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25억에 구입한 압구정 아파트, 지금 127억에 판다면 세금이 고작 이 수준?

경실련, 부동산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실태 발표

무주택자가 서울 압구정 현대2차 아파트를 2015년에 25억 원에 구입해 2025년 127억 원에 팔았다면 7.6억 원의 세금만 내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일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우리 정부는 개인의 다주택 보유가 집값 상승 원인이라는 진단 하에 1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해 왔다"며 그 결과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어느덧 조세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강남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어 버렸다"라고 주장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2억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보유 및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의 80%를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실제 강남의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압구정 현대 2차 전용 196.84㎡ 실거래 사례를 토대로 장특공제를 적용했을 때, 2015년에 25억에 취득한 압구정 현대를 2025년에 127억 원에 팔았다면 세전 양도차익은 102억 원이 된다.

1세대 1주택자라면 12억 원 공제율 혜택과 장특공제 80%를 모두 받을 수 있기에 내야 하는 세금은 전체 양도차익 102억 원의 7%에 불과한 7.6억 원이다. 세금을 내고도 불로소득 94.4억 원을 취득할 수 있다.

동일 투자액 12억5000만 원으로 강남 아파트 1채를 샀을 때와 지방 아파트 6채(1채는 현금매입 실거주, 5채는 전세 끼고 매입)를 산 경우를 비교했을 때, 장특공제 효과가 얼마나 큰 지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압구정 현대 3차 82.5㎡의 경우, 15년 동안 42.5억 원이 올랐는데, 장특공제액은 26.6억 원으로 최종 세액은 2.4억 원이었다. 12.5억 원을 투자해 15년간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40.1억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반면, 해운대 마린시티에 있는 대우마리나1에 12.5억 원을 투자해 한 채는 3.4억 원 전액 현금으로 또다른 한 채는 전세금을 1.5억 원, 4채는 전세금 1.6억 원을 각각 받고 갭투자로 매입했을 경우 총 가액 20.4억 원 상당의 주택 6채를 매입할 수 있다.

여기의 1채에 3.4억 원이던 집은 15년 만에 10억이 되었으므로 시세차익은 한 채당 6.6억 원, 6채 총 39.6억 원이다. 한 채당 가액이 12억 미만이므로 실거주 한 채는 비과세에 해당하고 나머지 5채는 30% 장특공제를 적용(다주택자 15년 이상일 경우 최대 30% 적용)받아 9.9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최종 산출된 세액은 총 7.9억 원이다.

이럴 경우, 시세차익에서 양도세액 7.9억 원을 제하고 세입자에게 전세금 7.9억 원까지 돌려준다면 최종 가져갈 수 있는 양도소득은 23.8억 원이다. 12.5억 원 투자금에 갭투자까지 동원해 총 주택 가액을 20.4억 원으로 늘렸는데도 강남 똘똘한 한 채가 가져가는 양도소득이 16.3억 원 더 많게 나타난 것이다.

경실련은 "강남 아파트는 가지고만 있어도 집값이 많이 오를 뿐만 아니라 세제혜택도 크다"며 "이러니 돈이 있다면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15년 동안 강남 아파트 시세차익으로 내야 하는 양도세와 근로소득으로 내야 하는 소득세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도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15년 동안 근로소득으로 42.5억 원을 벌었다면 매년 2.7억 원씩 꾸준히 벌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근로소득세는 7983만 원으로 이를 15년 치로 계산하면 약 12억 원이다. 근로소득의 약 3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반면 강남 아파트 양도세액은 2.4억 원으로 세 부담률은 7%에 불과하다.

경실련은 "근로소득세가 불로소득으로 인한 세금보다 5배나 된다는 사실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며 "우리 세법은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해 근로소득 보다 훨씬 더 많은 특혜를 부여하여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조세제도는 불로소득에 대하여 엄격하게 과세하여 소득의 공평한 분배에 기여해야 한다"며 "만일 소수의 가진 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불평등 사회가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는 장특공제 등 똘똘한 한 채에 주어지고 있는 과도한 공제혜택을 재검토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며 "장특공제 문제를 어떻게 손보느냐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권별 강남-비강남 아파트 30평형 시세 비교 ⓒ경실련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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