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의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이재명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핵잠)과 전시작전권 환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우리 안보는 우리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자주국방 의지와 격동하는 지정학적 환경에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품고 있다.
그런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2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국의 시각에서 한국은 '비수'(dagger)처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중국 군사 대비태세에서 중국과 서해를 맞대고 있고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이 중요하고도 민감한 위치에 있다는 취지이다.
핵잠과 전작권, 그리고 한미동맹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잡은 '동맹의 현대화'는 고도로 연결된 사안들이다. 우선 미국의 전략적 시각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은 한미동맹이 중국을 겨냥한 '비수'를 갖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이미 미국 조야에선 한국의 핵잠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 이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있었기에 이러한 진단은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브런슨은 작년 5월에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주한미군은 각종 전투기와 헬기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또 이지스함에 기반한 한미일 해상 미사일방어체계(MD)도 있다. 이에 더해 K-핵잠까지 가시화되면, 마치 한국이 '항공모함 전단'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미군 내에 존재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듯 미국이 한미동맹을 중국을 겨냥하는 형태로 변화시키려고 하면서, 미중 충돌시 우리가 연루될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전작권 환수를 조속히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해서 미중 충돌시 우리의 연루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이래 미국의 일관된 입장은 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를 연동시키는 데에 있다. 전작권 전환으로 대북 군사태세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줄이고, 이렇게 줄어든 역할을 대중 군사태세 쪽으로 이동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계산이라는 것이다.
이게 바로 전작권 환수의 핵심적인 딜레마이다. 전작권 환수로 한미연합방위체계에서 우리의 권한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에 있는 주한미군은 한국의 주권적 통제로부터 더더욱 멀어지는 존재가 될 수 있기에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드를 누가 쥐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주한미군사령관인 브런슨은 자신도 전작권에 관한 카드를 쥐겠다고 욕심을 부리지만, 전작권은 기본적으로 한미 정상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핵잠에 있다. K-핵잠의 실현 여부를 가르는 카드는 미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적·법적·제도적 분야를 망라한다. 그런데 여기에 전략적 계산마저 개입될 소지가 있다. 미국이 한국의 핵잠 도입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K-핵잠도 미국의 대중국 군사태세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구할 공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수록 한중관계의 부담은 가중되고, 미국의 요구를 뿌리칠수록 핵잠 도입이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핵잠 도입은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대미 종속성을 강화할 소지도 품고 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혹시 핵잠 사업이 한국을 쥐락펴락하기 쉬운 카드를 미국에 주는 것은 아닐까? 핵잠 도입 열기에 휩싸인 이재명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토론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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