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의식 완주군의장 “특정 시점까지 전주·완주 통합 의결하라 압박 있었다”

안호영 의원 면담 언급 “타운홀 미팅 전 통합 의결 정리 요구 받아”
“‘대통령 뜻’ 표현 반복…지방의회 판단에 강한 압박으로 작용”

“‘전략공천’ 언급 메신저도…‘공천 거론되는 순간 설득 아닌 압박’”

▲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이 5일 완주군의회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유의식 전북 완주군의회 의장이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란 속에서 정치권 압박을 주장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뒤, 첫 공식 인터뷰에서 자신이 겪었다는 압박의 방식과 당시 상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혔다.

유 의장은 5일 <프레시안>과 만나 “통합 논의가 정책 토론을 넘어 ‘특정 시점까지 정리하라’는 요구로 바뀌면서 상황이 급격히 꼬이기 시작했다”며 “전화와 개별 면담, 주변 인사를 통한 연락이 이어지면서 의회 판단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앞서 유 의장은 지난 2월 26일 기자회견에서 전주·완주 통합 추진 과정에서 정치권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도의원·군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다음은 유의식 의장과의 일문일답(요지)이다.



▶프레시안: 불출마 선언 이후 몸 상태가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유의식 의장: 기자회견 이후로 진이 다 빠졌다. 며칠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정치가 생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당사자가 되고 보니 ‘변화무쌍하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체감했다. 일주일 사이에 모든 일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프레시안: 불출마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유 의장: 정치적 압박이 가장 컸다. 통합 문제를 두고 의회 내부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고, 이대로 가면 완주가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물꼬를 막지 않으면 상황이 정리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

▲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이 지난달 26일 완주군의회에서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란과 관련해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프레시안: 안호영 의원과의 만남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유 의장: 2월 22일이었다. 안호영 의원이 완주군의회 의장실로 찾아왔고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약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핵심은 대통령 타운홀 미팅 등 일정 전에 통합 의결을 정리해 달라는 취지였다. 나는 의회 절차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시기만 동의하면 끝난다’는 식의 요구가 이어졌다. 날짜를 정해놓고 의결을 요구하는 방식 자체가 설득이라기보다는 압박으로 느껴졌다.


▶프레시안: ‘정해진 시점’이 구체적으로 언제였나. 시점을 특정해 의결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유 의장: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특정 날짜를 전제로 ‘그때까지 결정해 달라’는 요구가 반복됐다. 타운홀 미팅을 앞두고 그 전에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의회는 절차와 합의가 필요한데, 날짜부터 먼저 찍어놓고 의결을 요구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방식은 설득이 아니라 겁박에 가깝다고 느꼈다.

▶프레시안: 당시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의 뜻’이라는 표현도 언급됐다고 했다.


▷유 의장: 직접 그런 말을 들었다. 통합을 ‘대통령 뜻’으로 설명하는 순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지방의회 판단 과정에서는 강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나는 대통령이 기초단위 통합을 특정 시점에 밀어붙이라고 지시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런 표현이 반복되면 의회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기자회견에서는 “드럼통 속에 혼자 갇힌 느낌”이라고도 했다. 어떤 상태였나.


▷유 의장: 과장이 아니었다. 앞뒤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렸다는 뜻이다. 통합 의결을 특정 시점에 맞추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여러 경로로 접촉이 반복되면서 사방에서 동시에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니 ‘드럼통 안에 갇힌 것 같다’는 표현까지 나오게 됐다.

▲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군의회에 전주·완주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취재진이 몰려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프레시안: 기자회견에서는 ‘정동영 메신저’라는 표현도 언급했다.


▷유 의장: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여러 경로로 접촉이 이어졌다. 당시 만남 자리에서 동석한 인사로부터 ‘정동영 장관의 메신저’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도 ‘대통령 뜻’이라는 표현이 언급됐다. 안호영 의원과 단둘이 이야기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계속 자치구 보장이나 재정·권한의 법제화 같은 전제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이야기해 왔다.

▶프레시안: “전략공천을 주면 찬성할 거냐” 같은 말이 돌았다는 언급도 있었다. 공천을 통한 압박이 실제로 있었던 것인가.


▷유 의장: 직접적으로 ‘공천권’이라는 단어가 오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변 인사(메신저)들이 ‘전략공천’ 같은 표현을 꺼내며 흔드는 방식이 있었다. 정치 현실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당사자들은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천이 언급되는 순간 조언이 아니라 압박이 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프레시안: 기자회견 당일 충돌도 있었는데 당시 상황은 어땠나.


▷유 의장: 의원들 마음이 두 갈래였다고 본다. 나를 지키려는 마음도 있었고 기자회견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도 현장을 보고 분노했고 그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 지난달 26일 전주·완주 통합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의장실을 나서던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이 의장실 앞에서 이를 만류하는 군의원들과 통합 반대 측 인사들 사이를 지나고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프레시안: 기자회견을 막는 과정에 안호영 의원 측 영향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 의장: 그런 문제 제기가 왜 나오는지는 이해한다. 이후 상황에서 ‘면피성’으로 보이는 메시지들이 돌았고 그 과정이 진실되지 않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행안부 권고를 막았다’는 취지의 문자가 퍼졌는데 행안부 권고는 국회의원이 내리고 말고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분위기와 가능성을 보고 판단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마치 (안호영 의원)본인이 막아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프레시안: 정치권, 특히 정동영 장관과 안호영 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 의장: 정말 통합을 원한다면 군민과 군의원들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군민의 마음을 얻는 정책을 만들고 법제화 같은 제도적 틀을 갖춘 뒤에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국가 사무를 다루는 정치인이라면 그런 틀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유 의장은 인터뷰 말미에 “제가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완주를 지키는 ‘판’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6월 30일까지 의장으로서 완주를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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