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신형 전투함인 '트럼프급' 함정을 포함해 대규모 전함 투자 사업인 '황금 함대'(Golden Fleet) 계획을 추진하던 존 펠런 해군장관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을 포함한 미 군 수뇌부들과 갈등으로 사실상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펠런 해군장관이 전쟁부 고위 지도부와 수 개월 간 갈등 및 부진에 빠진 해군 함정 건조 프로그램 회생 방안에 대한 의견 차 끝에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 계정에서 "육군 장관과 국방부 차관을 대신해 펠런 장관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행운을 기원한다. 훙카오 해군 차관이 해군 장관 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팰런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였다면서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황금 함대' 창설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신형 전함인 '트럼프급'(Trump Class) 함정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익명을 요구한 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급' 전함은 더 작고 저렴한 무인 함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전쟁부의 전략과 맞지 않아 헤그세스 장관 및 스티븐 파인버그 부장관이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첫 번째 소식통은 매체에 이 거대한 함정의 개발을 시작하는 것만 해도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면서 "헤그세스 장관과 파인버그 부장관이 원하는 방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한 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파인버그 부장관은 해군의 주요 신형 함선 건조 사업을 처리하는 펠런 장관의 방식에 점점 불만을 갖게 됐고, 사업에 대한 권한을 펠런 장관에게서 빼앗아 가려 했다고 전했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쟁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해 펠런이 헤그세스를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현대식 전함 건조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크게 불쾌해 했다"라며 "이후 헤그세스와 파인버그는 해군 소속이었던 잠수함 획득 업무를 총괄하는 새로운 책임자를 임명하고 파인버그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펠런 국방장관의 입지를 약화시키려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급 함정 건조에 대한 의견 차로 불거진 전쟁부 내부 갈등이 팰런 장관의 주요 해임 이유로 꼽히는 가운데, 왜 이 시점에 해임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펠런 장관의 해임 시기는 전쟁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22일 펠런 장관은 의회를 순회하며 상원의원들과 해군 예산 요청 및 기타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연례 청문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 역시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펠런 장관은 발표가 있던 이날 백악관 로비에 있었으며 같은 날 의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라며 "백악관은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혀 갑작스러운 해임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는 팰런 측이 "모든 질문은 전쟁부에 하라"라는 답을 내놨다고 전했다.
매체는 "펠런 장관의 해임은 헤그세스 장관이 1조 5000억 달러 규모 예산안에 대해 의회에 설명하기 일주일 전에 이뤄졌다"라며 "이 예산안에는 주요 해군 프로그램에 대한 상당한 증액이 포함되어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황금 함대'도 그 중 하나"였다고 밝혀 전쟁부에서 함대 구상에 대한 불만을 갖고 이러한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팰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팰런은 마러라고에서 정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고, 지난해에는 의원들에게 한밤중에 대통령과 함선 건조에 대해 문자를 주고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팰런 장관에 대해 "존 펠런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라고 평가했고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는 "그는 역사상 가장 큰 폭의 급여 삭감을 감수했지만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라며 "그는 우리 해군을 재건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제대로 하려면 이런 뛰어난 두뇌가 필요했다"라고 말해 팰런 장관에 대한 신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 방송 폭스뉴스는 "펠런과 그의 아내 에이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가족과 친분이 있으며 플로리다주 팜비치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라며 "(팰런 장관 부인인) 에이미 펠런은 마러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를 위한 브라이덜 샤워(예비 신부를 위한 축하 모임)를 주최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전함과 함대를 만드는 것을 두고 헤그세스 장관을 비롯한 전쟁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팰런 장관은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관이 있기도 하다. 미국 방송 CNN은 팰런이 지난 2006년 엡스타인의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방송은 펠런이 엡스타인과 함께 비행했으며 이 비행기에 다른 여러 금융인들이 함께 탑승했고, 승객 중에는 엡스타인의 가까운 동료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모델 에이전트 고(故) 장뤼크 브뤼넬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브뤼넬은 미성년자 강간 및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가 2022년 수감 중 감옥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방송은 "펠런의 한 가까운 인사는 그가 2021년에 사망한 대형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CEO 지미 케인의 초대를 받아 해당 비행기에 탑승하게 됐다고 말했다"며 "이 인사에 따르면 펠런은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엡스타인의 비행기를 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이후 엡스타인과는 다시 대화하거나 접촉하지 않았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해군장관은 주로 해군의 경영과 행정을 담당하는 민간인 출신 공무원으로 26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관리하고 있다. 전쟁부 장관의 지휘를 받으며 군사 훈련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해군참모총장과는 별도의 직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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