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BK 약탈 방지법'은 가능할까?

[MBK, 홈플러스를 사냥하다] ④ 홈플러스 사태 재발 방지가 가능하려면?

노동은 '사회 안보'(Social Security)의 문제다. 우리는 IMF 구조조정 사태를 거친 후 '대량 해고'가 어떻게 사회를 망가뜨리는지 지켜본 경험이 있다.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이 가속화되면서 어느새 '사모펀드'는 우리 삶의 주변에 익숙하게 다가와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논쟁은 자본 시장과 노동 시장에서 여전히 뜨겁게 진행 중이다. 한편에서는 사모펀드가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메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경영 효율화와 체질 개선, 그리고 새로운 자금 조달로 자본 시장에서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도 존재한다. 단기 수익 지상주의로 구조조정을 일삼고 기업을 망가뜨리며 결과적으로 경제 주체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지금 MBK의 홈플러스 인수 및 파산 논란은 사모펀드의 '약탈적 경영'의 교과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특히 수익 추구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대거 해고될 위기에 처한 상황은 '사회 안보'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MBK의 '홈플러스 사냥'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MBK, 홈플러스를 사냥하다] ① '흡혈귀 경영' MBK는 어떻게 홈플러스를 망가뜨렸나?

[MBK, 홈플러스를 사냥하다] ②10만명 '목줄' 쥔 MBK, 약먹고 버티는 직원들…홈플러스 사태는 '사회적 재난'이다

[MBK, 홈플러스를 사냥하다] ③"'홈플 사태', 유암코가 나서달라…상품만 들어오면 바로 살아날 수 있다"

"토이저러스의 모든 직원은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베인 캐피털은 4억 7500만 달러의 이익을 챙겨 떠났다."

2018년 블룸버그 통신은 사모펀드에 인수된 토이저러스의 대량 해고 사태를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 2005년 KKR, 베인 캐피털, 보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로 구성된 사모펀트 컨소시엄은 토이저러스를 차입인수(LBO·레버리지드 바이아웃) 방식으로 66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대금 중 53억 달러는 회사 자산을 담보로 한 부채로 충당했다.

토이저러스는 사업 투자와 브랜드 관리 대신 매년 약 4억 달러를 막대한 부채 상환에 지출해야 했다. 부상하는 이커머스 강자인 아마존, 월마트, 타겟과 같은 경쟁사에 비해 현금 유동성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했지만 재정적으로 허덕이던 토이저러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선하는 등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매출 감소와 막대한 부채 부담에 직면한 회사는 부채 구조조정과 사업 회생을 위해 2017년 9월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매출은 여전히 저조했고 회생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채권자들은 회생 계획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추가 구조조정을 포기하자 2018년 3월 토이저러스는 모든 사업 부문을 청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전역의 700개 이상 매장이 폐쇄됐고, 무려 3만300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폐쇄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퇴직금과 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엄청난 사회적 이슈로 확산됐다.

이후 수차례 회사의 주인이 바뀌고 재기를 노려오고 있지만, 여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토이저러스 캐나다 법인은 지난 2월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냈다. 현재 캐나다 전역에서 22개 매장을 운영 중인 토이저러스 캐나다는 매장 수가 더 줄어들 경우 약 65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 토이저러스 파산 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었던 토이저러스 매장 모습 ⓒAFP=연합뉴스 토이저러스

한국형 'MBK 약탈 방지법'은 가능할까?

이 사건은 사모펀드의 '차입인수' 방식이 기업과 노동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노동계에서는 기업형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기업 인수 및 청산에 대한 법적 규제를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마이클 병주 킴(한국명 김병주) 회장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빚으로 홈플러스를 매입해 자산을 팔고 직원을 내쫓은 방식과 판박이다.

토이저러스 사태 이후 미국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는 '월가 약탈 방지법(Stop Wall Street Looting Act)'이 논의됐다.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에서도 사회적으로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실제 법의 제정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이 법안이 제시된 배경과, 법안의 의미는 MBK와 같은 사모펀드의 '약탈적 경영'과 그에 따른 홈플러스 파산 위기 및 노동자 대량 실직 사태를 바라보는 데 있어 시사점과 함께 입법 과제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진보 성향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2019년에 처음 발의한 이 법은 사모펀드로 인한 폐해가 발생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재논의되고 있다. 법안의 핵심 목적은 '사모펀드가 지는 빚과 위험은 회사가 감당하고, 이익은 사모펀드가 독식하는 구조를 깨뜨리는 것'이 골자다.

첫째, 소득 및 부채 부담 한도를 규정한다. 인수 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 공제 한도를 설정해 인수 기업에 막대한 부채를 떠넘기려는 유인을 줄인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과도한 대출을 받을 경우, 그 부채의 이자 비용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는 것이다.

둘째, 배당금 제한이다. 인수된 기업이 인수 후 2년 이내에 사모펀드 소유주에게 막대한 배당금이나 자문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해 기업의 자본을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배당급 지급을 위해 무리한 자산 매각을 하거나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걸 막자는 취지다. 이와 함게 사모펀드의 주요 보상인 '성과 보수'를 저세율 투자가 아닌 일반 소득으로 취급하도록 세법을 개정한다.

셋째, 회사와 임원 책임 강화다. 사모펀드와 그 임원들이 자신이 지배하는 기업의 법적, 재정적 의무(연금 부채 및 노동법 위반 포함)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한다. 사모펀드 회사의 투자 대상 기업이 WARN법(근로자 임금 및 안전 보장법)을 위반할 경우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넷째, 파산 보호 신청시 노동자 보호 조항이다. 미지급 임금, 퇴직금, 연금 기여금에 대해 파산 절차에서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파산 보호 신청 시 고용 유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한편, 노동자의 퇴직금, 체불 임금, 연금 채권의 변제 순위를 최상위로 올린다.

다섯째, 투명성 강화다. 사모펀드가 운용하는 투자자에게 비용, 수익률 및 수수료에 대한 보다 명확하고 표준화된 보고서를 제공하도록 한다.

물론 법안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거세다. 노동계와 정치권은 "사모펀드는 고용 창출이나 기업 성장이 아닌, 합법적인 약탈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이저러스나 홈플러스와 같은 유통생태계의 상징적 기업들이 파산하면 노동 문제는 물론 협력업체, 원자재 업체 및 서비스 배송 업체 등이 소매업과 국민 경제에 총체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적 안보'를 위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가 금융계나 경제 단체 등은 사모펀드 산업 전체를 위축되게 만든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모펀의 '약탈적 경영'의 문제를 교정하려다, 부실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긍정적 측면'까지 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기금 등의 주요 투자처인 사모펀드가 위축되면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은퇴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주장도 내 놓는다.

현재 공화당과 월가의 반대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규제의 적정성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하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중인 홈플러스 노동자들 ⓒ프레시안(박세열)

'사회적 재난'이 된 홈플러스 사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캐나다의 토이저러스 파산 신청 사태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있다. 캐나다 고용 전문 변호사 리오어 샘피루(Lior Samfiru) 가 제안한 이른바 '시어스 법안(Sears Act)이 있다. 2017년 대형 유통업체인 시어스 캐나다(Sears Canada)가 파산할 당시 노동자들이 퇴직금과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해고된 사태를 계기로, 기업 파산 시 노동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해 제안된 법안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간단하다. 직원들을 담보 채권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고용주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경우, 직원들을 은행과 같은 다른 담보 채권자들과 함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퇴직금에 대한 기업의 책임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혜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2025년 홈플러스 관련 토론회에서 이와 유사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사모펀드의 사업 진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불안정성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ESG 투자 개념을 적용해 국민연금법에서 투자 고려 요소로 '고용 및 노동조건'을 추가로 명시하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2024년 상반기 1조 5,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위탁운용사로 MBK를 선정한 걸 두고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조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공공성을 고려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며 "홈플러스 조합원들의 경우 내가 낸 국민연금 보험료가 나를 해고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공적자금의 공공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회사법상 이사는 회사에 대해서만 신인의무를 부담하여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이해가 고려되지 않는데, 이사가 직무수행 중 준수해야할 신인의무 대상에 '고용과 노동조건'을 명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구조조정시에는 노동자의 이해가 상대적으로 선순위가 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 조건 강화 및 인센티브 제한, 단순 이익 목적의 정리해고 요건 강화, 구조조정 남용 방지, 기업 변동 과정에서 노동자의 정보접근권 및 의견제시권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같은 방안은 지금의 홈플러스 대량 실직 사태에 대한 직접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하지만 MBK처럼 적대적 M&A를 통해 약탈적 경영을 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는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고려아연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국내 주요 산업의 기초 소재인 아연, 연, 은 등을 공급하는 세계 1위 비철금속 종합 제련 기업이다. 국가 경제와 공급망 안보에 직결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국가 기간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접근을 방지고,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MBK가 추진 중인 일본 공작기계 업체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 인수 계획에 대해 외환관리법에 근거한 중단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공작기계는 군사용과 민간용 둘다 활용 가능한 이중용도 물자로 일본 외환관리법상 '핵심 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사모펀드의 '장점'도 존재하지만, 지금 MBK가 벌이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무책임한 경영 행태는 그 '장점'들을 훌쩍 넘어서는 '사회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 약탈적 경영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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