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하정우는 왜 부산 현장으로 향했나

[기고] AI주권과 국가균형성장의 결합

국가 AI 전략의 밑그림을 그렸던 하정우 수석이 청와대를 떠나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의 공백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정치적 차출'이라 말하지만, 정책 전문가의 시각에서 '전략적 실행의 확장'에 가깝다. 세상을 바꾸는 건 정교한 설계도지만, 세상을 실제로 움직이는 건 그 설계도를 들고 현장으로 뛰어드는 사람의 발걸음이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Innovation distinguishes between a leader and a follower)"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가 좋다는 구호가 아니다. AI가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멈춰선 지역 경제를 다시 살려낼 것인지 보여주는 '물리적 실천'이다. 하정우는 지금 그 혁신의 잣대를 들고 부산이라는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던진 "해양수도와 피지컬 AI의 결합"은 부산을 스마트 항만 물류 허브로 만들고, 부울경의 탄탄한 제조업 기반에 AI 엔진을 달아 글로벌 전초기지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이다. 이는 국가 AI 전략을 지역의 성장판에 직접 이식하겠다는 새로운 국가 균형 성장 모델이다.

우리는 그동안 첨단 기술 혁신을 수도권만의 전유물로 여겨왔다. 그 결과 수도권은 과부하에 시달리고, 지역은 청년들이 떠나며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AI 주권'은 서울의 연구실이 아니라 부산의 항만, 창원의 공장, 울산의 조선소에서 실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중앙의 전략이 지역의 산업 현장과 만나는 지점,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진짜 승부처다.

이재명 정부 국정 기조의 핵심은 '실용'이다. 외교와 경제를 따로 보지 않듯, 기술과 지역을 따로 보지 않는다. 부산이 AI 주권의 핵심 기지가 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반쪽짜리 AI 국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정우라는 상징적 인물이 부산 북구로 향한 것은 국가 전략을 지역 산업과 '연결'시키겠다는 선언이다. 구포와 덕천, 만덕의 평범한 골목에서 AI 행정 서비스를 경험하고, 지역 대학 청년들이 서울에 가지 않고도 세계적 기업과 협업하는 구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확장된 AI 주권'의 모습이다.

국가 AI 전략은 한 사람의 이동으로 흔들릴 만큼 나약하지 않다. 이미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고 범정부 차원의 실행 체계도 갖춰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의 청사진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예산의 물꼬를 터줄 '기술과 산업을 아는 입법가'다. 하정우가 청와대에서 '무엇을 할지(What to do)'를 고민했다면, 이제 국회와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할지(How to do)'를 증명해내야 한다. 이는 정책의 완결을 향한 필연적인 여정이다.

지금 전 세계는 AI 속도전 중이다. 기업과 정부가 한 팀으로 뛰고, 외교가 곧 경제인 시대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확신을 주는 사람'이다. 그는 마흔아홉의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기업에서 청와대로, 다시 현장으로 이어지는 그의 전문성이 정치적 실천과 결합할 때 부산은 비약적인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설계자는 이제 연필을 내려놓고 망치를 들었다. 부산의 낡은 엔진을 뜯어내고 AI라는 새 심장을 달기 위해서다. 이 대전환의 골든타임, 그의 부산행 열차가 어떤 도착지를 만들어낼지 주목해야 한다. 결국 혁신은 길을 아는 사람보다, 그 길을 현장에서 직접 개척해 나가는 사람에 의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AI 공약 발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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