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총서 '장동혁 비판' 의도적 차단?…"입틀막 의총", "尹 순장조" 반발

미루기로 한 '당명 개정' 설명하며 시간끌기…불편한 얘기엔 '발언 제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윤석열 절연 거부' 기자회견 뒤 열린 23일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려는 의원들과 사실상 발언 기회를 봉쇄한 지도부가 충돌했다. 장 대표에 대한 내부 불만이 누적되는 가운데,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회피하려는 지도부의 태도가 드러났다는 평이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경부터 약 3시간에 걸쳐 국회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의총은 장 대표 강경 노선에 대한 친한동훈계, 소장파 의원들의 불편함이 확인된 자리였다.

시작부터 분위기는 냉랭했다. 사회를 맡은 강선영 의원(원내부대표)이 의총을 열며 의원들에게 "설 명절 잘 보내고 귀향하셨나. 문제없나"라며 "지역구는 다 이상 없으신가"라고 묻자, 한 의원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많아요"라고 반응했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과의 입법 대치 국면을 언급하며 "이 모든 논쟁과 혼란의 유발 책임은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에 있다"고 말한 뒤 모두발언을 마쳤을 땐, 다수 의원이 박수를 치지 않았다. 일부 친한계 의원은 팔짱을 끼거나 경색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초반부터 차가운 공기를 뿜은 의총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다르지 않았다. 몇몇 의원이 자유 발언을 신청해 지난 20일 장 대표의 '절윤 거부' 등 사실상 '윤어게인' 선언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하고자 기회를 엿봤지만, 지도부는 당명 개정 진행 상황과 행정 통합 논의 등으로 시간을 끌며 김 빼기에 들어갔다.

이미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6.3 지방선거 이후 진행'으로 미룬 당명 개정 관련 보고만 1시간이 넘도록 이뤄졌다고. 조은희(재선) 의원은 의총 중간 나와 기자들과 만나 "당명 보고를 짧게 해달라고 했는데, (발언자를) 계속 바꿔가며 1시간 10분, 1시간 20분 동안 하고 있다"며 "누구를 위해 의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조 의원은 "지금 급한 건 '윤어게인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 없느냐'"라며 "이건 당 대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의원들 거수기로 만들지 말고 비밀투표 해서 물어보고, 전 당원에게 물어보자고 말하려 했는데, (의총장에서) 말할 기회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어떤 노선을 가야 할지를 논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입틀막 의원총회와 다름없다"고 적었다.

이후에도 의총장을 나오는 의원들로부터 '이게 뭐 하는 건가'라는 하소연 이어졌다. 당명 개정과 행정 통합 얘기로 의총 주제가 제한되는 바람에 장 대표를 향한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어려운 흐름으로 흘러갔다는 성토였다. 이 같은 의총 분위기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이들은 조경태(6선)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초재선 의원이었다.

의총장에서 "내란수괴범 윤석열과 절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참패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힌 당내 최다선 조경태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수괴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순장조인가"라고 반발했다.

조 의원은 "유감스러운 게, 오늘 주 내용은 절연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당명 개정과 행정 통합 이야기로 너무 시간 끌기를 하는 것 같다. 일종의 김 빼기 작전"이라며 "지도부가 이런 꼼수 좀 안 썼으면 좋겠다. 지금 이에 대해 발언하는 사람이 현재로서는 저밖에 없다"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친한계 배현진(재선) 의원도 "오늘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대폭락했는데, 당명 개정과 대구·경북 통합 논의만 하고 있다. 이런 한가한 얘기할 시기인가"라며 '장 대표 기자회견에 대한 의원들의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발언은 아예 못 하게, 주제가 다르다고 원내지도부가 다 막는다"고 밝혔다.

한지아(초선) 의원은 "당이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는다. 의총 진행 순서를 이렇게 짠 거가 의도적"이라며 "유감"이라고 말했다. 안상훈(초선) 의원은 "주제를 정해놓고 (의총을) 한다"며 "장 대표 발언이 많은 국민이 기대한 거랑 다른 게 나왔다. 빨리 바꾸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태(초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계엄을 옹호하는 반헌법적 정치노선과 확실하게 절연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라며 "당 지도부는 불법 계엄으로 축소된 보수의 자산을 다시 그 절반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당이 망해도 당권만 쥐고 있으면 그만인가"라고 장 대표를 겨냥했다.

반면 나경원(5선) 의원은 "'절윤'이니, 절연이니 이런 논란도 어떻게 보면 민주당 프레임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장 대표를 옹호했다.

윤상현(5선) 의원도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꿀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와 맞서 싸울 때 국민의 용서가 이뤄진다. 이걸 할 수 있는 분은 장 대표"라고 발언했다. 윤 의원은 나아가 "저는 '절윤해라' 그런 정치 안 한다"며 "나락으로 떨어진 분한테서 도망가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장 대표는 의총 중 당내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절윤 거부'를 선언한 자신의 메시지 기조에 정당성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 간사 이성권(재선) 의원은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 선고에 대해 당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공개 여론조사를 들고 왔고, 75%가 (장 대표) 본인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의원은 "선거는 51대 49의 싸움"이라고 반박하며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국민 여론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해 맞섰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통상 점심시간을 위해 갖는 중간 정회도 없이 이날 3시간 동안 의총을 진행했다. 하지만 주제와 발언권이 제한된 의총에 답답함을 느낀 다수 의원이 의총 중간 자리를 떴고, 결국 아무런 결론도 못 내린 채 이를 마무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배현진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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