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안동 정치의 봄은 왜 오지 않는가

정치권은 서로 눈치를 보며 줄서기에 몰두하는 형국으로 변질...

안동 지역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점점 냉소적으로 기울고 있다. 계절은 분명 봄으로 접어들었지만, 체감되는 정치의 온도는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선거철만 되면 단골 메뉴처럼 공공연히 회자되는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현재의 정치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안동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주자만 4명에 이르면서 겉으로는 경쟁과 선택의 폭 확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짙은 미세먼지 속’과 같다. 누가 무엇을 위해 경쟁하는지,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탁하다. 정책과 메시지는 서로 겹치고, 차별성 없는 구호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선택의 기준을 헷갈려 한다.

여기에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여론조사와 문자 메시지는 시민 피로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울리는 휴대전화 알림은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보다 오히려 정치에 대한 거리감을 키운다. 여론조사는 신뢰보다 의심을 낳고, 메시지는 소통이 아니라 ‘소음’으로 받아들여지는 지경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의 중심이 정책과 공론이 아닌, 이른바 ‘비공식적’ 영향력에 좌우되는 듯한 인상을 떨쳐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정 인사나 개인적 관계에 기대어 지지를 얻으려는 모습은 공정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시민들이 정치 자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지지난해 겨울, 분명히 겪었다. 보이지 않는 손, 이른바 ‘치맛바람’이 어떻게 현실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그날 이후, 정치는 더 투명해져야 했고, 경쟁은 더 공정해져야 했다. 그러나 지역의 현실은 어떠한가 묻고 싶다.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 그 주변을 맴도는 이야기들이 더 크게 회자되는 이 현실을.

정작 시민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정치의 본질은 흐려진 채 언제부터인가 이름 대신 ‘누군가의 배우자’, 혹은 ‘측근의 이야기’가 정치를 대신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논란의 중심에 섰던 두 인물을 굳이 부르지 않더라도, 지역민들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지역 국회의원의 잇따른 해외 일정 역시 지역민들의 정서와는 괴리된 모습으로 비친다. 지역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외부 일정에 집중하는 모습은 현재의 문제를 외면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 공백 틈새로 정치권은 서로 눈치를 보며 줄서기에 몰두하는 형국이다.

결국 유권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누가 더 나은가’가 아니라 ‘그나마 누가 덜 나쁜가’라는 소극적 선택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건강한 경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인물 경쟁마저도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선거가 끝나도 변화는 없고, 시민들의 피로감과 냉소만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게 보인다.

정치는 결국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메시지가 아니라, 더 분명한 비전이다. 더 강한 조직이 아니라, 더 깊은 공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의 사람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사람인가’를 묻는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봄은 이미 왔다. 이제 정치도 봄을 맞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안동의 봄은 계속해서 ‘춘래불사춘’으로 남을 것이다..

▲ 김종우 대구경북취재본부 부장

김종우

대구경북취재본부 김종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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