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5극 3체제에서 소외된 전북…‘독자 생존’의 늪을 건너는 지혜로운 방법

최근 대한민국 국토 균형 발전과 광역 단위의 거대 행정구역 개편'의 메가트렌드로 떠오른 ‘5극 3체제’(수도권·충청권·부산울산경남권·대구경북권·광주전남권의 5대 메가시티와 강원·제주·전북의 3대 특별자치도 체제) 속에서 전북자치도의 고립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특별자치도’라는 독자적인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냉혹한 현실 속에서 전북은 거대 초광역 경제권인 5극 체제에 끼지 못하고 주변부로 밀려난 ‘독자 생존의 감옥’에 갇힌 형국이다.

인구는 매년 급감하고 있으며 인접한 광주·전남과의 협력 체제는 느슨하고 대수도권이나 충청권의 빨대 효과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이제 전북은 명분만 화려한 ‘특별 자치’의 고립된 성벽을 허물고 생존을 위한 냉정한 패러다임 전환을 단행해야 할 시점에 직면했다.

‘무늬만 특별한’ 독자 노선의 함정…고립을 자초한 전북의 현실

전북이 5극 체제에서 소외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독자적 행정구역 출범 과정의 안일함에 있다. 광주·전남과의 ‘호남권’ 연대에서 소외감을 느낀 전북은 ‘전북 독자권’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마침내 특별자치도 지위를 얻어냈다.

그러나 독자적인 메가시티 경제권을 형성할 만한 인구 규모(170만 명 붕괴)와 산업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선택은 스스로를 거대한 경제 블록화 흐름에서 격리하는 자충수가 되었다.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부울경과 대구·경북, 충청권이 수백만 명의 인구와 거대 산업 벨트를 무기로 중앙정부의 대규모 예산과 글로벌 기업 투자를 싹쓸이하는 동안, 전북은 ‘독자 생존’이라는 명분 아래 각개전투를 벌여야 했다.

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며 수많은 특례를 부여받았다고는 하지만, 기업과 인재를 유인할 실질적인 ‘경제적 파이’ 자체가 작다 보니 특례들은 서류상의 권한에 그치고 있다.

인접한 충청권 메가시티가 세종·대전·청주를 잇는 첨단 산업벨트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전북 북부 지역(군산·익산)의 인구와 인프라를 흡수하는 ‘북방 빨대 현상’ 역시 심각하다.

남쪽으로는 광주·전남 중심의 남해안 벨트에서 소외되고, 북쪽으로는 충청권에 잠식당하는 샌드위치 신세, 이것이 지금 전북이 마주한 가혹한 청사진이다.

새만금 신화의 환상…‘점(點)의 성장’에서 ‘선(線)의 연대’로

지난 수십 년간 전북 정치권과 행정의 모든 시선은 ‘새만금’이라는 단 하나의 허상에 매몰되어 있었다. 새만금이 전북의 미래를 바꿀 구원투수인 양 모든 예산과 정치적 역량을 쏟아부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예산 삭감 파동과 지지부진한 개발 속도는 전북 도민에게 깊은 무력감만 안겼다.

설령 새만금이 완공된다 한들 내부 인프라와 배후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저 서해안 한구석에 고립된 ‘외로운 점(點)’에 불과할 뿐이다.

전북이 5극 3체제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만금이라는 특정 거점에만 올인하는 구조를 탈피하는 것이다.

이제는 거점 중심의 ‘점의 전략’에서 벗어나, 인접 메가시티와의 인프라를 잇는 ‘선의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충청권 메가시티와의 적극적인 산업적 단절을 극복하고, 전북의 자동차·조선 인프라를 충청의 반도체·바이오 및 수도권 공급망과 초광역 단위로 연계해야 한다.

또한 호남권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달빛철도 개통을 계기로 대구·경북권(동서축 연계)과의 교통 및 물류망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새만금 신공항과 신항만을 전북만의 자산이 아닌, 충청권과 남부권 전체가 이용하는 ‘중부·남부권 공동 관문’으로 포지셔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로컬리즘’에 기반한 실리적 특화 산업과 연합형 거버넌스 구축

전북이 체급의 한계를 극복하고 5극 체제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려면, 백화점식 산업 육성을 포기하고 전북만이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실리적 로컬리즘(Localism)’에 집중해야 한다. 전주·완주의 수소 산업 인프라, 익산의 식품 클러스터, 군산의 재생에너지 기반 등 기존에 다져놓은 특화 자산을 타 메가시티가 탐낼 만한 국가 대표급 플랫폼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예컨대 충청권의 제조 대기업들이 탄소 배출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북의 재생에너지와 수소 인프라를 찾을 수밖에 없도록, 제도적·환경적 유인책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큰 덩치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그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핵심 부품’ 같은 자치도가 되어야 한다.

▲권의종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동시에 행정구역의 벽을 넘나드는 ‘연합형 거버넌스’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무늬만 특별자치도일 뿐 재정자립도가 최하위권인 현실을 인정하고, 광주·전남과의 ‘호남권 경제동맹’을 실리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감정적 앙금을 버리고, 광역교통망 연계, 공동 관광 상품 개발, 대학 간 학점 교류 및 연합 대학 체제 구축 등 당장 실행 가능한 영역부터 초광역 협력을 체결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충청권 서해안 벨트와의 행정협의회를 구성해 정책적 연대를 넓혀야 한다. 충청과 전남, 경북을 잇는 가교로서의 전북은 5극 체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홀로서기라는 오만을 버리고 영리한 연결주의자로 거듭나는 것, 그것만이 전북이 소멸의 카운트다운을 멈추는 유일한 열쇠다. <권의종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현장전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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