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논란…45조 뒤에 숨은 300조를 찾아라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300조 영업이익의 비밀, 공급망 속 숨은 노동과 권력관계

"노사 모두 공멸" … 45조 성과급 논란에 삼성 의장 작심 경고 <한국경제>

45조 요구한 삼전 노조 "돈 아까워" … '취약층 기부금' 취소 릴레이 <중앙일보>

李대통령 "자기만 살겠다고" … '45조 요구' 삼성전자 노조 맹비난 <부산일보>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을 보며 '45조'라는 숫자 앞에서 현실감을 잃어버린다. '와…. 이게 언감생심 평민이 언급할 수 있는 금액이긴 해?' 여기서 의심을 품어야 한다. '영업이익의 15%' '45조'라는 단어는 제목에 사용되지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300조'는 왜 제목에서 구경할 수 없는 걸까?

가려진 숫자, 삼성전자 영업이익 300조

혹시나 해서 네이버 뉴스 검색을 해보았다. '삼성전자' '300조' '45조' 이렇게 3개의 키워드를 넣었는데 '관련도순'으로 어떤 기사도 검색되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총액은 자취를 감춘 채 '성과급 45조'라는 단어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300조, 45조 3개 키워드로 네이버 뉴스 검색한 결과 스크린샷(최종검색시점 2026년 5월 6일 낮 12시).

영업이익 15%인 45조는 노출되는데 영업이익 300조는 안 보인다. 이유가 뭘까? 우선 이 수치는 확정된 금액이 아니라 '추정치'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으로 43조 6000억 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 2000억 원으로 치솟았다.

어떻게 이런 마법이 벌어진 것일까? 반도체, 특히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때문이다. AI 관련 반도체 수요와 공급부족으로 삼성 반도체 부문 이익이 거의 50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하지만 57조 2000억 원은 1분기 영업이익일 뿐이고, 여기에 4를 곱해 연간 추정치를 구한다 해도 228조 원이 나온다. 그럼 300조는 어디에?

300조라는 수치는 하반기에 HBM, 서버 DRAM, 고성능 SSD,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얹어서 나온 것이다. AI 메모리 호황이 계속되고, 가격이 유지·상승하고, 공급계약이 순조롭게 반영되며, 환율·설비투자·원가·경쟁사 공급 확대가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깔린 전제 위에서만 가능한 수치라는 것이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 300조

삼성전자의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이익은 23.6조 원이다. 이 수치는 '연결재무제표'로 넘어가면 43조 6000억 원으로 무려 20조가 뛴다. (별도) 재무제표가 삼성전자라는 법인 하나만 본 것이라면, 연결재무제표는 삼성전자가 지배하는 종속회사 전체를 포함해 이를 하나의 기업처럼 묶어서 본 재무제표이다.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308개의 종속기업을 연결대상으로 하고, 삼성전기㈜ 등 33개 관계기업과 공동기업을 지분법 적용대상으로 하여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즉, 43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에는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300여개의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의 실적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57조 2000억 원, 올해 추정치 300조 원 모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사이 내부거래는 제거한다. 만일 이 기업들을 모두 합병해 하나의 기업으로 운영했다면, 즉 개별 기업이 사업부처럼 기능했다면 영업이익이 어떻게 될까 하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재무제표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왜 300조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오로지 삼성전자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 노동자 성과급 재원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걸까? 300여 개 종속기업 노동자의 피와 땀, 그들의 수고가 배어 있는 수치인데 말이다.

300조 영업이익의 비밀은 권력관계

엄밀히 말하면 300조 영업이익 원천은 지배회사-종속회사 범위를 넘어선다. 재벌 대기업은 본사를 중심으로 자회사·손자회사만이 아니라 1차 벤더, 2차 벤더, … n차 벤더로 내려가는 수직계열화를 형성하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공급망 전체가 작동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그룹사의 재무제표를 활용해 보자. 최근 이들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비교적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반면, 그 아래 자회사·손자회사는 95% 안팎의 매출원가율 속에서 1~2% 남짓한 영업이익률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분석대상으로 삼은 기업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라는 3개 핵심 회사와 이들의 자회사·손자회사 격인 현대위아·현대트랜시스·현대케피코·현대글로비스·모트라스·유니투스 등 총 9개로 선정했다. 먼저 자회사·손자회사에 해당하는 6개의 주요 자회사 매출원가율 연도별 수치를 2017년부터 시작해 그래프로 나타내보았다.

▲2017~2025년 현대차그룹 주요 자회사 매출원가율 그래프.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대부분의 자회사·손자회사 매출원가율이 95%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제조업 기업의 매출원가율이 이 정도에 달한다면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매출원가로 95%를 써버리면 여기에 판매비·관리비를 보탤 경우 영업이익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사실상 2017년부터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탄생한 유니투스·모트라스 역시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2023년부터 3년 간 수치를 보면 매출원가율 평균이 94%에 달하고 있어 동일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핵심기업 원가율 80%, 자회사 원가율 95%

여기에 현대차그룹 핵심기업이라 할 수 있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매출원가율 그래프를 보태면 차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매출원가율이 80%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는 85% 언저리에서 매출원가율이 나오고 있다. 핵심기업을 포함해 9개 기업의 매출원가율 변동을 표로 나타내보면 아래와 같다.

▲2017~2025년 현대차그룹 주요 회사 매출원가율 그래프.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이 정도면 핵심기업과 나머지 계열사는 '노는 물이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핵심계열사 3개는 저공비행을, 자회사·손자회사 등 계열사 6개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매출원가율의 구체적인 수치를 표로 나타내보면 아래와 같다.

▲2017~2025 현대차그룹 주요 회사 매출원가율 표.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이윤은 본사에, 비용은 공급망에

이번에는 이들 9개 기업의 연도별 영업이익률 추이를 마찬가지로 2017년부터 그래프로 그려보았다. 자회사·손자회사의 경우 현대글로비스만 4~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2% 미만을 찍고 있다.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케피코는 최근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도 있다. 하지만 핵심기업인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영업이익률은 날개를 단 것처럼 자회사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 (아래 그래프와 표)

▲ 2017~2025년 현대차그룹 주요 기업 영업이익률 그래프.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 2017~2025년 현대차그룹 주요 기업 영업이익률 표.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현대차의 경우 4~8%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현대모비스는 3~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아의 경우 때때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는데 아마도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따른 대미관세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매출원가율이 95%라면 이익 내는 게 불가능한 구조다. 그런데 용하게도(?) 자회사들은 1~2%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거래처가 현대차·기아·모비스로 이미 정해져 있으니 판매비·관리비가 많이 들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정도면 자회사 매출원가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공급망 우두머리인 현대차·기아·모비스가 미리 정해둔 금액일 가능성이 크다. 즉, 현대차는 이들 자회사를 사실상의 사업부처럼 여기며 사업계획을 짜고 1년치 예산을 (매출액 형태로) 내려보내준다. 꽉 짜여진 구조에서 1~2% 영업이익률도 미리 설계된 수치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자회사·손자회사가 비용을 모두 떠안음으로써 이들이 내는 수익이 모두 현대차·기아·모비스 영업이익으로 이전되도록 짜여진 구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아·트랜시스·글로비스·케피코·모트라스·유니투스 등 자회사 노동자는 미리 설계된 1~2%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금을 계산하는 것이 옳을까?

제헌헌법 '이익균점권'을 호출한다

현대차·기아·모비스의 직접고용 인력은 10만 명 규모지만, 자동차 조립과 생산에 관여하는 공급망 전체를 따지면 최소로 잡아도 30만 명의 노동자가 연결되어 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일텐데, 이렇게 생산의 성격은 점점 사회적으로 변하지만 생산에서 발생한 이윤은 모조리 공급망 우두머리 자본의 손아귀에 떨어진다.

영업이익은 손익계산서의 한 줄에 불과하지만, 그 한 줄을 만든 노동은 수천 개의 기업, 수만 개의 공정과 수십만 명 노동자 손에 걸쳐 있다. 성과급 산식은 최종 조립을 맡은 본사의 비밀 레시피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걸쳐 일하는 노동자가 자신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임금의 문법이어야 한다.

결국 관건은 본사 노동자가 성과급을 얼마나 더 받느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공급망 아래에 위치한 노동자가 자신들이 거대한 사회적 생산에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엄청난 영업이익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일이다. 그 자각이 노조 결성과 조직화로 이어질 때, 성과급 논쟁은 비로소 공급망 전체의 이익분배 투쟁으로 확장된다.

해방 직후 제헌헌법은 이미 물었다. 기업의 이익은 자본만의 것인가. 1948년 헌법은 영리 사기업의 노동자에게 이익균점권을 인정했다. 비록 법률로 구체화되지 못한 채 사라진 권리였지만, 그 조항은 한국 헌정사의 출발점에서 이미 '기업 이익의 노동자 몫'이 헌법적 권리였음을 보여준다. 이제 그 이익의 원천이 어디인지, 누구의 노동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자신의 권리를 직접 말할 수 있도록 각성을 조직할 차례다. 때마침 노조법 2조 개정이라는 수단도 주어져 있지 않은가.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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