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만에 끝나는 전쟁…한국은 '정지 버튼'을 가졌는가

[기고] 미·중 AI 군비경쟁의 실체와 '디지털 중견국' 한국의 생존 전략

2026년 봄의 미-이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월 8일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했지만,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미 해군의 이란 국적 선박 나포가 이어졌고, 이란은 즉각 휴전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전면전과 휴전, 봉쇄와 협상이 뒤엉킨 채, 이 전쟁은 더 위험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전쟁의 종료가 아니라, 전쟁과 평화의 경계가 무너진 새로운 유형의 분쟁이다.

그런데 이 전쟁이 남긴 가장 섬뜩한 장면은 승패가 아니다. 전쟁을 움직이는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오늘의 전장에서 인공지능은 위성 영상과 드론 피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표적을 식별하고, 알고리즘은 기상·지형·병참 조건을 결합해 타격 우선순위를 계산한다. 인간 지휘관은 기계가 제시한 결론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역할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아직 손가락은 인간의 것이지만, 판단의 시간과 공간은 이미 기계가 장악하고 있다. 미-이란 전쟁은 그 사실이 처음으로 대규모로 목격된 경고음이었다. 그러나 중동은 예고편일 뿐이다. 진짜 시험대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그리고 그 충격파를 가장 먼저 정면으로 맞을 한반도다.

독수리와 용의 알고리즘 전쟁

미국과 중국은 지금 항공모함과 핵탄두만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속도로 경쟁하고 있다. 그 경쟁의 윤곽은 이미 선명하다. 미국은 팔란티어(Palantir)의 AI 전장 플랫폼과 국방부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을 핵심 축으로 전장 자동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메이븐은 위성 영상, 드론 피드, 신호정보(SIGINT), 인간정보(HUMINT)를 실시간으로 융합해 적의 전차·미사일 발사대·병력 이동을 자동 식별하고 좌표를 찍는다. 팔란티어의 플랫폼은 이 표적 데이터에 아군 무장 상태, 기상, 교전 규칙을 결합해 지휘관에게 타격 옵션을 제시한다. 미 공군의 DASH(Decision Advantage Sprint) 실험에서는 AI가 인간보다 30배 더 많은 전술 선택지를 10초 이내에 제안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쟁의 리듬이 인간의 사고 속도를 완전히 넘어선 것이다.

중국 또한 이에 뒤처지지 않는다. 인민해방군은 '지능화 전쟁(智能化战争)'을 국가 군사전략으로 공식 제도화했다. 전략지원부대 산하에 AI 기반 지휘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센스타임(SenseTime)·화웨이 등 민간 AI 기업의 기술을 군사 인프라에 통합하고 있다. 중국의 WZ-8 극초음속 정찰기와 CH-6 고고도 드론은 실시간으로 광역 전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분석 체계로 전송한다. 수백 대의 드론이 중앙 지휘 없이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군집 드론 시스템은 이미 훈련을 넘어 실전 운용 단계에 들어섰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미 항모전단을 겨냥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도 AI 기반 표적 식별과 초정밀 유도 체계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핵시대의 공포가 "누르면 모두가 죽는다"는 상호확증파괴(MAD)의 역설적 균형 위에 세워졌다면, AI 시대의 공포는 "내가 너보다 0.1초 더 빨리 판단한다"는 속도의 우위 위에 세워진다. 문제는 이 경쟁에 핵시대의 핫라인이나 군비통제 협정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계가 틀릴 때: '3분의 전쟁'의 공포

AI 전쟁의 진짜 공포는 기계가 너무 잘 싸우는 데 있지 않다. 기계가 틀릴 때 있다. 1983년 9월, 소련의 핵전쟁 조기경보 시스템이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지했다. 오경보였다. 당직 장교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는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직관으로 보고를 묵살했고, 인류는 핵전쟁을 피했다. 인간의 망설임이 세계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AI에게는 직관도, 망설임도, 정치적 상상력도 없다. 데이터가 공격이라고 판독하면 즉시 반응하고, 그 반응은 다시 상대 알고리즘에 새로운 공격 신호로 입력된다.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미중 대만해협 위기를 가정해보자. 중국의 AI가 미 항모전단의 정상적인 기동 훈련을 실제 공격 준비로 오인한다. 혹은 미국의 조기경보 시스템이 사이버 교란으로 인해 왜곡된 데이터를 입력받고 중국의 DF-21D 미사일 발사를 탐지했다고 판독한다. 극초음속 무기는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고, 수백 대의 드론이 군집으로 쇄도한다.

인간 지휘관이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하고, 교전 규칙을 확인하고, 승인 버튼을 누르는 데 허용되는 시간은 얼마일까? 군사 전략가들이 말하는 '3분의 전쟁'은 과장이 아니다. 양측의 AI가 오판과 과잉반응의 자동화된 악순환에 빠져드는 데 인간이 개입할 시간은 이미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위험한 것은 사이버 전선이다. 앤트로픽의 차세대 모델로 알려진 '미토스' 수준의 AI가 네트워크 정찰부터 취약점 탐지, 실제 공격 코드 실행까지 32단계의 복합 침투 시나리오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보고는, 미래전의 첫 총성이 어디서 울릴지를 암시한다. 상하이의 증권거래소가 멎고, 베이징의 통신위성이 교란되거나, 반대로 뉴욕의 전력망이 다운되고 부산항의 물류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 재래식 무기가 불을 뿜기도 전에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이 불안정성은 추상적 가정이 아니다. 미-이란 전쟁이 휴전 합의 직후에도 해상 봉쇄와 선박 나포로 흔들리는 현재 국면이, 그 불안정성을 이미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외교의 실패가 만든 전쟁의 자동화

여기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쟁의 자동화는 기술의 진보이기 이전에 정치의 실패다. 외교가 멈춘 자리를 알고리즘이 대신하고, 신뢰가 무너진 자리를 자동화된 보복 체계가 메운다. 미-이란 전쟁이 보여주듯, 협상 테이블에 앉아 휴전을 이야기하면서도 해상에서는 봉쇄와 나포가 계속된다. 말은 위기관리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기계와 체계가 위기를 증폭시킨다. 이것이 AI 시대 분쟁의 새로운 문법이다. 미중 경쟁이 이 문법을 채택하는 순간, 위기는 훨씬 빠르게, 훨씬 넓은 범위에서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결코 그 바깥에 서 있을 수 없다.

한반도, 가장 위험한 접점

한반도는 이 자동화된 위기의 최전선이다. 대만해협 위기가 고조되는 순간, 주한미군 자산, 한미 연합지휘체계, 미사일 방어망, 통신·사이버 인프라가 연동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문제는 그 연동이 한국 사회의 숙의와 정치적 결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맹의 군사 체계와 자동화된 위기 대응 절차에 따라 먼저 굴러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시스템이 이미 우리를 전장의 일부로 편입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의 질문은 "동맹이냐 균형이냐"라는 낡은 이분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은 AI 전쟁 시대의 규칙을 만드는 나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남이 만든 규칙에 자동 편입되는 나라가 될 것인가?

'디지털 중견국' 한국의 네 가지 선택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전략이 시작돼야 한다.

첫째, AI 군비통제 의제의 선점자가 되어야 한다. 자율살상무기 제한, 군사용 AI 운용 원칙, 위기 시 자동 보복 차단 규범은 아직 국제적으로 완성된 질서가 아니다. 강대국이 이 공백을 자기 방식으로 채우기 전에, 한국은 캐나다·호주·스웨덴·인도·인도네시아 같은 중견국과 함께 'AI 평화 규범'을 국제 의제로 밀어 올려야 한다. 군축 외교는 약자의 도덕론이 아니라, 전쟁 규칙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다. 지금 의제를 만드는 쪽이 미래의 질서를 설계한다.

둘째, 한미동맹 내부에 '인간 최종통제'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연합지휘체계 안에서 AI가 관여하는 표적 선정, 대응 시뮬레이션, 자동 방어 절차에 인간의 명시적 최종 승인 없이는 실행되지 않는 안전장치를 요구해야 한다. 이것은 동맹의 약화가 아니라 동맹의 책임성 강화다. 동맹은 더 빨리 반응하는 체계가 아니라, 더 위험한 오판을 함께 막는 체계여야 한다. 한국이 이 원칙을 한미동맹 내에서 제도화한다면, 그 자체가 국제 규범의 살아 있는 선례가 된다.

셋째, 사이버 방어를 국가 생존 전략의 최상위 의제로 격상해야 한다. 미래전의 첫 총성은 미사일 발사음이 아니라 전력망 차단, 금융 시스템 마비, 통신 교란의 형태로 울릴 가능성이 크다. 전력·금융·통신·항만을 하나의 통합 국가 안보망으로 묶어 방어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국제 공조는 필요하지만 외부 방패에만 의존하는 나라는 결정적 순간에 자기 주권도 지키기 어렵다.

넷째, 미중 사이의 '위기관리 허브'가 되어야 한다. 핵시대에 핫라인이 생존의 최소 장치였듯, AI 시대에는 군사 AI 운용 원칙, 위기 시 통신 채널 유지, 자동화된 오판 차단 절차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신뢰구축 장치가 필요하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위험의 최전선에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장치의 필요성을 가장 절실하게 제안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정학적 취약성을 외교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중견국 전략의 핵심이다.

정지 버튼은 아직 인간의 손에 있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다. 더 빠른 알고리즘을 만드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알고리즘이 폭주할 때 멈춰 세울 정지 버튼을 설계할 의지다. 냉전기의 핫라인은 감상적 평화주의의 산물이 아니었다. 파멸을 피하려는 냉혹한 현실주의의 결과였다. 오늘의 한국에도 그런 현실주의가 필요하다. 미중 AI 군비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어느 편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제어할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기계의 속도는 점점 빛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한 소설가의 말이 떠오른다. 소설가 김애란은 최근 손석희의 인터뷰 프로그램 「질문들」에 출연해 AI와 인간의 결정적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망설임"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망설임은 흔히 결함으로 여겨진다. 느리고, 비효율적이고, 때로는 겁쟁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1983년 페트로프가 핵전쟁 경보를 받아들고 보고를 묵살했을 때, 그를 멈추게 한 것도 정확히 그 망설임이었다. 데이터는 발사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잠시 멈추었다. 그 멈춤이 세계를 구했다.

AI는 망설이지 않는다. 계산하고, 판단하고, 실행한다. 그것이 AI의 강점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속성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고 드론 군집이 쇄도하는 전장에서, 망설임은 패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역사는 종종 그 망설임이 전쟁과 평화를 가르는 마지막 경계선이었음을 증명해왔다.

평화는 여전히 인간의 속도로만 만들어진다. 더 정확히는, 인간의 망설임의 속도로만 만들어진다. 아직 정지 버튼은 기계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정치의 손 안에, 그리고 인간의 망설임 안에 남아 있다. 한국이 그 버튼을 움켜쥘 것인지, 아니면 남이 설계한 전쟁 시스템의 부속품이 될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이란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분명하다. 전쟁은 언제나 시작보다 멈춤이 더 어렵다. 멈추는 것, 망설이는 것, 그것이 어쩌면 기계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인간의 마지막 존엄일지 모른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한국은 다시 인간의 언어로 평화를 설계해야 한다. 망설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 2026년 4월 19일 일요일, 레바논 남부 타이어 펠사이 마을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이후, 마을로 돌아가는 피난민들이 파괴된 다리를 건너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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