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합의했는데…호르무즈 발 묶인 한국 선박, 언제 빠져나오나

'호르무즈 아직 위험' 인식…美, 이란에 준다는 3000억 달러 자금 관련 한국과 아직 접촉 없어

미국과 이란 간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약속한 3000억 달러 자금 조달에 한국 기업들도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미측과 관련 접촉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있는 한국 국적 선박의 상황에 대해 "여전히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해협 통과와 관련해 구체적 절차가 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상선 통항은 즉시 재개될 것이며, 이란이슬람공화국이 기술적·군사적 장애물을 제거하고 기뢰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고려하여 30일 이내에 재개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이 완전히 기뢰를 제거하기 전까지는 이란 측에서 권고한 항로와 미국이 권고한 남쪽 항로를 이용하고 이후에 다른 항로도 함께 여는 단계적 개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협의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영국이나 프랑스 등도 기뢰 제거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한편으로는 이란이 이를 반대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미국과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 이란이 다른 나라의 군사적 관여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선사들이 여전히 해협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굳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선박에 대한 보험 문제도 걸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통과에 대한 보장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선박들의 원활한 통과를 위해 "미국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미국에 기반을 둔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에 보험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6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비용을 받고 해군이 수로에서 선박을 호위해 주는 일종의 'VIP 패스' 계획도 포함돼 있다고 논의 내용을 아는 3명이 밝혔다"고 보도하며 미국 역시 통과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가진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와 관련, 일본을 포함한 G7의 부대 파견에 대해 "필요 없다"라면서 "전투 중에는 (파견을) 원하지 않더니, 지금은 모두가 관여하고 싶어 한다"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자위대 파견을 둘러싸고 "사실 일본도 참여를 제안했었다"면서도 "다만 전투 중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일본의 속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에게 "조금이라도 관여하고 싶으냐"고 묻자, 일본 측으로부터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거절을 받아 더 이상 강력하게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18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G7 정상회의 당시 일본이 기뢰 제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냐는 질문에 "적어도 저는 그러한 구체적인 요청을 알지 못한다"라고 답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자위대의 기뢰제거함이 호르무즈 해협까지 이동하는 데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물리적으로 볼 때 일본이 지금 당장 어떤 작전을 개시하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방위상 역시 자위대 파병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이란 양해각서에 이란 재건 및 경제 발전을 위해 3000억 달러의 자금 조성 계획이 포함된 것과 관련, 걸프만 인근 국가와 유럽, 일본, 한국의 기업들이 출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이용해 이란에 일종의 ‘배상금’을 지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18일 현재 미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에 대한 요청은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걸프만 인근 국가 및 관련국가들의 동향을 보더라도 아직 미국의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접촉 동향도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대해 기금 성격과 용도, 다른 나라의 참여 동향 등을 두루 살핀다는 계획인데, 기업의 경우 최종적으로는 기업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반다르 아바스에 여러 상선들이 해상 정박해 있다. ⓒAP=연합뉴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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