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장만 쥐면 끝나는 동네에서 당원들끼리만 투표해서 후보를 정해버리면 당원이 될 수 없는 공직자들은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뽑으라는 겁니까? 사실상 우리 투표권은 휴지 조각이 된 셈입니다." (광주 지역 15년 차 공무원 A씨)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1당 독점' 체제 속에서 본선 경쟁이 완전히 실종되며 무투표 당선자가 무더기로 속출하고 있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선 기초단체장 2명(광주 서구청장, 남구청장), 광역의원 35명, 기초의원 20명(광주6·전남14명), 기초 비례 23명(광주1·전남22명) 등 총 80명이 정치인이 유권자의 투표 없이 당선증을 거머쥐게 됐다.
진보당 출신 광주 기초의원 1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79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민주당이 일부 당내 경선을 '권리당원 100% 투표'로 치르면서, 일각에선 정당 가입이 금지된 공무원과 교사들의 참정권이 철저히 박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소수 정당들이 대항마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역 내 굳건한 일당 독점 구조와 인물난 탓에 전체 대진표 조차 채우지 못한 실정이다. 실제 조국혁신당은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를 내지도 못했다.
광주선관위에 따르면 무투표 선거구의 경우 선거운동이 불가하고 선거공보도 보낼 수 없다. 유권자가 후보자 정보나 공약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나 후보자가 정보를 게시한 홈페이지·SNS에 접속해 확인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 '당원 100% 룰'…"참정권 배제된 공무원·교사는 2등 국민인가"
무투표 당선 속출보다 더 뼈아픈 대목은 민주당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꺼내든 '권리당원 100% 투표' 경선 방식이다. 호남에서는 사실상 민주당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현행법상 국가 및 지방공무원, 교사 등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다. 따라서 100% 당원만으로 치러지는 실질적 본선(경선)에서 이들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본선은 무투표로 끝나버리고, 경선에는 참여조차 못 하니 수만 명의 공무원과 교사 집단이 투표권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전남지역 교사 B씨(60대)는 "지역 사회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참여조차 못 하니, 우리가 졸지에 '정치적 금치산자'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라며 "'헌법 제24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의 대원칙이 무너졌다. 호남의 정치적 특수성을 고려해서라도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남 공무원 C씨(30대)도 "수도권처럼 본선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다투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당원끼리 뽑아버리면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라며 "호남에서는 일반 시민의 참정권을 빼앗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 "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하고 국민참여경선 확대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과 교사들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다 기소당한 소리꾼교사 백금렬씨에 대한 무죄 선고 등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광주교원단체 소속 D씨는 "학교 내 종교 활동은 제재받지만 개인의 종교 자유는 보장되듯, 정치기본권도 온전히 보장하되 직위를 이용한 위법 행동만 제어하면 될 일"이라며 "기본권 보장이 낙후된 지역 정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와 광주교사노조 역시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사법 개혁에 버금가는 핵심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오는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자치단체장과 지역 일꾼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면서도 "그럼에도 작금의 현실은 현역들의 기득권만 연장해주고 특정 직군의 투표권 행사를 틀어막고 있을 뿐이다. 호남의 정치적 특수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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