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한국 및 서방 국가들을 주축으로 하는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이 출범됐다. 포럼에 참여하는 국가 간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인데, 실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일 외교부는 "조현 외교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첫 핵심광물 장관급회의에 참석하여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과 다변화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는 미국 국무부가 최초로 개최한 핵심광물 공급망 분야 장관급 회의로, G7 국가를 포함하여 채굴, 제련, 중간재 및 최종재 제조 등 공급망 전 주기에 걸쳐 협력 중인 56개국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기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은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 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으로 재출범했다"며 "조 장관은 'FORGE'의 출범을 환영하며 의장국으로서 회원국 간 협력 확대와 실질 협력 사업 발굴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 <AP> 통신은 4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정부는 전투기부터 스마트폰까지 모든 제품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지배에 맞서기 위해 관세를 활용하여 최저 가격을 유지하는 핵심 광물 무역 블록을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밴스 부통령은 일부 국가들이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하고 회원국들에게 자금 조달 및 핵심 광물 접근성을 제공하는 무역 블록에 서명했다고 밝혔다"라며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 계획이 서방 국가들이 핵심 광물 접근성 문제에 대해 불평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유럽연합(EU)과 일본, 멕시코는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 이외 지역의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 정책 및 최저 가격제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라며 구체적 대응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도 희토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수출입은행의 100억 달러 대출과 약 16억 7000만 달러의 민간 자본 투자를 통해 희토류를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계획인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발표한 바 있다"라고 소개했다.
통신은 "미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우선시하는 이유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70%와 가공량의 9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범한 포럼이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참석 국가들에게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는 등 목표한 방향으로 작동하기 위해 통신은 "회원국들이 뒤로는 저렴한 중국산을 구매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장치와, 기업들이 필요한 핵심 광물을 중국에서 조달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콜로라도 광산대(Colorado School of Mines)에서 희토류를 연구하는 경제학 교수 이언 랭 교수가 말했다"고 전했다.
랭 교수는 "이는 기본적인 경제학이자 전형적인 인간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속일 수 있고 들키지 않는다면, 그렇게(중국으로부터 저렴하게 희토류 수입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은 "그는 최소한 방위산업체의 경우 전쟁부가 해당 기업들이 핵심 광물을 어디에서 조달하는지에 대해 강제할 수 있지만, 전기차 제조업체나 다른 제조업체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밝혔다.
현재 주요 전략 광물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정련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중국은 20개 전략 광물 중 19개에 대해 평균 70%가 넘는 압도적인 정련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정련 공급망의 다변화는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2035년까지 상위 3개 정련 원자재 공급업체의 평균 시장 점유율은 82%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쳐, 사실상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중국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공급망 협력이 원활히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공급망 다각화에 대해 "시장 원리로만은 실현될 수 없다"며 "잘 설계된 정책 지원과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역 프로젝트에 대한 비용은 일반적으로 기존 생산 시설보다 약 50% 더 높다. 이러한 높은 비용은 가격 변동성, 경제적 불확실성과 맞물려 공급망 다변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공공 재정 지원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프로젝트 운영을 위해서는 규칙에 기반한 시장 메커니즘 또한 필수적"이라고 말해 초기 투입 비용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차액보상계약(CFD)이나 상한선제, 하한선제 같은 가격 안정화 제도는 과도한 재정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물량 보장 메커니즘 또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 확실성을 높여 투자를 지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인데, 정련에 대한 중국 점유율이 10년 이후에도 여전히 80%를 넘나든다는 예측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에 대해 투자를 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출범한 포럼 외에 밴스 부통령이 언급한 '핵심 광물 무역 블록' 등 다른 협의체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5일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무역 블록과 관련해 "FORGE와는 연결은 되어 있지만 다른 미국의 노력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저희들이 검토를 한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에 미국이 한 것은 처음으로 제시한, 초기 단계의 구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미국과 핵심 광물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양해각서(MOU)까지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 비해 한국 정부는 아직 MOU 체결은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저희들은 아직 미국과 양자적인 MOU는 체결돼 있지 않다"라면서 '핵심 광물 무역 블록'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블록에 가입, 참여하라는 요청은 사실 진지하게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이처럼 미국 및 서방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배경으로 이같은 협력이 중국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당국자는 "다자 간 협의체는 어떤 특정 국가를 어떤 차별하거나 배제하기 위한 모임은 아니다"라며 중국을 의식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핵심광물장관급회의 개최에 대해 4일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당사자가 글로벌 광물 공급망의 안정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린젠 대변인은 "중국은 항상 모든 국가가 시장 경제 원칙과 국제 경제 무역 규칙을 준수하고, 소통과 대화를 강화하여 산업 및 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한 흐름을 공동으로 유지하며, 세계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이 주도한 포럼에 그린란드 문제를 두고 미국과 대립을 보이고 있는 덴마크는 참여하지 않았다. <AP> 통신은 "이번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과 베네수엘라 등 다른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 시도로 인해 워싱턴과 주요 동맹국 간에 상당한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개최"됐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번 회의는 미국이 국가 안보의 핵심 우선순위로 간주하는 사안에 대해 관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면서도 "프랑스와 영국 같은 주요 동맹국들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광물 자원이 풍부한 나토 동맹국인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불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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