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기업과 경제연구소와 경제신문은 항상 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라는 답을 제시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런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경제뉴스N시선'의 안진이 칼럼니스트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공공부문 하청 및 민간위탁 구조라는 주제로 3개 사업장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봤다(2월 28일, 대면 인터뷰로 진행).
1.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먼저 창출해서 민간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흔히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공공부문 현장을 보면 '비정규직'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하청과 민간위탁의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서 여러 사업장 대표자들을 한 자리에 모셨습니다. 먼저 사업장의 하청 또는 민간위탁 구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한전KPS부터 들어볼까요?
김영훈(이하 김):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 김영훈입니다. 지금까지 발전소 설비 정비 업무는 '발전사-한전KPS-2차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이뤄졌습니다. 한전KPS가 발전사(한국서부발전 등)로부터 발전설비 경상정비 업무 도급을 받고, 그 일부를 다시 하청업체에게 맡기는 방식이지요.
제가 발전소에서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데, 회사가 10번쯤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1년에 한 번 꼴로 바뀐 거죠. 회사 이름도 다 기억을 못 해요. 하청 노동자들은 1년마다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고요. 특히 원청업체가 경쟁입찰을 붙이는 구조인데, 하청 노동자들에게 '이번엔 계약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넌지시 이야기하면서 압박을 많이 해요.
특히 요즘에는 비수도권 발전소 폐쇄가 많잖아요. 수도권에는 LNG 발전소 같은 시설을 신규 건립하고, 비수도권의 오래된 석탄화력 발전소들은 폐쇄되는데 그곳에서 일하던 분들은 한전KPS에게 퇴직을 종용당하거나, 그냥 일방적으로 실직으로 내몰리는 형국입니다. 몇 년 사이에 하도급 노동자들이 많이 나가셨어요.
2. 다음으로 박상준 지부장님, 서해선은 운영과 유지보수가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소사~원시 구간과 대곡~소사 구간이 달라서 복잡하네요. 구조를 한번 설명해 주세요.
박상준(이하 박): 서해선지부 지부장 박상준입니다. 서해선은 구조가 정말 복잡합니다. 일단 서해선 전체를 상부와 하부로 나눠서 볼까요. 상부에 해당하는 역 운영이나 열차운행, 차량기지 운영 같은 분야는 노선 구분 없이 한국철도가 맡고 있습니다. 그중 대곡~소사의 역 운영은 한국철도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고, 소사~원시의 역 운영은 서울교통공사에 위탁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다시 자회사로 서해철도를 설립해 위탁받은 업무를 맡기고 있고요.
문제는 하부인데요, 민간투자로 건설된 각 노선에는 시행사가 존재합니다. BTL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시행사가 국토부와 20년 운영계약을 체결했는데, 시행사가 직접 유지·보수를 할 능력이 없으니 위탁을 하는 구조입니다. 유지·보수의 경우 대곡~소사 구간의 시행사는 철도공사, 소사~원시 구간의 시행사는 서해철도에 각각 위탁했습니다.
복잡한 상하구조와 다단계 위탁구조 속에서 운영비가 줄줄이 새어나갑니다. 그러니 가장 아래 있는 위탁운영사도 어려움을 겪지요. 우리가 하는 업무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업무와 다르지 않은데 자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원청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결국 정부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간 시행사와 실시협약을 체결한 주체는 국토부고, 국토부가 지급하는 운영비 안에서 시행사가 위탁운영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니까요. 철도를 운영하는 민간기업의 이윤추구, 안전투자, 안전인력 고용도 결국 정부가 집행하는 재정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3.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의 경우에는 어떤 구조로 민간위탁이 이뤄지고 있나요?
임지연(이하 임):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 지부장 임지연입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서울특별시 출연기관이지만, 고객센터 업무는 공개입찰을 통해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사들은 서울시 출연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위탁 구조 속에서 일하게 됩니다.
현재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KTis라는 민간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KT의 자회사고요. 계약 기간은 2년이에요. 그때마다 근속이라든지 복리후생, 노동조합과 체결했던 협약들이 다 단절됩니다. 보통 콜센터들이 그렇습니다.
10여년 일하다가 이번에 처음 업체가 바뀌었어요. 근속은 승계했습니다. 그런데 직고용 약속이 안 지켜지고 있어요. 2020년에 서울시에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2023년에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거든요. 그 약속을 지키라고, 현재 서울시와 재단을 향해 투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4.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어떤 콜을 많이 처리하시나요? (한전KPS와 서해선 업무는 짐작이 가니 생략하고요.)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서울시의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증과 정책자금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 재단에서 심사 후 보증서를 발급해 드려요. 그리고 서울시 자금으로 이자 지원도 일부 하고 있어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거든요.
재단 고객센터에서는 저희 상담사들이 다양한 문의를 처리합니다. 고객이 보증 대상인지 아닌지, 무엇을 준비하셔야 하는지, 지원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 드리죠. 물론 심사나 선정은 재단 본연의 업무지만 실제로는 저희가 정책을 다 이해하고, 그걸 바탕으로 최전선에서 고객을 상대하고 있거든요. '나는 왜 (보증이) 안 됐느냐', '내 통장에 돈이 들어왔는데 왜 들어온 거냐', '대표자가 바뀌었는데 보증이 가능한가' 등 다양한 문의가 많아요. 또 앱으로 비대면 보증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앱 사용법을 모르겠다는 문의도 저희가 담당합니다.
문제는 상담사들이 민간위탁 노동자라는 이유로 재단 정규직 직원들이 볼 수 있는 내부 시스템에 접근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확인해서 안내하지 못하고, 재단 직원을 통해 다시 확인한 다음 고객에게 연락을 해주거나 알려주는 형태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 지연이 발생하고, 결국 시민과 소상공인이 더 불편해집니다.
5. 각 사업장의 하청-재하청 구조나 위탁 구조가 노동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김: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는 임금도 제대로 지불되지 않습니다. 한전KPS가 하청업체에 공사를 맡길 때 산출내역서를 보면 하청업체의 이윤이 0원으로 표시된 경우가 있어요. 계약을 따내려고 도급비를 최저가로 적어낸 겁니다. 그런데 하청업체가 순수한 선의로 공사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어디선가 이윤을 가져가야 하는데 어디서 가져갈까요? 하청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직접노무비에서 이윤 창출을 하더라고요. 사실 정부가 중간착취 방지를 위해 공공기관에서는 직접노무비가 하청노동자에게 전액 지급되어야 한다고 했고, 한전KPS도 그렇게 하겠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안 지켜지고 있었던 거죠. 하도급 업체를 통한 임금 착취가 여전히 비일비재합니다.
서: 서해선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이 큽니다. 민간투자 사업으로 정부와 민간시행사 간 체결한 실시협약 기간이 있고, 시행사랑 위탁운영사 간 체결한 위수탁계약 기간이 일치하거든요. 실시협약이 종료되면 민간시행사도 없어지겠죠. 그러면 위탁운영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구조는 임금이나 복리후생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어요. 서해선을 예로 들면, 동종업계인 도시철도공사와 한국철도는 정부지침에 따라 3.5%의 임금 인상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서해선은 시행사-위탁사로 이어지며 운영비가 차감되고, 위탁운영사인 서해철도는 주주인 서울교통공사에 배당도 해야 됩니다. 그래서 올해 임금인상 재원이 2%밖에 없다고 하고 있어요. 이대로 간다면 동일 노동이지만 임금인상률이 달라지는 거죠. 불합리한 일이므로 계속 투쟁해 나갈 예정입니다.
임: 저희도 고용불안이 가장 커요. 2023년도에도 콜이 반으로 줄었다고 구조조정한다고 해서 투쟁을 했거든요.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계약할 때마다 고용이 유지될지 걱정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나중에 입사한 사람부터 잘라서 인원수를 맞추더라고요. 그래서 상담사들이 긴장하게 되고, 콜수가 줄어들까 봐 화장실도 안 가요. 눈치를 보게 되는 거죠.
업체가 변경되면 근속수당이나 복리후생이 단절되기도 하고, 노동조합이 어렵게 체결한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약이 승계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해요. 또 차별 문제도 있어요. 동일한 재단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임금, 복지, 근무환경 등에서 다르니까요.
6. 2025년 인천 맨홀 사고의 경우 공공이 발주한 사업인데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일했고 안전장비도 미비했습니다. 지금 담당하시는 현장에서도 '위험의 외주화'가 나타나고 있나요?
임: 인천 맨홀 사고는 물리적인 추락 사고였지만, 콜센터 현장의 위험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우리 상담사들은 매일 감정적 추락을 겪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악성 민원이나 폭언에 노출되더라도 원청인 재단은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보호 책임을 회피합니다. 결국 하청업체가 자체적으로 민원을 처리하라는 거죠.
안전장비 없이 맨홀에 들어가 일하게 하는 것처럼, 보호 장치 없이 악성 민원에 노출된 상담 노동 역시 '위험의 외주화'라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 위험과 책임은 외주 노동자에게 떠넘겨져 있는 구조니까요.
박: 철도는 대표적인 네트워크 산업인데, 민간위탁을 하고 있으니 안전에 대한 투자가 부재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협업이 불가능합니다.
철도공사 기관사가 지상부 열차운행을 하는데, 선로에 수풀이 우거져 신호기가 보이지 않아서 조치를 요구해도, 서해철도가 유지보수를 하고 있어서 즉각적인 조치가 불가능합니다. 서해철도는 다단계 위탁으로 운영비가 부족해 제초작업을 제대로 못 한 거죠. 서해선 지상부는 수풀이 너무 어거져서... 2025년에 청도에서 발생한 열차 치임 사고 현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또 다원시스 사태로 서해선에서도 열차와 열차 사이를 잇는 연결기가 파손된 적이 있어요. 안전을 위해 저속 운행을 하는 과정에서 승객들이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역무원들이 열차 시간도 안내하고 고객 응대를 해야 하는데, 운영 기관이 다르니 어떠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은 거죠. 더군다나 소사~원시 구간은 대부분 역이 1인 근무이고, 휴게시간에는 역무원이 식사하러 외출하기 때문에 역무원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도 문제지만, 현재의 위탁운영사인 서해철도 아래로 또 다른 도급사들이 존재합니다. 청소용역, 승강기 유지보수 용역에 종사하시는 분들이죠. 특히 청소용역의 경우 전원이 비정규직입니다.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하고, 연차수당은 월급에 포함해서 매년 12개만 부여합니다. 승강기 유지보수 외주작업자의 경우 설비를 보수하다가 다치는 일이 있었거든요. 원청이라면 산업재해 신청을 했겠죠. 그런데 부상자가 책임지고 퇴사했답니다. 이거야말로 위험의 외주화죠.
김: 고 김충현 노동자의 경우 기능장도 가지고 계셨고 능력이 뛰어난 분이었어요. 선반장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2인 1조 원칙이 안 지켜진 거죠. 사고 발생 후 대처를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주변에 없었어요. 하다못해 관리자가 지켜보다가 버튼을 눌러주거나 해야 하는데, 애초에 그럴 여건이 아니었던 거죠.
그걸 누가 지시했는지 보니 원청 공기업인 한전KPS에서 지시했어요. 원래는 시키면 안 되는 업무였어요. 계약에 없는 내용이었고요. 그래서 문서 기록도 남기지 않고 그냥 구두로 지시했습니다. 이게 사고의 구조적 원인입니다.
김충현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원청은 '우리가 시킨 일이 아니'라고 발뺌을 했어요. 그런데 고인이 생전에 남긴 TBM 일지가 있었어요. 거기에 본인이 했던 업무를 다 적어놓았고, 혼자 작업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죠. 그걸 역으로 추적해서 당일 현장에서 그 작업을 원청이 지시했다는 게 밝혀진 겁니다. 그 수첩이 아니었다면 입증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7. 그럼 서해선지부에 궁금한 것부터, 하나씩 다뤄볼게요. 역사에서 1인 근무를 하고 심지어 무인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나요?
박: 지금도 문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역무원이 휴게시간에 식사를 하려고 나간 사이에 몇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어요. 스크린도어가 장애로 개방되었는데, 이럴 때는 조치 후 열차가 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십 분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아서 결국 열차가 출발했는데, 스크린도어는 계속 개방된 상태였습니다. 만약 누군가 뛰어들어 낙상했다면 중대시민재해가 되는 거죠. 무인 역사로 돌아가는 시간대에 승강기에 고객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어요. 그 고객은 십여 분이 지나서야 구출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력이 부족해요. 누군가 육아휴직이나 장기 병가, 연차를 쓰면 갑자기 대체할 사람이 항상 모자랍니다. 열악한 임금 조건에서 최소 인력으로 일하다 보니, 서해선 현장에서는 해마다 다수의 퇴사자가 발생하고 있어요. 이는 곧 안전 공백으로 이어집니다.
8. 조합에서 당연히 인력 충원을 요구하셨을 텐데, 사측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박: 유지보수 인력은 시행사와의 운영비 계약이 정해져 있어서 불가능하고, 역 운영 인력 또한 한국철도공사와 운영비 계약이 정해져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위탁계약의 한계인 셈이죠.
1년에 1번은 신규 공채를 하지만, 정년이 61세까지인 자리가 대부분이에요. 서울교통공사의 정년이 60세고 우리는 61세니까, 대개 그 자리를 1년짜리 기간제로 해서 공사 퇴직자를 잠깐씩 고용하는 상황입니다. 공사의 재취업 자리를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고 현장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셈이죠.
9. 그럼 서해선에 근무하는 분들의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되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박: 서해선 소사~원시 구간의 역 대합실에는 시민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없어요. 대합실 개찰구에서 실시간으로 열차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행선 안내 모니터도 없습니다. 위탁 운영 계약 때문에 별도의 편의 증진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구간에 거주하는 부천, 시흥, 안산 시민들은 지하철 편의에서도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민간 재정으로 건설된 철도에서 복잡한 다단계 위탁 구조로 운영을 하다 보니 협업이 어렵고 안전에 대한 투자도 사실상 부재하거든요. 노동자와 시민 모두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면 철도·지하철 현장의 민간운영을 공적 운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해결책은 바로 '한국철도공사와의 조기통합'입니다. 현재 공사중인 서해선의 원시역~서화성역간 단절 구간이 연결되면 올해 말이나 내년(2027년)에는 대곡역, 김포공항역에서 KTX를 타고 충남 홍성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서해선 KTX가 완전 개통됩니다. 그러나 이 서해선의 중간지점인 소사~원시 구간은 서해철도가 운영하고 있거든요. KTX가 다니는 노선에 철도공사와, 서해철도라는 두 개의 운영사가 매우 비효율적인 이원화 체계로 운영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정부 정책으로 KTX-SRT가 통합이 결정된 선례를 바탕으로, 서해선도 다단계 위탁 구조를 철폐하고 철도공사와 통합해서 효율적인 일원화 운영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합니다. 기존 시행사와 2038년까지 계약이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가능하거든요.
10. 좋습니다. 다음으로 한전KPS비정규직지회에 질문드릴게요.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으셨는지, 또 노동청은 어떻게 판정했는지를 한번 설명해 주세요.
김: 법원에서는 한전KPS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명확히 인정했어요. 평균 근속이 10년이고, 길게 일하신 분들은 20~30년도 되거든요. 그런데 하청업체는 1년에 사장 얼굴 한번 볼까 말까입니다. 심지어 관리자들도 안 와요. 안전 관련해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누가 대표고 누가 관리자인지도 몰라요. 안전관리 시스템은 당연히 없고요. 업체 이름만 달랑 있어요. 발전소 경상 정비만 하는 것도 아니고 본업이 따로 있는데 입찰 넣어서 인건비 챙기려고 들어온 회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상황이니 한전KPS가 직접 지시하는 거죠.
발전소 업무가요, 원하청으로 구분해서 수행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뭐 하나를 고치더라도 협업해야 하고, 특히 상시지속적인 생명안전 업무라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무거운 장비를 다루거나 전기를 다루거나 하는데, 일반 전기도 아니고 특고압을 다루기도 하니 위험한 업무가 많죠. 그래서 항상 동료들간의 협업이 중요해요. 그런 과정에서 한전 KPS가 계속 지시를 해왔고, 연차나 업무 일정도 다 관리하고, 서류 양식도 한전KPS에서 준 것을 그대로 썼어요. 심지어 옷도 똑같아요. 그런데 소속된 업체만 다른 상태로 한전KPS의 직원처럼 일하는 구조였던 거고, 법원에서 그걸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저희가 3년 정도 싸우면서 다 입증을 해냈죠. 한전KPS가 '단순노동'이라고 주장해서 저희가 작업 영상을 찍기도 했어요. 누가 봐도 일반인이 할 수 없는 전문적인 노동이기 때문에 다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지배·개입이 있었고 동종 유사업무를 수행하므로, 한전KPS와 동일한 직급을 설계해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법원이 명령했습니다.
법원 판결이 나온 후, 노동부도 한전KPS에 하청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전KPS는 법원 판결도 노동부 시정명령도 불복하고 항소를 하며 버티고 있어요.
11. 최근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에서도 전원 직접고용 원칙 합의가 도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합의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김: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가 8월 13일에 출범했고, 회의를 많이 했습니다. 분과가 나눠져 있었는데 하나는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문제, 다른 하나에서는 석탄화력 발전소가 폐쇄되는 상황에서 고용안정 문제를 다뤘습니다.
전국에 한전KPS 하청 노동자가 650명 정도 됩니다. 화력 분야와 원자력 분야 종사자들이 거의 절반씩이에요. 직접고용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이 되었고, 남은 쟁점은 어떻게 전환을 하고 처우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입니다. 그 부분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전 협의체가 별도로 구성될 예정이에요.
지회에서 전국의 한전KPS 현장을 돌면서 합의문 내용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설명마저 못한 곳이 있어요. 한전KPS가 저희 합의문에 굉장히 반발을 하고 있거든요. 정부와 하청노동자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는 것, 그리고 시험을 치르고 들어온 사람들이 있는데 단순히 우리가 오래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하면 되느냐는 것을 문제 삼는데요. 사실 그게 아니고요. 한전KPS 하청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한전KPS와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 구조적인 불법파견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입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해서는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김용균과 김충현이라는 노동자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붕괴사고를 포함해서 그 사이에 돌아가신 노동자들만 20명 가까이 되거든요. 그래서 법원 판결도 나온 거고요. 이런 과정들이 있었고, 뭔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취업준비생들도 걱정을 하시는데요. 우리가 공기업에 직접고용이 된다고 해서 취준생들이 불리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발전소 정원이 늘어나고, 사업소별로 부족한 인원을 취준생들이 채우게 될 겁니다. 저희는 한전KPS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발전소의 안전을 지키며 일하고 싶은 거지 서로 싸우려는 게 아니에요. 발전소 폐쇄가 예정된 상황에서 우리가 더 힘을 합쳐야 된다고 생각해요.
12. 이번에는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에 질문드릴게요. 실질적인 사용자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임: 현장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이 콜센터 운영 예산과 상담사 인건비가 포함된 위탁사업비를 결정하니까요. 상담 건수나 응대율 같은 핵심 성과 지표도 재단이 정하고, 업무 시스템과 상담 프로세스 역시 재단의 지침을 따릅니다.
그러니까 상담사들은 재단의 업무 지시와 시스템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입니다'라고 전화를 받기도 하고요. 반면 하청업체는 실제 업무를 통제하기보다 관리비를 받는 인력 공급업체 역할에 가까운 것이 현실입니다.
13. 서울시의 직접고용 권고 이후 재단의 대응은 어떤가요?
임: 서울시는 약 5년 전 출연기관의 콜센터에 대해 직접고용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업무의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2023년에 지부에서 고공농성과 단식투쟁을 했을 때도, 한 달 안에 노사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약속을 받고 고공에서 내려왔던 겁니다. 그런데 실행이 차일피일 미뤄졌어요. 한 번도 직접고용 전환을 위한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고, 노사전 협의체도 구성되지 않았어요. 재단은 서울시에서 더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이유를 들지만, 실제로는 내부 정규직 노조의 반대 등을 이유로 문제 해결을 미루고만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는 거죠.
얼마 전에도 서울시 행정감사에서 박유진 시의원님이 질의를 했거든요. 아직도 직고용 문제가 해결이 안 되었는데 고객센터 상담사들을 만나보기는 했느냐고요. 그랬더니 재단 이사장님은 만나본 적 없다면서, "AI 시대에 콜센터 상담사는 소멸되는 업종"이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씀하셔서…난리가 났습니다. 우리 상담사들의 업무를 무시하고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발언이었으니까요. 지부에서 기자회견도 했어요. 얼마 전에 면담 자리에서 '그때 내가 잘못했다'는 사과를 받아냈지요.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14. 이사장님의 발언에 대해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시나요?
임: 우리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릅니다. 상담 업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거든요.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복잡한 정책과 금융 절차를 설명하는 공공서비스입니다. 저희가 전화를 받다 보면 어려운 정책에 관한 내용을 고객의 특성에 맞게 쉽게 설명하고, 감정까지 보듬어주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때로는 전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도 그냥 '그러셨군요', '너무 힘드셨겠어요'라는 말 한 마디를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AI 기술이 일부 업무를 보조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현장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담 업무를 단순히 사라질 직종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현재와 같은 위탁 구조에서는 고용불안과 과도한 성과 관리 때문에 상담사들이 압박 속에서 고객을 응대하거든요. 그러면 당연히 상담 서비스의 품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상담사들이 직접고용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하게 된다면, 전문성이 축적되고 더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고객 문의에 답할 수 있을 겁니다. 공공서비스의 질이 더 높아진다는 거죠.
정규직 직원들은 '공정성'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저희는 그분들하고 똑같은 업무를 하는 게 아니니까 똑같은 급여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고객센터 업무에 상당하는 급여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까요?
임: 맞아요. 많이 비슷하네요.
김: 사실 공공기관 업무 자체가 다 다 비슷하죠. 전기든, 교통이든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공급하는 일이니까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도 있잖아요. 적어도 이런 공공 서비스에서는 다 정규직 전환해서 비정규직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 방침이었는데… 실제로는 계속 쪼개기를 하고 있어요.
기간을 쪼개서 파견법을 회피하려고 하고, 2년 가까워지는 시점에 회사를 갈아치운다든지… 이런 꼼수와 편법이 공공기관에만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 또래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런 걸 경험할 수도 있고, 용역업체에 소속된 사람들도 있겠죠. 법을 회피하고 무분별하게 외주화를 하는 이런 것들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거죠. 이제 사회 전체의 문제인데 공공기관에서조차 그런 걸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걸 사람들이 많이 공감해 주면 좋겠어요.
15.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 관행에 대해 "부도덕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발언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거라고 기대하시나요? 추가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요?
김: 지역별 국민보고회를 보면 워딩도 괜찮고 말을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협의체 안에서는 바뀌는 게 없다고 많이 느꼈어요. 대통령이 아무리 역할을 하고 의지가 있다고 해도 결국 밑에서 움직여야 하고, 정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잖아요. 그 시스템은 안 움직이더라고요. 결국 노동자들이 나서서 투쟁하고 싸워야 조금이라도 바뀌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현장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여건이 되는지도 봐야 하고요. 저희만 해도 수 년 동안 투쟁을 하고 법적인 근거를 다 만들었는데도 아직 안 바뀌었어요.
박: 대통령이 추진력은 보여주는 것 같아요. 말은 좋으나… 두고 봐야죠. 막상 시행하다 보면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되고, 장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도 안 될 거라고 손놓고 있기보다는, 현장 노동자들이 최대한 목소리를 내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고용 관행을 "부도덕하다"고 지적한 것은 의미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발언 자체보다 실질적인 정책 변화입니다.
공공기관의 상시·지속 업무는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요.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이를 반영해야 합니다. 현장 비정규직의 노동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평가에 불이익을 주도록 해야죠. 또한 이런 정책이 공공부문에만 머무르지 않고 민간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고용정책 인센티브나 제도적 지원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어요.
김: 한전KPS도 그래요. 법적 조치라든지 그런 걸 돈으로 때우겠다고. 직접고용한다는 건데 법적 구속력이라든가 그런 게 없어요. 그래도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압박은 가하고 있는 거죠.
전국을 돌면서 하청 노동자들을 만나고 협의체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데, 현장에는 아직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도 많아요. 그래서 모든 하청노동자를 규합해서 한전KPS만큼은 다 뜯어고치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그냥 참으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알바든 직장이든 갑질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하는 거죠. 잘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노동청에 가서 신고한다거나, 노동조합을 찾는다거나, 무료로 노동상담 해주는 기관 같은 곳을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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