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어이 중동 늪에 빠지나…이란에 지상군 1만명 추가 파견?

WSJ "국방부, 1만명 추가 파견 검토"…전문가 "하르그섬 점령, 장기전 시발점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이란과의 협상을 언급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이 지상군 1만 명 추가 파병 및 대규모 공격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지상전 확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지상군 투입 목표가 이란 석유수출기지 하르그섬 점령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섬 점령에 전략적 이점이 없고 이란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기보다 장기전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더 많은 군사적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중동에 최대 1만 명의 지상군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파견이 결정되면 이 병력은 이미 중동으로 파견 명령을 받은 약 5000명의 해병대원 및 82공수사단 소속 공수부대원 수천 명에 더해지게 된다. 신문은 추가 파견 대상에 보병과 장갑차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추가 병력이 중동 어디로 배치될진 불분명하다.

미국이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26일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 2명과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지상군 활용과 대규모 폭격을 포함한 이란에 대한 "최후의 일격"을 위한 군사 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검토 중인 선택지엔 하르그섬 침략 또는 봉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도움이 되는 라라크섬 침공, 호르무즈 해협 서쪽 입구 근처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인 아부무사섬 및 두 개의 작은 섬 점령, 호르무즈 해협 동쪽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 선박 봉쇄 및 나포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다른 동맹국들이 참여에 미온적인 가운데 대체로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 단독 돌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미군이 이란 내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핵시설에 매립된 고농축 우라늄 확보를 위한 지상 작전 계획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이 중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추진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백악관 관계자들이 잠재적 지상작전을 "가상"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식통들은 이란과의 협상이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를 격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하르그섬 점령, 상당한 인명 피해 내고 장기전 시발점 될 것·호르무즈 재개방에도 역효과"

지상군이 투입될 경우 하르그섬 장악이 목표가 될 거라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이 섬 점령이 이란에 결정적 타격을 입혀 종전을 이끌 '최후의 일격'보단 장기전의 서막에 가까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분쟁전문매체 <롱워저널>은 26일 미국의 하르그섬 점령이 "스스로 만든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미군이 해병대, 공수부대, 특수작전부대 등을 동원해 하르그섬을 "비교적 신속히 점령"할 순 있겠지만 "진짜 문제는 섬에 상륙한 이후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섬은 페르시아만 안쪽 끝에 위치해 호르무즈 해협에선 560km나 떨어져 있고 이란 해안에선 3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매체는 이란 영토와의 인접성 탓에 상륙한 미군이 미사일과 장거리 무인기(드론) 외에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 로켓 추진 포탄을 발사하는 대포, 1인칭 시점(FPV) 무인기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공격이 성공할 경우 이란 정권은 미군 병사들의 처참한 죽음 영상을 선전에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체는 하르그섬 지상군 투입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오히려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호르무즈 해협과 하르그섬 간 거리가 멀어 두 지역이 군사적으로 크게 상관이 없는 가운데 상륙 병력 보호 및 방어를 위해 해군이 투입된다면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 호위 등에 투여할 수 있는 자원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매체는 하르그섬 점령이 미군의 "상당한 인명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결정적 승리보다 전쟁을 확대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며 "트럼프 행정부가 피하고자 했던 소모전"으로 끌려갈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일단 섬을 점령하면 "철수는 패배로 여겨질 것"이며 미국이 이란 본토에서 오는 공격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다면 "병력 보호를 명분으로 한 해안 지역 점령"까지 시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조셉 보텔도 지난 20일 미 군사전문매체 더워존(TWZ)과의 인터뷰에서 하르그섬 점령 자체는 "실현 가능하다"면서도 "거기 병력을 배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섬 장악에 800~1000명 정도의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란 해안과의 근접성 탓에 주둔 병력이 이란 무기 체계 위협에 노출돼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점령 땐 상륙 병력을 돌보고 보급하고 부상자를 후송할 병참 치원 체계가 필수적이며 어느 시점엔 그 지원 체계 자체 또한 보호 대상이 돼 이는 "종종 더 큰 규모의 작전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보텔은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 회수 지상작전도 물론 가능하지만 이는 하르그섬 점령보다 "더 큰 작전"이 될 것이고 1000~4000명 규모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 450kg을 빼내는 건 "대규모 작전"으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적대 행위가 중단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련 부서들과 협력해 보다 완화된 환경에서 개입하는 대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유럽우주국(ESA) 코페르니쿠스 센티넬-2 위성으로 촬영한 이란 석유수출기지 하르그섬 사진. ⓒAFP=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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