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로 향했다. 출국에 앞서 대통령은 SNS에 NATO 사무총장이 한국 방위산업 기반을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쌓아온 역량이 세계가 인정하는 경쟁력이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 방산의 성취는 자랑할 만하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더 책임 있게 기여해야 한다는 방향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말이 과연 방산에 대한 찬사였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조선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못 박고, 한국 정부가 평화공존을 말해야 하는 시점이다. 분단국가의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자부심 이전에 전략이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NATO로 향하는 날,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가 선정됐다. 최대 60조 원대로 거론된 대형 사업이었다. 한화오션은 탈락했다. 한국 방산에는 아쉬운 결과다. 그러나 이 소식은 단순한 수주 실패가 아니다. "NATO 방산 병목은 곧 한국 방산의 기회"라는 통념이 얼마나 단순한 사고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번 NATO 참석을 설명하는 중요한 명분 가운데 하나도 방산 세일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NATO가 군수 생산능력의 한계에 부딪혔고, 빠른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지닌 한국 방산에는 기회가 생겼다는 논리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NATO의 병목이 곧바로 한국에 열린 시장이라는 뜻은 아니다. 방산은 문화상품이 아니다. K-pop이나 K-드라마처럼 한국의 매력을 확산하는 산업과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없다. 방산은 산업인 동시에 국가전략이다.
물론 폴란드 사례를 말할 수 있다. 폴란드는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FA-50을 대량 구매했다. K-방산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그러나 그 성공은 동시에 한계도 보여준다. 폴란드가 한국 무기를 택한 분야는 지상장비와 탄약처럼 유럽 내부 기반이 물량과 납기를 즉각 맞추지 못한 영역이었다. 한국 방산은 그 병목을 뚫었다.
반대로 잠수함, 방공, 미사일, 장기 정비체계처럼 전략성이 큰 분야로 갈수록 NATO는 가능한 한 내부 산업생태계로 끌어당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바로 그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화오션은 장보고-III(KSS-III)급을 앞세워 2032년 첫 인도, 2035년까지 4척, 이후 매년 1척씩 건조해 12척 전량을 2043년까지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우리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은 괌과 하와이를 거쳐 약 1만4천 킬로미터를 항해해 캐나다 에스콰이몰트 기지에 입항했다. 실전 배치된 잠수함으로 장거리 운용능력을 직접 보여준 셈이다. 밥콕 캐나다와의 정비 협력, 현대차의 수소 생태계 패키지까지 더했다.
그럼에도 캐나다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도입하는 212CD급 잠수함을 택했다. 아직 실전 배치된 잠수함이 아니라, NATO 내부 협력 사업에 캐나다가 세 번째 참여국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자국 건조 순번을 조정하며 캐나다에 우선 인도를 약속했다. 캐나다 국내총생산에 860억 캐나다달러를 더한다는 산업 패키지, 현지 정비, 어뢰 생산도 함께 묶었다. 캐나다가 산 것은 잠수함만이 아니었다. NATO 내부 산업생태계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이 대목에서 질문이 생긴다. 대통령이 NATO 정상회의에 방산 세일즈를 하러 간다는 말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무기를 팔러 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NATO는 한국을 단순한 방산 공급자로만 보지 않는다. 한국을 인도·태평양 안보망의 일부로 바라본다. 한국이 NATO에 가까워질수록 NATO 역시 한국을 자신의 전략 속으로 더 깊게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K-방산은 단순한 무기 수출로 끝나지 않는다. NATO 규격, 정비체계, 탄약 호환성, 공동생산, 현지 생산으로 연결된다. 함께 작전하기 위한 지휘통신체계, 데이터 연동, 연합훈련, 표준 인증 문제로도 이어진다. 경제적으로는 공급망 편입이지만, 전략적으로는 안보망 편입이다.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우리는 수출을 기대하지만 상대는 역할을 기대한다. 우리는 계약을 보지만 상대는 전략을 본다. 우리는 시장을 말하지만 상대는 안보 구조를 말한다.
물론 현실의 딜레마가 있다. 한국 방산은 내수만으로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생산라인을 유지하기 어렵다. 수출 없는 자주국방은 가능하지 않다. 중견국 간 방산협력도 미국 의존을 줄이는 위험 분산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방산외교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수출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독자 생태계를 키우는가. 아니면 거대 안보망의 하청 공급망으로 편입되는가. 협력이 한국의 선택지를 넓히는가. 아니면 새로운 연루 비용을 만드는가. 핵심은 무기의 성능만이 아니다. 한국이 군수 공급망의 주체가 되는가, 아니면 하청 생산기지가 되는가이다.
대통령 외교도 마찬가지다. 방산은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방산이 대통령 외교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방산은 외교전략을 지원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외교가 방산 수출을 위한 세일즈 무대가 되는 순간, 국가전략의 위계는 뒤집힌다.
분단국가인 한국은 K-방산을 평화공존 전략과 분리된 성장산업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방산과 안보망의 통합으로 한국이 대중·대러 억제망에 구조적으로 엮이는 순간, 조중·조러 구도를 관리할 여지는 좁아진다. 우리가 넓혀야 할 것은 주권적 평화공존의 공간이다. 방산 계약서의 뒷면에서 그 공간이 소리 없이 깎여나갈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중·러의 보상을 기대하는 절제가 아니다. 특정 구조에 완전히 갇히지 않기 위해 우리의 운신 폭을 지키는 절제다. 분단국가의 대통령에게 필요한 언어도 바로 여기에 있어야 한다. 방산의 성취를 자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방산이 한국을 어떤 전략 구조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지 물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NATO 참석 성과는 수출 상담 건수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한국 방산이 실제로 어떤 계약을 따냈는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계약이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넓히는가. 아니면 NATO 안보망에 한국을 더 깊이 묶는가. 이 질문을 빼고 방산외교를 성과로 말할 수는 없다.
방산 찬사는 쉽다. 전략 판단은 어렵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쉬운 자부심이 아니라 어려운 판단이다. 방산은 산업이다. 그러나 방산외교는 전략이다. 무기는 팔 수 있다. 그러나 전략까지 팔아서는 안 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