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외교부가 12·3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정당성' 입장이 담긴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백악관에 설명하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설명 자료가 건네진 것이다.
주미대사관 뿐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다른 해외 공간에서도 이같은 일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외교부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해외 공간 재직 공직자 관여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관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주요 공관에 특임공관장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공관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非)외교 전문직 출신 '특임 공관장' 임명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이한 일은 아니다. 대통령 측근이나,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인사 등을 중심으로 한 '비전문가' 외교관들의 자리 나눠주기 논란은 역대 정부 때마다 매번 반복됐다. 비 외교관 출신도 정치권, 학계, 군사, 치안 분야 등 전문성 등을 활용해 다양한 업무에 복무할 수 있는 취지의 '특임공관장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레퍼토리'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73개 재외공관장(대사관 122곳, 총영사관 46곳, 대표부 5곳) 중 47곳의 공관장이 임명됐는데, 그 중 28명이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에선 40명, 이명박 정부에서도 40명, 박근혜 정부에서는 32명, 문재인 정부에서는 72명이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다. 윤석열 정부 2년 간 임명된 해외 특임공관장은 42명이다. 그에 견줘 이재명 정부 시절이 특별히 많다고 볼 수 없다. 정권 초반임을 감안해, 특임공관장 임명 비중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낙하산 특임공관장 논란'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윤덕민 전 일본 대사는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재단을 만들어야 하고, 일본한테는 일절 한 푼도 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철희 일본 대사는 "반일은 한미일 관계를 악화시켜 대한민국 안보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북한에만 이롭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김의환 뉴욕 총영사는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서 1948년 건국절을 주장했고, 이종찬 광복회장 기념사를 두고 "말 같지도 않은 기념사"라고 비난했다. 이종섭 호주 대사는 '런종섭' 논란을 낳았다. 채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증거 인멸성 임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외교부 순혈주의를 타파하겠다"며 특임공관장 비율을 15%에서 30%까지 올리겠다고 한 바 있다. 특임공관장 임명 활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임공관장 논란에 '직업 외교관'들의 '밥그릇 싸움'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분명히 존재한다. 게다가 지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추락한 외교적, 경제적 위상을 정립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관료형 직업 외교관을 택하느냐, 특임 공관장 비율을 늘리느냐의 문제는 정무적, 전략적 판단으로 고려될 여지도 있다.
특임공관장 제도는 대통령이 특별한 외교적 업무 수행을 위해 현직 외교관이 아닌 외부 전문가를 임명하는 제도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는 '실용 외교'를 표방한다. 외교는 단순 의전과 정무를 넘어 경제, 문화, 과학기술, 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의 '총력전'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특임공관장들은 정부의 '실용 외교' 기조에 맞는 활약을 통해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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