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대신 주식 사라'는 정부, 주거권은 어디 있나?

[인권으로 읽는 세상] 집값 안정 넘어 주거 안정으로

온 나라가 집값이 잡힐지에 주목하는 듯한 날들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지난달부터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다주택자가 보유한 집을 내놓게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부담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보여주듯 대통령이 보유해온 아파트를 매매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 달 사이 서울지역 아파트 매물이 증가하고 2년간 이어졌던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강남과 용산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진정성' 있는 정부의 정책 효과로 평가하며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재명 정부가 그리는 '부동산 정상화'의 그림에는 주거권이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말고 주식에 투자하라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지만, 그 초점은 '주거'가 아닌 '주식'에 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주식시장 활성화와 나란히 제시된다. 폭등한 집값, 급증한 가계부채를 문제삼지만,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자산을 이동시키려는 목표만이 선명하다. 아파트 매매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처럼 "집을 팔고 이 돈으로 다른 금융 투자를 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이득"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다주택자가 부동산 매각 대금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자는 방안을 민주당 의원이 제안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이야기하며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는 곳으로서의 집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주거 안정의 목표 없이 부동산 가격만 잡겠다는 이 정부의 의지는 오직 집의 투자가치를 떨어뜨리는 데만 관심을 보일 뿐이다. 이러한 방향이 일시적으로 부동산 가격 억제에 효과를 거둔다 해도, 여전히 집은 투자상품이라는 지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저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장기 투자상품이 될 뿐이다.

좌우지간 집은 사서 살아라?

한국사회에서 주거문제는 월세에서 전세를 거쳐 자가로, 특히 아파트를 소유해야 '완성'되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언제나 주거 안정은 '내 집 마련'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였고, 어느 정부든 신규 분양과 대출 지원으로 집을 보유하도록 하는 정책이 중심이었다. 주택보급률은 2008년에 이미 100%를 넘어섰고, 해마다 신규 공급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자가보유율은 2006년 61.0%에서 2023년 60.7%로 오히려 하락했고,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크게 감소했다. 민간건설사들을 앞세우며 진행된 개발사업으로 저렴한 주택이 멸실된 자리에 더 비싸게 팔릴 아파트만 들어섰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마다 부동산 정책에서 주택을 둘러싼 규제 방향과 정도가 달랐지만, 다주택 보유부터 '똘똘한 한 채'까지 성공적인 '투자전략'만 변화시키는 데 그쳐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택 수요의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 가격을 문제 삼으면서 그에 대한 대책은 다양하게 도출되었지만, 주거권 보장의 전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재명 정부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서울 전역 및 경기 일부 규제지역 확대, 주택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4차례 발표했다. 그리고 양도세 중과 재개를 비롯해 다주택자 대출연장 불허, 비거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 조치를 시사하고 있다. 실거주용 1주택을 기본으로 삼으면서 얼마나, 어떻게 집을 보유하는지에 따라 규제를 통해 다방면으로 부담을 부과한다는 방향이다. 실수요는 보호하고 투기•투자는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집을 사야만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전제가 그대로일 때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받고 싶은 이들까지 모두 부동산 시장으로 빚내면서 뛰어들 수밖에 없다. 수억씩 빚내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실수요자가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며 더 많은 이익을 쫓아 집을 전략적으로 사는 구도는 바꾸지 못한다. 문제는 집값 그 자체가 아니라, 주거 안정이 소유 여부에 좌우되도록 만들어온 구조다.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사회

주택을 집주인 마음대로 해도 되는 상품으로 여기며 세입자의 주거권을 빼앗은 토대 위에서 집을 사야만 한다는 인식이 강화되어 왔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택 임대차가 작동해온 방식이 전면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집주인은 세입자를 쫓아내며 개발을 통한 부동산 가격 상승부터 임대료 상승까지 가리지 않고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임차인과 임대인의 기울어진 권력관계 속에서 '주거생활의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보호법은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가 도입됐다. 임대료와 임대기간을 임대인 맘대로 할 수 있었던 것에 일부 제한장치를 단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계약갱신 시 임대료 상한을 5%로 제한을 받지 않기 위해 기존 세입자는 내보내고 새로 들이면 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하겠다면 기존 계약관계무시하고 세입자를 내쫓는 것도 가능하다.

2023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이 3.4년으로 자가가구(11.1년)에 비해 현저히 짧고, 임대차법 개정 전인 2017년과 같은 수준인 이유는 이런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주거 불안정에 시달릴수록 결국 집을 사야만 한다는 실수요의 증대와 함께 부동산 수요가 사라지지 않도록 이 사회가 일조하는 것이다.

동시에 집주인은 임대사업에 따른 제약 없이 오히려 세제 혜택도 받으면서 더 많은 수익이 보장되도록 제도로 뒷받침해왔다. 주택을 임대해 이윤을 취한다면 최소한 그 이윤을 얻는 만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책무가 집주인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뭐든지 집주인 마음대로 해도 되는 사적 재산이자 투자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이 지금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작년 3월 민주당도 임차인의 점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요구를 민생의제에 포함해 발표했지만, 이재명 당시 당 대표는 "시장원리를 거스르며 민간 임대차 시장을 위축"한다며 반대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시장원리에 따른 결과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갭투자' 수단으로 삼아도 아무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가 쌓여 전세사기·깡통전세로 등장했고,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임대차 시장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으니 집주인들은 더욱 시장원리를 들고 나온다.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집주인 정보 제공 조치가 '불공평'하다며 임대인협회가 임차인이 어떤 사람인지 선별하는 '스크리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공적 개입과 통제가 없는 임대차 구조가 지속되는 한 집이 투자할수록 수익을 창출하는 훌륭한 상품이 되는 토대는 여전히 견고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어나려면 실수요에 방점을 둔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주거권 보장을 원칙으로 세우는 주거안정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점유 안정성과 적정 주거비를 뒷받침하는 임대차 제도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를 원칙으로 하면서 표준임대료 산정, 임대료 규제, 주거품질 관리와 개선 등으로 사회적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부동산 정치가 아닌 주거권 정치로

정부는 집값을 잡아 실수요자가 살 수 있게 한다고 하지만, 일정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차원에 그칠 뿐 집 때문에 빚을 내고 미래를 저당 잡히라는 요구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동산 정치가 아닌 집을 상품으로 만들어온 구조를 끊어낼 주거권 정치다. 근본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는 "누구의 시선에서 집을 바라보는가"의 질문이 뒤따른다.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고 내몰아온 주거 부정의 위에서 부동산은 거대한 투자 시장이 되고 집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올 수 있었다. 높아진 주거비로 쪽방·고시원·비닐하우스 등 비주택 거주자는 최근 5년 새 20% 넘게 급증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에 국가의 사죄는 없었고, 서울지역 쪽방촌을 공공주택사업으로 진행한다던 계획은 5년 전 발표했던 시점 그대로 멈춰서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요구도 여전히 외면할 뿐이다.

이들의 주거권을 빼앗아 얻은 수익이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 없이 부동산 가격 억제만 하겠다는 정치는 기만에 불과하다. 집을 사야만 하는 사회가 아니라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오늘 우리의 집을 요구하며 주거권 정치를 세워가야 할 때다.

▲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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