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한동훈, 재보궐 출마 무게…판은 장동혁에 달렸다?

韓 목소리 오히려 키운 '제명' 사태…친한계 "이번에 당선돼야"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의 다음 행보로 '무소속 출마'가 유력하게 꼽히는 가운데, 한 전 대표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열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 12월 여당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정치인이라는 점은 한 전 대표의 약점이자 한계로 평가됐기 때문.

이에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대구, 부산, 수도권 등 여러 선택지가 한 전 대표 앞에 놓였다. 설연휴 직전 <프레시안>이 접촉한 복수의 친한동훈계 인사들은 한 전 대표에게 '당선 안정권'을 추천했다. 한때 '정치적 체급을 높이기 위해 험지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아예 불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장동혁 지도부가 주도한 최근의 제명 강행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원내외 친한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전 대표는 시·도지사 등을 뽑는 지방선거 대신 보궐선거 출마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출마를 공식화하는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이르면 이달 말도 거론되지만, 양당 공천 구도를 지켜본 뒤 당선 가능성을 판단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1당(더불어민주당)과 2당(국민의힘)이 보궐선거 지역에 어떻게 공천하는지가 주요 참고 사항이 될 것이다. 한 전 대표 입장에서는 시기를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기 때문에 공천을 봐 가면서 최종적으로 (자신의 출마 지역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공천은 당내 경선을 거쳐 오는 4월 중순쯤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다른 친한계 의원은 "지금은 한 전 대표의 어려운 처지, 핍박받는 부분이 많이 알려지는 게 중요한 시기"라며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2월 19일)까지는 두고 보고, 그 이후에 움직이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의 출마 지역구로는 입을 모아 "당선될 곳"을 제시했다. 지난달 한 전 대표 제명 확정 직후, 정치권에선 현역 국회의원이 최종 대구시장·부산시장 후보가 될 경우 해당 의원의 지역구에서 진행될 보궐선거에 한 전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수도권에서 보수세가 강한 일부 지역도 후보군으로 지목된다.

같은 맥락에서 '적진'에 가까운 이재명 대통령의 전 지역구 인천 계양을 출마에는 하나같이 난색을 표했다. 낙선 시 정치적 타격이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친한계 의원은 "정치적 체급은 이미 높아져 있고, 엉뚱한 곳에 가서 에너지 낭비를 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곳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원도 "뭐가 됐든 당선되면 좋겠다. 정치인은 당선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한 전 대표가 중장기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면 중도·개혁·합리적 보수에 호소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수도권에서 지역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보수 상징성 확보 목적으로 대구, 부산에 도전할 수도 있으나 이들은 개혁 보수 지향성을 갖는 지역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원내로 입성한다면 정치 조직화·세력화 측면에서 한 전 대표에게 더 유리한 토대가 마련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자연스레 보수 분화 단계가 시작될 경우, 국민의힘 주류의 극우화 경향성 역시 제어될 수 있다.

"정권·가짜보수 심판" 투트랙 검토…張이 尹 절연하면?

한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전선은 이재명 정부와 국민의힘 모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한 인사는 "야당으로서 정권 견제론과 '진짜 보수'로서 '가짜 보수'를 심판하는 전선을 동시에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짜 보수', '가짜 보수'는 한 전 대표 징계 국면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을 규탄하며 내건 구호다.

장 대표에 각을 세우는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대체로 '윤 어게인'과 밀착하며 강성화하는 현 지도부를 비판적으로 바라봐 왔다. 한 전 대표 개인 캐릭터성이 지지자 결집의 요인이기도 하지만, 장 대표가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에 호응하는 행보를 보일수록 반대편에선 보수 진영의 한 축을 이루는 한 전 대표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세졌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한 전 대표는 엄연히 '타당 후보'인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원할 수 없다. 당 소속이 아닌 후보를 지원하는 행위는 당에서 해당행위로 간주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팬덤·지지자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선거운동은 한 전 대표에게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다. 한 전 대표 측은 "(지난 8일) 토크콘서트에서도 드러났듯 한 전 대표를 원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자연스럽게 행보를 할 수 있는 기반은 있는 것"이라며 "민생 투어, 민생 경청 행보를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움직임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사에서 무소속으로 생환한 사례는 많다"며 2009년 재선거 당시 무소속 정동영, 2016년 총선 때의 무소속 유승민·주호영, 2020년 총선에서의 무소속 홍준표 당시 후보들의 당선과 당적 회복 전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의 입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리더십 회복이 한 전 대표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장 대표가 현재 국민의힘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인 '윤 어게인' 세력과 거리를 두고, 윤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을 선언했을 때 당은 외연 확장을 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안 세력으로서의 '무소속 한동훈'의 활동 범위는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한 전 대표의 존재감을 키우고, 조직적 활동이 뜸했던 친한계를 활성화한 것 역시 장 대표의 '제명 강행' 사태였던 만큼, 지방선거 국면에서 장 대표의 쇄신 행보가 두드러진다면 한 전 대표의 목소리는 주변부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 전 대표의 존재감이 약해지려면 장 대표가 개혁적으로 해야 한다. 이건 한 전 대표에게 달린 게 아니다"라며 "장 대표 체제가 무너진다면 한 전 대표를 향해 '돌아오라'는 이야기가 있겠지만, 국민의힘이 완벽하게 대승을 거둔다면 한 전 대표는 잊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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