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고에도 침묵한 트럼프, 불안해진 대만? "美 대만 지지 약화 의구심 나와"

대만 외교부 "베이징, 국제사회에서 대만 대표해 어떤 주장도 할 권리 없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대만 외교부는 중국 정권이 대만을 대표해 어떤 주장도 할 권리가 없다고 반발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대만 일간지 <자유시보>는 대만 외교부가 이날 오후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으며, 베이징 당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대표해 그 어떤 주장도 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대만 외교부는 "지금 이 시각에도 인민해방군이 제1열도선과 대만 해협 주변 해역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회색 지대' 도발 및 군사적 위협이야말로, 현재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유일한 리스크"라며 "대만은 미국을 포함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역내 안보, 안정 및 번영을 보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오늘 오전 6시까지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3대가 대만 서남부 및 동부 공역에 진입했으며, 중국 군함 6척이 대만 해협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포착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가 시진핑 주석의 발언만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보도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미국의 반응이 '중국 매체가 쓸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예야오위안(葉耀元) 미국 성 토마스 대학교 국제학 석좌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예 교수는 중국이 매우 화려한 의전을 제공하며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줬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모두 발언에서 시 주석을 치켜세웠으나, 체면을 세워줬다고 해서 실질적인 속내(裡子)까지 잘 풀린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이런 정상회담은 실무진이 사전에 의제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고 회담 후 '사후 발표'를 통해 결론을 설명하기 마련인데, 현재 아무런 발표가 없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신호"라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음에도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결론을 발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국가 이익인 '제1도련선의 안보, 미국의 패권, 기술 우위' 등은 중국이 타파하려는 대상이기 때문에 애초에 합의가 나오기 어렵다면서 "반공 최전선 인사"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아무리 화려한 의전을 제공하더라도 실질적인 이득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2시간 반 정도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티엔탄(天壇) 공원에 시 주석과 함께 방문했는데,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논의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미국 방송 CNN이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티엔탄에서 시 주석과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동안 대만 문제가 논의되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두 차례 나왔다. 평소 언론과 소통을 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 촬영을 위해 시 주석과 나란히 섰지만, 두 명의 기자가 각각 다른 질문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이 중국 정권과 더 광범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만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시 주석이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미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하고 강대국 간 관계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까? 우리가 손을 맞잡고 전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며 세계에 더 큰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까?"라며 "강대국 지도자들은 우리 시대의 이러한 질문에 함께 답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한 데 대해 대만 <연합신문망>은 대만의 도발이 없는 한 중국이 먼저 대만을 봉쇄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매체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표현을 대중적으로 널리 퍼뜨린 하버드대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이 14일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사적으로 미중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양국이 계속 적대 상태를 유지하면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 양측이 대만 문제와 같은 사안에서 제3자의 도발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앨리슨 교수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으며, 트럼프는 시진핑이 "재임 중에는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보장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매체는 "양측 모두 이 문제가 더 긴 시간에 걸쳐 해결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만 측에서 심각한 도발이 없는 한, 중국이 올해 대만을 봉쇄할 가능성은 1% 미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미중 간 긴장 관계에 따른 위험은 커지고 있다면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직접적인 선전포고가 아니라, 대만해협·남중국해·한반도 문제 혹은 군함 충돌 같은 국지적 위기가 통제 불능으로 번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앨리슨 교수는 대만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대만해협을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발칸반도 화약고"에 비유하기도 했다. 매체는 "이는 (대만 문제가) 강대국 충돌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오후 티엔탄 공원에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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