해체 및 보관된다. 어떤 무기도 이스라엘이나 비팔레스타인 세력에 이전되지 않는다.
미 당국자 "하마스, 인질 인계하고 무장해제도 동의…이스라엘도 약속 지켜야"
향후 진전은 이스라엘 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 합의를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를 보면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 발표 전 이스라엘이 해당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모든 무기 제거와 가자지구의 완전한 비무장화를 포함한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 해제를 요구한다"며 "해당 15개항 문서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스라엘은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미국 쪽은 이스라엘이 이를 반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거라고 압박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미 고위 당국자는 취재진에 "우리는 이스라엘이 당초 합의한 20개항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이스라엘이 이를 준수할 것을 확신한다. 만일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우리가 인질을 석방하는 협상에 도달할 거라고 믿지 않았다. 주검을 수습할 거라고도 믿지 않았다. 하마스가 무장해제 할 거라는 데도 매우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하마스는 실제로 합의했고 주검과 인질을 되돌려 보냈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스라엘 또한 약속을 지키도록 하고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평화안에 따르면 하마스 비무장화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군과 직접 연계돼 있어 이스라엘의 참여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평화위원회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취재진에 보낸 성명에서 "모든 과정이 신뢰가 아닌 상호성에 기반한다"며 "한쪽이 약속을 이행해야 상대방이 다음 약속을 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무장해제에 응분하는 대가를 내놓지 않으면 더 이상 과정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마스 협상단 일원인 가지 하마드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 점령군이 합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하마스도 가자지구 평화협정의 어떤 단계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알자지라를 보면 미 샌프란시스코대 중동연구 프로그램 책임자 스티븐 주네스 교수는 "이스라엘은 이 합의 조건에 원론적으론 동의할 수 있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압박하지 않을 거라는 점, 혹은 미국이 갑자기 이스라엘의 재해석을 수용하거나 심지어 과거에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팔레스타인 쪽을 비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합의를 재해석하거나 심지어 위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합의를 지킬 것인지, 미국은 이를 강제할 것인지가 이 합의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휴전 초기 주둔선으로 돌아갈지 주목
일단 이스라엘이 휴전 초기 주둔선으로 돌아갈지 지켜봐야 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휴전 당시 가자지구 약 절반을 차지하는 '황색선'까지만 물러났는데 지난 5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마저도 위반하고 군에 가자지구 약 70%를 장악하도록 지시하며 야금야금 주둔지를 넓혀 갔다. 평화위 관계자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기를 인계하기 시작할 때까지 원래의 '황색선' 너머로 철수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휴전 뒤에도 이스라엘은 거의 매일 가자지구를 폭격해 왔다. 30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 공격으로 6명이 죽고 34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휴전 뒤 숨진 사람만 1214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총 사망자 수는 7만3341명이다.
개인 무기나 경화기 처리 등 결정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은 데다 모든 무장조직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이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알자지라를 보면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무장조직 이슬라믹 지하드 관계자는 무장해제와 향후 진전에 대해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는 보도들은 대체로 부정확하며 확정해야 할 세부 사항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중화기나 땅굴 해체까지 갈 길이 먼 가운데 어느 한 지점에서 합의가 깨질 위험이 존재하고 가자지구 평화안 자체에 이스라엘 철군 계획이 애매하게 제시돼 있어 이행 과정에서 서로 다른 해석으로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큰 점도 불안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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