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닉스'는 이제 '언더독'일 수 없다. '탑독'의 길은 이럴 것이다

[최재천의 책갈피] <슈퍼 모멘텀> 이인숙 , 김보미 , 김원장 , 유민영 , 임수정 , 한운희 글

"2002년,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넘어갔다면, 2012년,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2013년, 하이닉스와 AMD의 HBM 실험이 좌초됐다면, 2020년, 엔비디아의 AI 칩에 HBM2B가 탑재되지 못했다면,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에 하이닉스가 없었다면, 한국 경제의 굴곡과 AI 시대라는 기술패권 전환기를 관통하는 SK하이닉스의 서사를 압축한 5개의 질문이다."

'SK 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를 다룬 <슈퍼 모멘텀>은 다섯 개의 가정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약간 다르다. '어떻게 해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위로 올라섰을까. 대체 어떻게 했길래 SK가 삼성을 이길 수 있었을까. 최고경영자의 기여가 컸겠지만, 만년 2등이라는 자조에 빠져있을 수도 있었던 SK하이닉스의 기술자들은 어떻게 해서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현장의 숨은 비밀은 무엇일까.'

<슈퍼 모멘텀>은 한편으론 반도체 전문서적이라 읽기가 쉽진 않았다. 낮은 이해를 중심으로 덧붙이자면 오너와 CEO 중심만큼이나 대 삼성전자의 관계, 대 엔비디아와의 관계, 대 인공지능과의 관계, 대 현장기술자들에 대한 관계 이런 부분들이 조금 부족해 보였다. 그럼에도 당대의 기업과 기술을 다른 책이 거의 드문 우리 현실에서 인터뷰와 충실한 자료 조사를 통해 이 정도의 성과를 내놓았다는 것 자체는 찬사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더구나 한국 주식시장과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HBM (Hgh Bandwdth Memoy)에 대한 이해를 다질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SK하이닉스에서 30년 넘게 일한 한 임원이 '일류가 되는 조건', 그러니까 '일등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답했다. "일류가 되려면 지속성, 실력, 격 3가지가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로 성과를 내야 진짜 일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그랬던 것이다.

이어지는 곽노정 CEO의 말이다.

"끝없는 전쟁 중에 큰 전투를 하나 이겼을 뿐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1등이 되 더라도 (고객사 협력사와 오픈 마인드로 일하게 한) 2등의 마인드셋은 계속 가져야 한다."

더 이상 SK하이닉스는 언더독일 수 없다. 탑독의 길은 이럴 것이다.

"나는 기꺼이 이 오래된 길을 걸어갈 것이네. 그리고 더 짧고 더 밝은 길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오솔길을 태워버릴 것이야. 이 길을 개척한 선조들은 우리의 주인이 아니라 안내자이기 때문이지." (세네카, <도덕에 관한 서한>)

▲<슈퍼 모멘텀> 이인숙 , 김보미 , 김원장 , 유민영 , 임수정 , 한운희 글 ⓒ플랫폼9와3/4

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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