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신문방송학과)는 6·3 전북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분명히 '김관영 현상'은 있었다"며 "다만 여론조사의 경우 김 후보에게 유리한 질문을 더 많이 사용해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분석과 관련해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권 교수는 실제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
권혁남 교수가 <전북일보>에 최근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여론조사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과거의 대선에서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현 대통령 등 충성도가 높은 지지자를 많이 가진 후보들은 '지지도'를 묻는 조사에서 유리했다.
반면에 정몽준, 이명박, 안철수, 윤석열 등 갑자기 스타가 된 후보자들은 '선호도'나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2002년 노무현과 정몽준 간 후보단일화 조사에서는 치열한 싸움 끝에 '지지도'를 물어본 결과 노무현이 승리했다.
하지만 2007년 이명박과 박근혜간 당내 경선에서는 '선호도' 질문을 택한 결과 이명박이 승리했다. 갑자기 떠오른 별과 같은 인물에게는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유리하다는 반증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권 교수는 올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중 5월에 실시한 11건을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도지사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7건이 '지지도'를 물었고, 1건은 '선호도'를, 3건은 누구에게 투표를 하겠는가라는 투표 의향을 물어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도'를 물은 7건의 여론조사 중에서 열성적인 지지자가 많은 김관영 후보가 5건에서 우세를 나타냈고 2건에서는 이원택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선호도' 질문을 사용한 유일한 조사에서는 이원택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지지도' 질문의 여론조사에서는 김관영 후보가 유리했고 '선호도'를 묻는 것에서는 이원택 후보에게 도움이 된 셈이다.
투표 의향을 물어본 3건의 조사에서는 1건이 이원택 후보, 2건은 김관영 후보에게 각각 유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권혁남 교수는 "결국 여론조사들이 '지지도' 질문을 더 많이 사용했기에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비친 것"이라며 "여론조사의 조사방식과 질문내용에 따라 조사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지지도' 여론조사엔 김관영 후보 우세
통상 선거를 앞두고 '지지도'를 알아보려는 여론조사의 질문은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거나 "선거가 오늘 실시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것처럼 실제 정치적 지지나 투표 의향을 묻는 경우를 말한다.
<전라일보>가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 동안 (주)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북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던 당시의 질문이 바로 "차기 전북도지사로 지지하는 후보는 다음 중 누구입니까?"라는 '지지도' 조사였다.
그 결과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51.9%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6·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5.3%에 그치는 등 양자간 16.6%포인트의 격차를 보이는 등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김관영 무소속 후보는 당시 20대부터 70세 이상까지 전 세대에서 이원택 민주당 후보를 앞섰고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후보보다 지지도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 방법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2.4%였다.
'선호도' 조사, 이원택 후보 오차범위 밖 우위
'선호도' 조사는 보통 "누가 가장 마음에 드십니까?"라거나 "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십니까?"처럼 후보들에 대한 호감이나 상대적 선호를 묻는 여론조사를 말한다.
'선호도' 조사에서 이원택 후보가 우세로 나온 대표적인 여론조사는 한국복지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당시 질문은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다음 후보 중에서 누가 전북자치도지사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이 인터뷰(CATI)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에 나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46%에 무소속 김관영 38% 등으로 나타나 이 후보가 8%포인트 앞섰다.
세대별로 봐도 이원택 후보가 20대에서 50대까지 앞서간 반면에 김관영 후보는 60대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였으며 응답률은 16.3%였다.
두 개의 여론조사와 관련한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항의 맥락도 아주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다음 지방선거 후보들 중 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선호도 조사에 가깝지만 '다음 지방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지지도나 투표 의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선호도가 사실상 지지도 지표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혁남 교수는 결론적으로 "향후 조사방식은 가능한 ARS보다는 조사원 면접을, 질문방식은 중립적인 '투표의향'을 묻는 게 민심을 좀 더 정확히 짚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북과 같이 특정 정당의 독식구조에서는 소수정당 지지자나 무당층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 이번엔 '샤이 민주당'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고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개표결과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근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민주당 안방인 전북의 경우 여론조사를 볼 때 '누가 앞서고 있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무슨 질문을 했는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가 특정 시점의 민심을 측정한 것이지 선거결과를 확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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