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남긴 상흔은 깊다.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뒤흔든 치명적인 오점이었다.
물론 선거관리위원회 입장에서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보다 무작정 많이 인쇄할 수 없는 고충은 이해한다. 잔여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되어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리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터다.
하지만 선거를 치를 때마다 반복되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이를 막기 위한 아날로그식 규제가 결국 유권자의 발길을 돌려세우는 모순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행정력의 한계와 불신이 만든 이 안타까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이제 투표의 '틀'을 바꾸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국회 표결처럼 우리 국민 투표도 '전자투표 시스템'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
구조는 명료하다.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가 신분증 확인을 거쳐 전자 투표기(키오스크) 앞에 선다. 화면에 주민등록번호 등 본인 인증 절차가 완료되면 유권자가 속한 지역구의 후보자 명부가 화면에 나타난다. 여기까지는 선거사무 종사자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후 유권자는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에서 비밀리에 화면을 터치해 표심을 행사한다. 디지털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이는 결코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구현 가능한 전산 시스템이다.
종이 투표용지를 없애고 현장 전자투표를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은 가히 폭발적이다.
우선 선거 비용과 인력의 혁신적인 절감이 가능하다.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검수하고, 현장에서 나눠주던 수많은 행정 인력이 불필요해진다. 투표가 끝난 뒤 부정선거 시비의 단골 소재가 되던 투표함의 보관과 이송 과정도 생략된다.
대규모 체육관을 빌려 밤새워 진행하던 개표소 설치 비용과 수만 명에 달하는 개표 종사원의 수당도 아낄 수 있다. 투표 종료 시각과 동시에 전산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확한 결과가 산출되니, 소모적인 개표 대기 시간과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단숨에 사라지는 셈이다.
물론 전자투표 도입론이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해킹과 시스템 조작'에 대한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서 데이터 위·변조 가능성은 단 0.1%도 용납될 수 없다. 그렇기에 시스템 구축 단계에서 블록체인 등 최첨단 보안 기술을 접목하고, 여야와 시민단체가 공동 검증하는 철저한 상호 감시 체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심장인 국회에서도 이미 전자 표결로 법안을 처리하고 있지 않은가?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신속하고 정확한 투표의 편의를 국민이 누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매번 선거 때마다 아날로그식 투표용지 관리에 절절매고, 음모론에 휘둘리는 소모적인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발을 동동 구르던 유권자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란다. 전자투표 도입은 예산과 인력을 아끼는 행정 개혁을 넘어, 불신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선거 문화를 신뢰와 효율의 시대로 전환하는 위대한 시작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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