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아래 방치된 선거운동원…유권자들 "표 얻으려다 사람 잡을라" 눈총

고창군청 앞 교차로 등 그늘 한 점 없는 곳서 '위험한 레이스' A정당 관계자 "후보 개인이 알아서 할 일, 딱히 뭐라 말하기 그렇다"

▲고창 A정당 기초의원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장시간 서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프레시안(박용관)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고창 낮 최고기온이 29~30도를 웃도는 초여름 폭염 속에서 고창지역 기초의원 선거운동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늘막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서 강행되는 길거리 선거운동을 바라보는 군민과 유권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특히 고창읍의 중심지이자 차량 통행이 많은 고창군청 앞 회전교차로는 이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복사열로 인해 체감온도가 30도를 훌쩍 넘겼다.

이곳은 주변에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 캠프의 운동원들이 장시간 서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고창읍사무소 투표장을 찾은 주민 A씨는 발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 현장을 지켜봤다.

A씨는 "뙤약볕 아래 서 있는 여성 운동원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곧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면서 "지나치다 싶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각 후보들이 한 표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을 위해 뛰는 선거운동원들의 건강과 안전도 함께 고민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장의 우려와 비판에 대해 지역 정당 관계자들은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창 지역 A당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운동원들의 고충은 알고 있다"면서도 "(현장 선거운동은) 후보 개개인이 알아서 판단해 진행할 문제이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딱히 뭐라 말하기가 그렇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우려가 있는 만큼 각 후보 캠프 쪽에 연락은 한번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선거운동원의 온열질환 예방이나 안전 관리를 개별 후보의 재량에만 맡겨둔 채, 정당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지도 감독은 전무하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이를 두고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과열 경쟁이 낳은 '안전 불감증'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 B(55)씨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무리한 길거리 인사가 아니라,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운동원들의 건강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후보의 품격"이라며 "사람을 위하겠다는 정치인들이 정작 눈앞의 사람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용관

전북취재본부 박용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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