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집값 올렸다? '자진사퇴' 오세훈, 다시 악몽 반복하려 하나"

[불온(不穩)한 이야기]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불온(不穩)'. 온당하지 않다는 뜻으로 사상이나 태도가 기득권 내지는 통치 권력, 고정관념,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격을 가리킬 때 쓰인다. 이러한 성질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으나 우리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불쏘시개가 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프레시안>은 그러한 '불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불온'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서울시장 선거가 한창이다.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오세훈 시장은서울의 주택가격 상승 원인을 두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구역 389곳을 해제하면서 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시장과 자신이 서울에 정비사업 구역을 지정하면서 공급의 '씨앗'을 뿌려놓고 갔는데, 그 싹이 올라오기도 전에 전부 갈아엎고 제초제를 뿌렸다고 비유했다.

오세훈 후보는 그러면서 차기 서울시장 임기인 2013년까지 31만 호를 착공하는 '신속통합기획 2.0'을 발표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정원오 후보도 다르지 않다. '‘2031년까지 36만 호를 착공한다’는 '착착개발'을 발표했다.

현재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개발하면 대략 30만여 호 정도가 공급될 수 있기에 불가능한 공약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공급 계획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정된 구역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을 한다 해도 사업성이 떨어져,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높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구역이 대다수다.

이명박-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작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시작은 달콤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고급 아파트를 얻는 로또복권 같은 사업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사업 구역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우려와 과도한 분담금 등으로 대부분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그 과정에서 주민 간 분쟁은 물론, 노후화된 집은 방치됐다. 규모만 보아도 뉴타운 사업은 한 번에, 그것도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박원순 시장에 이르러서야 '탈출구', 즉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진행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모를 리 없는 오세훈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박원순 당시 시장을 지목한 셈이다.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이기도 한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박원순 시장 시설, 구역 해제로 공급의 기회를 놓쳤다는 오세훈 시장의 주장은 자기부정에 가깝다"며 박 시장의 구역 해제 정책은 이전 시장인 오세훈 후보의 정책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집행위원장은 "박원순 시장 시절에도 주택 공급은 적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주거권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 왔다.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으로도 일했다. 현재는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이자, 40여 개 빈곤 운동 단체가 모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으로 일한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 이원호 집행위원장. ⓒ프레시안(허환주)

"박원순 시장 때문? 자진 사퇴 안 했다면 오세훈 시장이 구역 해제 했을 것"

프레시안 :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 원인을 두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지목했다. 총 6983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구역 중 393곳을 해제하면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맞는가.

이원호 : 우선 이 이야기부터 해야 할듯 싶다. 서울의 집값이 오를 때마다 늘 나오는 단골 메뉴가 '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서울의 주택공급률은 100%가 아닌 97% 정도로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매번 집값이 오를 때마다 주택 부족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것은 여러 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 때 집값 상승이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후 어떻게 됐는가.

프레시안 : 집값이 안정화됐다.

이원호 : 집값은 경제적 상황, 국외 상황, 금리 등 여러 가지가 겹치면서 일종의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다 무시하고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고 이야기하는 건 맞지 않다. 공급이 부족해서 서울 집값이 올랐다고 하면, 서울의 집값은 계속해서 올라야 한다. 중요한 건 어떤 주택이 부족하냐는 거다. 서울에 부족한 집은 부담가능하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집이 부족한거다.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은 부담가능한 집을 없애고 비싼 집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 시절에 재개발 정비구역 해제로 집값이 올랐다는 주장은 잘못된 근거에 의한 주장인가.

이원호 : 사실 박원순 시장 시절에도 주택 공급은 적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 시설 구역 해제로 공급의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인데, 이는 오세훈 시장의 자기부정에 가깝다.

프레시안 : 자세히 이야기해달라.

이원호 : 오세훈 시장은 박원순 시장 시절에 683개의 뉴타운·재개발 정비구역 중 393개 구역을 해제했기에 공급이 안 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해제된 곳 393곳 중 369곳인 94% 이상은 조합도 설립돼 있지 않은 사업 초기 단계였다. 추진위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한 마디로 시작도 하지 않은 곳이었다. 박 전 시장은 그런 곳을 해제했다.

프레시안 : 그때 해제한 된 곳들은 사실상 사업성이 없어서 개발 자체가 안 되던 곳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원호 : 주목할 점은 박원순 시장이 그렇게 구역 해제를 하기 전인 1년 전인 2011년 4월, 당시 오세훈 시장은 '신(新)주거정비 추진방향'을 발표했다는 데 있다. 당시 언론들은 이를 뉴타운 수습 방안, 즉 뉴타운 출구전략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정비구역 폐지도 포함돼 있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오세훈 시장은 "오랜 기간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으로 묶여 있는 곳은 해제해 주겠다. 추진위가 꾸려진 경우에도 주민 의사에 따라 해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레시안 : 오세훈 시장의 뉴타운·재개발 탈출 전략을 박원순 시장이 이어받은 것인가.

이원호 : 오 시장이 그 발표를 하고 4개월 후인 그해 8월 무상급식 논란으로 자진 사퇴하지 않았나. 그 다음 해부터 서울시장에 취임한 박원순 시장이 오 시장의 계획을 그대로 이어받은 셈이다. 만약 자진 사퇴만 하지 않았다면 오세훈 시장이 구역 해제를 진행했을 것이다.

▲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 인근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이들에 대한 항의를 하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오세훈 시장, 다시 악몽을 반복하는 듯하다"

프레시안 : 게다가 해제는 주민들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밟은 걸로 알고 있다.

이원호 : 그렇게 주민 요구로 해제된 곳이 279곳이고 박원순 시장 직권으로 114곳을 해제했다. 주목할 점은 시장이 114곳을 직권 해제할 수 있었던 것은 2016년 국회를 통과한 도정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이 법은 당시 국회 다수당(145석)이었던 새누리당도 적극 받아들여 통과시켰다. 게다가 당시는 박근혜 정부였다. 이 법 안에 직권해제 조항이 들어있었다.

프레시안 : 보수정권과 보수당에서도 뉴타운·재개발 탈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이원호 : 오세훈 시장도 그렇고 그때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대로 뉴타운 재개발이 추진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따져보면, 박원순 시장이 정비구역을 해제해서 집값이 올랐다고 오세훈 시장이 이야기하면, 그건 자기부정이다.

프레시안 : 당시 해제한 구역은 사업성이 없어서 방치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구역으로 묶여 있으니 주택 리모델링이나 소규모 재건축도 하지 못하고 더욱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하는 식이었다.

이원호 : 만약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 구역 해제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올랐다고 주장하려면, 그가 재보궐 선거로 다시 돌아왔을 때, 서울에서 추진되는 정비구역, 즉 박원순 시장이 해제하지 않고 추진했던 구역과 추가로 지정한 곳에 대한 정비사업이 제대로 되도록 집중하는 게 필요했다. 오 시장이 재보궐로 돌아온 당시 서울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만 300여 곳이었다. 적은 수가 아니다. 현재 오 시장 서울시 정비구역 현황자료를 보면 현재 약 470곳 정도가 재개발·재건축 구역이다. 이 지역을 어떻게 했나.

프레시안 : 오세훈 시장은 기존 정비구역보다는 모아타운,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원호 : 재보궐로 돌아온 오세훈 시장은 기존 정비구역의 이주대책 등을 마련하면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해야 했지만, 신통기획이라며 신규 구역을 추가로 지정하는데 집중했다. 되레 약 170곳의 정비사업 구역을 추가로 지정했다. 게다가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구역도 약 130곳 정도 새로 지정했다.

프레시안 : 그러면 이미 300여 구역이 있는데도, 추가로 과도하게 지정됐다고 보는 건가?

이원호 : 10여 년 전 뉴타운 실태의 반복을 보는 것 같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거 지정된 뉴타운·재개발 구역이 결국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심각한 문제가 됐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니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주민 간 갈등만 커졌다. 그러니 오세훈 시장도 해제 수순을 밟았고, 당시 새누리당도 출구 전략을 만들었다. 그런데 다시 그 악몽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허환주)

"31년까지 31만 호 착공? 불가능하고 가능해도 문제"

프레시안 : 오세훈 시장은 당선되면 임기 내인 2031년까지 31만 호를 착공(공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비슷한 공약을 냈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 공약인가.

이원호 : 불가능하다고 본다. 가능해도 문제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현재 추진 중인 정비사업 구역 자료가 있는데, 대략 470곳 정도 된다. 이는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모아타운 등은 빠지고 재개발·재건축 구역만으로 낸 통계다. 이것이 다 개발되면 31만 호 정도가 된다.

프레시안 : 31만 호 착공이 산술적으로는 가능한 수치인듯 하다.

이원호 : 간과한 부분이 있다. 이 470곳을 재개발하면, 기존 주택은 사라지는 게 아닌가. 이럴 경우 통계상 약 22만 호의 주택이 사라진다.

프레시안 : 31만 호가 지어지는데 22만 호가 사라진다면, 약 9만 호 정도만 추가로 공급된다는 이야기인가.

이원호 : 순증이 그 정도라는 건데, 마치 31만 호가 새롭게 추가 공급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비사업은 빈 땅에 집을 짓는 게 아니라 기존 주택을 허물고 짓는 사업이다. 게다가 사라지는 22만 호를 잘 살펴봐야 한다. 재개발 지역은 다가구 주택비율이 높다. 서울의 다가구 주택 평균 거주 세대 수가 5세대 정도다. 그런데 주택통계로는 1채로 계산된다. 1호의 다가구주택이 철거되면 5세대의 주거가 사라지는 거다. 그러니깐 재개발로 22만 호가 사라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저렴 주거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결국 신규 공급되는 31만 호는 사라지는 주택 수와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재개발을 하면 용적률이 올라가기에 주택 수는 기존보다 많아지지 않는가.

이원호 : 기존 주택 평수보다 큰 평수로 주택이 지어지고, 밀도 부분에서 기존 주택보다 낮을 경우 주택 수가 적을 수 있다. 특히 서울 같이 기존 주택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순증 효과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이미 상당 부분 검증됐다.

프레시안 :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노후 된 주택 개선 차원에서라도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민들은 누구나 좋은 주택에서 살고 싶어한다.

이원호 : 물리적 주거환경 개선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파트다. 그런데 그 아파트들은 기존 주택보다 매우 비싸다. 원주민들은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다. 좋은 주택이긴 하나, 사실상 기존 원주민들이나 서민들은 절대 살 수 없는 가격이다. 그렇다 보니 서울에서 밀려나는 식이다. 일례로 용산 참사가 일어났던 용산 4구역의 경우, 재개발 전에는 전세가 4000만 원~5000만 원이었다. 그런 곳이 재개발 이후 들어선 주상복합 아파트의 전세가 15억 원이다. 이런 고가 주택이 들어서는 정비사업이 서울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는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요가 자산 증식용 '투기적 가수요'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자산 격차, 그리고 그에 따른 공포 심리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패닉 바잉'한다. 그리고 아파트가 단순 거주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사용된다. 정비 사업을 통한 아파트 공급은 그런 가수요를 더욱 증폭시키고 가속화 한다. 이게 올바른 방향인지 묻고 싶다.

프레시안 : 정비사업을 통한 일률적인 아파트 공급이 더욱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원호 : 재개발 사업은 애초 도시계획 차원의 공익사업이다. 지금의 재개발 방식, 소유주들이 조합을 만들고 합동 재개발을 하게 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이전에는 국가가 재개발을 했다. 집 한 채 부수고 새로 짓는 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이 팽창하던 시기인 1980년대에 주택이 절대 부족해지자 조합, 즉 민간에 강제 수용권을 부여했다. 재개발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들의 토지와 주택에 대한 법적 보상만 하면 강제로 그들의 땅과 주택을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는 국가만 행할 수 있는 권한이지만 그런 권한을 민간에 위임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애초 공공에서의, 도시계획 차원에서의 개발 목적은 낙후된 도시를 개선해서 거기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이것을 민간에 맡기니 자연히 개발이익으로 사업이 기울게 됐다. 이건 조합이, 민간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구조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 권한을 다시 공공이 가져와야 한다. 서울 내 주택 수가 80~90년대 처럼 절대 부족한 수준이 아니다. 본래 목적대로 공공이 정비 사업에 책임을 갖고 필요한 곳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하되,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원주민들 삶의 조건이 개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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