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초지자체장, ‘행정능력’과 ‘정치적 리더십’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더불어민주당 신동화 후보 vs 국민의힘 백경현 후보의 승부, 구리시민이 갖춰야 할 자세와 시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 내 기초지자체 단체장 후보들이 확정되면서 각 후보들 사이에 대결 기류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이 ‘선거의 3요소’라고 말하는 게 있다. ‘구도, 인물, 바람’이 그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일컫기도 한다.

‘구도’는 선거의 기본 판세, 후보 간의 역학 관계와 진영 간의 대립 형태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3요소 중 구도를 승패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게 1:1 구도다. 양당 체제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이 정면충돌하는 형태다. ‘정권 심판론’과 ‘국정 안정론’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인물’은 실제로 맞붙는 후보의 경쟁력을 뜻한다. 각 후보 개인의 자질, 도덕성, 경력, 대중적 매력을 의미한다. 구도가 팽팽할 때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데 지방선거에서는 일반적으로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더해지곤 한다.

흔히 ‘현역 프리미엄’을 말하기도 하는데 기존 정치인의 높은 인지도와 지역구 관리가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지자체장 선거에서는 이것과는 조금 다른 성격으로 ‘행정능력’와 ‘정치적 리더십’을 따지기도 한다.

‘바람’은 쉽게 예측하기 힘든 민심의 흐름을 의미한다. 선거 직전에 형성되는 강력한 사회적 트렌드, 이슈, 혹은 감정적 열풍을 말한다. 팩트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의 강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구도와 인물이 좋아도 바람을 잘못 타면 패배할 수도 있는, 예상하기 힘든 역동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야당에 비해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상황이다. 그렇기에 ‘구도’가 결정적 변수가 되기에는 부족한 느낌을 준다. 또한 ‘바람’도 예측이 불가능하고 또한 거짓 선동과 가짜 정보로 판을 흔드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쉬우므로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에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인물론’이다. 특히 ‘행정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이 이번 선거에서는 주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도 ‘구도’가 이미 고착화돼 단기간 내에 급속한 변화가 어렵기 때문에 ‘인물론’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백경현 구리시장 후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대규모 국책 사업과 복잡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연습할 시간이 없다”며 “행정은 연습이 아닌 실전인 만큼 검증된 시장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발언은 본선에서 맞붙게 될 더불어민주당 신동화 구리시장 후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두 후보 모두 현 시장과 현 의장이기에 ‘현역 프리미엄’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렇기에 ‘행정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이 비교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백경현 후보는 민선 6기(보궐)와 8기를 거치며 쌓은 풍부한 행정 경험과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리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시장까지 역임하며 시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실무형 행정가’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화 후보는 두 차례나 시의회 의장을 지내며 쌓은 정무 감각과 새로운 인물 교체론을 강조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시의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적극 반영해 온 현장 밀착형 행보와 그에 따른 정치적 리더십이 큰 강점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기에 기자회견장에서 했던 백 후보의 발언은 신 후보가 의정 경험은 풍부하나 거대한 행정 조직을 직접 이끌어 본 집행부 수장으로서의 실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능력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초지자체장에게 ‘행정능력’와 ‘정치적 리더십’ 중에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필수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행정가로서의 전문성과 정치인으로서의 리더십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다.

둘 사이에는 분명한 장단점이 존재한다.

실무형 행정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시민들의 기본적인 생활 밀착형 사무 처리, 다시 말한다면 쓰레기 처리, 상하수도 관리, 복지 서비스 전달 등 주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생활 자치 사무에 능하다는 것에 근거한다. 또한 지방의회의 의결 사항을 집행하고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집행 기관의 장으로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관리하고 인허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지역 사정에 밝고 행정 메커니즘을 잘 아는 실무적 감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러한 실무는 이미 현장에서 직접 전문적으로 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시장에 비해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므로 시장은 해당 업무의 전문성을 지닌 공무원들의 의견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정무적 판단을 내려주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시장은 최종 결정을 내려 담당 공무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 책임을 온전히 시장의 몫으로 감당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공무원들이 자신 있게 업무를 추진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에게 필요한 것이 ‘실무 능력’이냐 아니면 ‘정무적 판단력’과 ‘리더십’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실무형 행정 전문가보다 정무적 혹은 정치적 리더십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외 협상력과 예산 확보 문제의 중요성을 이유로 내세우기도 한다.

기초지자체장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로부터 예산을 확보하고 국책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역 사회에서 서로 대립되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일을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단순히 실무 지식만으로는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규칙과 조례를 따지는 선에서 그친다면 그 어떠한 갈등도 중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대화와 타협, 눈앞의 문제와 이익을 뛰어넘어 더 큰 것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적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행정업무 능력만이 중요하다면 공무원 중에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임명하는 게 많은 예산을 들여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보다 합리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채택하지 않고 선거를 통해 지자체장을 뽑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가치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지방자치에서 요구하는 기초지자체장의 요건은 ‘정치적 리더십을 갖춘 실무형 행정가’가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들의 능력은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왜 성과를 내는 것에는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전체를 조율하는 리더의 능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선임할 때 무조건 테크닉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를 선택하지 않는 것처럼, 스포츠팀 감독을 선임할 때 무조건 선수시절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지난 2002월드컵 때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평범한 미드필더 출신의 무명 선수였다.

그러므로 유권자들은 시장 후보가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와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예산을 가져와 지역의 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지,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상벌을 명확하게 하며 담당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시장이 책임을 자처하며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자신감을 넣어줄 수 있는지, 주민 사이의 갈등과 이익 다툼 현장에 공무원들만 투입해 해결을 닦달하지 않고 시장이 직접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지역 현안에 밝고, 관행과 조례에 얽매이는 구태의연함을 벗어나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갈등을 조율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있으며, 중앙정부‧광역지자체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장 후보가 누구인지, 눈에 불을 켜고 살펴야 한다.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최첨단 AI시대를 향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의 맥락을 잘 짚어낼 수 있는,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누가 젊은 감각과 열린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도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출마자만 일이 많은 게 아니다. 더 나은 사회를 원한다면 유권자에게도 할 일이 많다.

▲국민의힘 백경현 후보(사진 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신동화 후보.ⓒ프레시안

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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