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거론했다.
17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를 갖고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어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긴급조정권은 노조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이 발동하면 파업은 30일간 금지된다. 그리고 중노위가 조정을 주도하게 된다.
이 조정안에서도 타협이 불가능하다면 중노위가 강제로 중재안을 낼 수도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3월 중노위의 조정 결렬에 따라 쟁의행위권을 확보했다. 이 상황에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정부가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강제로 멈추게 된다.
그만큼 정부로서도 긴급조정권은 발동에 부담이 큰 조치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강제로 무력화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당장 노동계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14일 성명에서 "긴급조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최후 수단"이라며 "단지 산업 규모가 크고 국가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논리가 허용된다면 앞으로 자동차·조선·철강·배터리 등 이른바 국가전략산업 전반에서 노동자의 합법적 파업은 언제든 국가 개입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위험한 선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17일 논평에서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긴급조정권 발동 논의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단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적용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갈등을 힘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노사 관계를 극단적 대립으로 몰아넣고, 결국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18일 삼성전자 노사가 참석하기로 한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이 사실상 최악의 사태를 막을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1일과 12일 열린 중노위 사후조정에서 협상 불가를 선언했다. 이후 중노위가 재차 사후조정에 나설 것을 요청했으나 노조가 대화 불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 듯했다.
그러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과 16일 삼성전자 노조와 사측을 직접 만나 조율에 나서면서 18일 사후조정이 마침내 성사됐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교섭대표위원이던 김형로 부사장을 교체하라는 노조 요구를 수용했고, 노조도 김 부사장이 발언 없이 조정장에는 나오게 해달라는 사측 요청을 수용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을 21일로 예고했다. 따라서 18일 열릴 사후조정이 사흘 안에 마무리되어 노사 양측이 협상안을 마련해야만 파국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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