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광주에서 대충돌…정청래 면전 '명청대전' 폭발

鄭, 위기 속 호남행…"보완수사권 폐지" 등 지지층 결집 호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원들의 '사퇴 촉구'가 쏟아지는 리더십 위기 속에 호남을 찾고,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의사를 밝히는 등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고위 석상에선 친명(親이재명)계 최고위원이 현 지도부의 '연임 불출마'를 주장하는가 하면, 친청(親정청래)계 최고위원으로부터는 김민석 국무총리 비토 발언이 나오는 등 지도부 간의 격렬한 난투가 벌어졌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명청대전'이 절정에 달한 모양새다.

정 대표는 12일 새벽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한 문장을 본인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전날 밤 그가 1인 1표제에 대한 당내 반발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1인1표제는 민주주의 그 자체"라며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쓴 직후다.

특히 정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11일 오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 사퇴'를 거론한 후 이어졌다. 정 대표는 이어 이날 오전엔 전당대회 '당심'의 요충지로 꼽히는 호남을 찾아 현장 최고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도부의 리더십 위기 속에서 정 대표가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모양새지만, 이날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에선 정 대표의 면전에서 황명선·강득구 등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지도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이성윤·문정복 등 친청계 최고위원들도 반격에 나서면서 공식석상에서 지도부 간의 난투극이 연출됐다. 지방선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계파갈등 양상이 극에 달한 셈이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승리하지 못했다. 실패했다. 이길 수 있는 곳, 져선 안 되는 곳에서 졌다"며 "저를 포함한, 또한 당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모두가 부족했다"고 말해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현 정청래 지도부의 책임론을 재차 제기했다.

특히 황 최고위원은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저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 연임하지 않겠다. 그게 당원들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도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도 했다. 본인의 연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정청래 연임 불출마'를 촉구한 것.

강득구 최고위원은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 우린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친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됐던 정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지만 정권은 짧다" 발언을 활용해 정 대표를 직격한 셈이다.

강 최고위원은 "6.3 지선에 대한 민주당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평가는 엄중한 경고였다"며 "우린 그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불편한 목소리를 회피해서도 안 된다.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끝까지 듣고 끝까지 책임지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역시 '선거 패배'를 주장하며 정청래 지도부의 '책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앞서 지방선거 책임을 이유로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친명계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날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질적으로 패배한 이유는 정청래 대표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제가 정 대표였으면 (차기 전당대회에) 불출마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정 대표를 향해 "오늘이라도 사퇴하셔야 한다"(장철민 의원), "연임에 도전할 시 사퇴하는 게 맞다"(임미애 의원)는 등의 발언이 쏟아졌고, 당 원로인 박지원이 공개적인 사퇴 촉구를 전하기도 한 만큼 정 대표를 향한 '사퇴', '연임 불출마' 압박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청계도 반격에 나섰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선거가 끝나면 평가는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평가가 분열의 언어가 돼선 안 된다"며 "선거 결과를 이유로 당을 흔들고 당원들의 선택보다 앞서 당의 방향을 정하려는 듯한 말과 행동은 결코 민주당스럽지 않다"고 반발했다.

문 최고위원은 특히 차기 친명계 대표 당권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를 겨냥해 "대통령 순방 중 국가를 대리하는 책임자가 연 이틀이나 당선자 워크숍에서 축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일이 급박한 업무는 아닐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총리의 당권행보를 현 지도부가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문 최고위원은 이어 "당의 경쟁은 당의 절차와 당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어떤 말과 행보도 당무에 부당한 영향 주는 것으로 오해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최고위원의 해당 발언은 물론 김 총리의 당권 행보에 대한 비판이지만, 최근 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김민석 낙점설'이 화두가 된 터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앞서 당에선 이지은 전 대변인이 '낙점설'을 부정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빗대었다가 논란 끝에 사퇴한 바 있다.

이성윤 최고위원도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6.3 지선 후에 당원 1인 1표제를 흔드는 세력이 있다"며 "1인 1표제가 일반적 민심과 괴리가 있다거나 당원 구성의 연령별 편중이란 이유 등으로 공격하고, 치명적 한계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주장들"이라고 말해 친명계를 겨냥했다.

이 최고위원은 "1인 1표제는 오랜 기간 우리 당원들이 민주주의에 걸맞는 당원주권정당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이룩한 성과"라며 "당원들이 이뤄낸 1인 1표제를 흔들고 부정하는 일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앞서 당에선 전현희·김남희 의원 등이 지방선거 책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1인 1표제를 함께 비판한 바 있다.

최고위원 간의 이 같은 계파갈등 양상이 불거지자 정 대표는 추가 발언을 통해 "어려울 때일수록 더 단결해야 되지 않겠는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그런 포용력이 있니는 민주당이 되면 좋겠다"는 등 중재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이날엔 최고위 회의장 밖에서도 친청계의 대대적인 반격이 이어지며 계파갈등은 점차 심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규환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퇴 요구가 왜 나오는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 사퇴할 만큼의 어떤 책임이 (지도부에) 있는지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전날 의총에서 '연임 도전 시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나온 데 대해서도 "정 대표 본인이 아직 연임 도전에 대해 딱히 의견을 내놓지 않은 상태"라며 "당헌·당규가 정한 절차대로 따르면 되는 것인데 그것도 저는 딱히 사퇴를 요구할 이유가 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특히 친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선거 '패배론'과 '책임론'을 두고는 "이번 선거는 사실 이재명 정부 1년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도 분명히 있다"며 "그러면 우리가 선거에 졌다면 이재명 정부가 심판받은 건가"라고 맞받았다. 그는 "아니지 않나", "그런 점에서 저희는 승리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민희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대표 연임 도전과 관련해 "모두에게 자기 개인이 이 판을 보고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강요하는 건 안 맞다"며 "그걸(연임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건 누구도 안 된다"고 말해 당내 반청(反정청래) 기류를 비판했다.

최 의원은 선거 책임론의 핵심 요인인 서울시장 선거 패배를 두고는 서울 유권자들의 '교차투표' 양상을 지적하며 "(유권자들이) 민주당 지지하는데, 서울시장을 안 뽑았다는 것이잖나"라며 "이건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도부 책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취지 주장이다.

최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정 대표 사퇴론이 분출했다'는 최근 언론보도들을 두고는 "(사퇴론을) 2명이 얘기했다. 그게 분출인가"라며 "(그마저도) 당대표에 다시 나오려면 관리를 공정하게 하는 입장에서 미리 사퇴 시기를 정하자는 취지였다"고 했다. 확산되는 반청 기류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 대표 사퇴를 공개 촉구한 박지원 의원에 대해서도 "책임론을 얘기할 때는 우리가 자료를 갖고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으며 "제가 이 (서울시) 자료를 다 공개했으니 한번 보시고 다시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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