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대구 수성구 소재 야구경기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앞에 빨간색과 파란색 복장의 선거운동원들이 대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의 유세 차량이 이날 같은 시각에 각각 경기장을 찾았다. 각 후보 지지자들이 한 데 모여들면서 현장엔 묘한 색감의 대비가 감돌았다.
"대구 한번 바꿔 보입시다!" 먼저 도착한 김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자 추 후보 측 차량에서 항의가 이어졌다.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6시 30분까지 제한된 시간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진 것. 추 후보 측이 "이미 5시 30분이다"라고 항의하자 김 후보는 "40분까지만 쓰고 넘겨드리겠다. 서로 양보하자"고 눙쳤다.
대구 디비진다? "김부겸은 당을 떠나 대구의 '어른'"
이 자리에선 특히 당색과 같은 파란색의 삼성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현장을 찾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기세가 눈에 띄었다. 주로 노년층이 주를 이룬 추 후보 측과 달리, 김 후보 측 그룹에선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가족 단위 지지자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한 20대 여성은 전화기에 대고 "여기 진짜 김부겸 왔어!"라며 친구들을 부르기도 했다.
김 후보 연설을 듣기 위해 부러 현장을 찾았다는 한 40대 여성은 "이번엔 볼 것도 없이 김부겸이다"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정지지도, 그리고 '대구 사람 김부겸'의 개인기가 "3박자로 들어맞는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50대 남성 택시기사 이모 씨도 "요즘 김부겸 후보의 인기가 좋다"며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이 씨는 '대구에서 민주당은 힘들지 않나'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옛날에 여기서 국회의원을 했잖나"라며 "당을 떠나서 여기엔 '대구 사람이다' 그런 게 있다"고 했다.
이 씨는 특히 "김부겸 씨가 우리 수성구에서 당선됐는데 한번도 안 빠지고 (대구로) 나왔다"라며 "김부겸은 여기(대구) '어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대한 대구의 오랜 민심을 두고도 "추경호를 찾긴 찾을 것"이라면서도 "내가 이래 택시를 하다 보면 어르신들을 태우는데, 어르신들 얘기를 들어도 김부겸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분위기가 '뿌리부터 바뀌고 있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자신부터 "예전엔 무조건 국민의힘"이었다는 이씨는 "요즘 내가 이래 말하면 아들이 '에~ 아닌데' 하고 놀려. 그럼 '아이다 나도 김부겸이다 김부겸' 해"라고 집안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는 아무래도 민주당, 이제는 어른들도 바뀌는" 게 그가 본 최근의 대구다.
"몰라요", "둘 다 싫어" 손사레 뒤에…"그래도 대구는 추경호"
그러나 시장 깊숙히 들어가 살핀 '바닥 민심'은 상황이 달랐다.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한 수산물 도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50대 남성 장모 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느냐' 묻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둘 다 안 좋아한다", "둘 다 싫다"고 거듭 손사래를 치면서도, '투표를 안 하실 건가' 묻자 머뭇거림 끝에 "추경호"라고 짧게 답했다.
이 대통령을 포함해 중앙정치의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 겨우 얻어낸 장모 씨의 설명이었다. 그는 "(정치가)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정권 견제론'에 힘을 실었다. 주변 사람들은 좀 어떤가 묻는 질문에 그가 "대구니까 뭐 좀 그런 경향이 있다"고 퉁명스레 답하자, 함께 있던 2명의 다른 남자들도 "똑같다, 가 봐라"고 말을 줄였다.
칠성종합시장은 이날 오전 김 후보가 유세를 진행한 지역이지만, 시장 내 상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잘 모른다", "둘 다 싫다"는 손사레 뒤로 "그래도 추경호"라는 2차 답변이 이어지는 식이다. 시장 중앙부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자매에게 답을 구하자 "우린 하나 할 말 없다"는 언니 A 씨의 답변 뒤로 "모르겠고 우린 2번!"이라는 동생 B 씨의 일갈이 붙었다.
한사코 손사래를 치던 A 씨도 결국엔 "민주당은 암만 해도 대구에선 안 되지"라고 동조했다. B씨가 "여기 시장 사람들은 암만 다 2번이야"라며 고개를 거듭 끄덕였다. 그들은 이날 시장을 방문한 김 후보의 지지세에 대해서도 퉁명스럽게 입을 모았다. "김부겸이 여기는 오지도 않았다. 저 바깥에나 좀 돌았지…"
"할 말 없다"고 연신 고개를 젓던 농산물도매점포의 70대 여성 심모 씨도 "지금 시장을 봐 본나, 사람이 한 명 있나"라며 "이렇게 가면 안 된다. (김부겸은) 못 뽑는다"라고 토로했다. '정부·여당 책임이 큰가' 묻자 그는 "지금 뭐 지원금이라고 돈 뿌리는데 시장은 다 죽었다 마트만 노났지…"라며 "양파가 1만 900원 하던 게 1만 3~4000원이 됐는데 이걸 누가 사나"라고 정부애 화살을 돌렸다.
"무능한 2번도 2번인데…속마음은 이미 정해졌지예"
'보수의 심장'으로불리는 서문시장에서 만난 60대 남성 택시기사 김모 씨는 이 같은 '시장민심'을 전해 듣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혀를 차며 "찍어 주긴 하겠는데, (국민의힘이) 하는 거 보면 참 답답하다는 거 아닙니까", "하는 게 그냥 흐리멍텅해 가지고… 나도 집에서고 차에서고 요즘은 뉴스 안 들어뿝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어디에 표를 줄지 고민되시나' 묻는 질문엔 "아이고, 정해졌기는 다 정해져 있습니다"라며 "그렇다고 대구를 줄 순 없잖나"라고 단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부터 이어지는 연이은 "보수의 무능"에 '집토끼'인 대구시민들도 "질려버렸다"지만, 그래도 "대구는 대구고 경북은 경북이다"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김 후보를 포함한 민주당의 이번 지방선거 캐치프라이즈는 '능력'이다. 중앙에선 정청래 대표가 '일 잘하는 이재명 정부,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연일 부르짖고 있다. 김 후보 또한 공항 이전 문제 등 지역 현안에 있어서 경쟁자인 추 후보를 포함한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 및 지자체장들의 무능을 지적해왔다. 즉, 이 '능력' 프레임이 대구의 단단한 정치적 관성을 뚫을 수 있느냐가 민주당으로선 관건이다.
김 씨는 '2번 표심'을 확실히 하면서도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선 50점은 따고 들어간다", "대구에선 부지깽이에 빨간 칠만 해 놓고 꽂아 놔도 (선거에서) 산다"는 등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맨날 표를 주니까 간댕이가 쌔리 뿌었다"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선 "전에 대구 내려왔던데, 내려오면 뭐하나"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 씨는 "장동혁이가 뭐, 이기 얼굴이라도 좀 됩니까"라며 "참 한심스럽다. 이렇게 무능할 줄이야…"라고 연신 혀를 찼다. "(윤석열의) 계엄은 옹호해 주려고 해도 방법이 너무 틀렸지 않나"며 "대통령 주변이 다 무능했던 거다"라고도 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근데요 기자님. 나는 생각을 해 보면요. 대구랑 경북이 뚫리고 나면 '대한민국'이라 카는 글자는 없어진다고 봅니다. 무능한 2번도 2번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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