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사태로 촉발한 그간의 '거취 표명' 요구에 대해 "오늘부터 내일까지 당 대표직에 대한 사퇴나 재신임 요구 목소리가 있다면,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저에게 그러한 요구를 하는 의원이나 단체장이 있다면 본인들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에 대한 사퇴, 재신임 요구는 당원들에 대한 도전"이라며 선전포고도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사전 원고 없이 15분에 걸쳐 발언을 이어간 장 대표는 내내 단호한 표정이었다. 주변에는 정희용 사무총장, 김장겸 정무실장, 박성훈 수석대변인 등 장 대표와 가까운 지도부 인사들이 나란히 앉았다.
장 대표는 "(중앙당) 윤리위원회나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불만이 있다고 당 대표 개인에게 그 정치적 책임을 물어 사퇴, 재신임을 요구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반박했다. 특히 "당 대표는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다"는 점을 그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당 대표의 결정은 당원을 대신해서 하는 결정"이라며 한 전 대표 제명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당원 게시판 당무감사가 지난해 전당대회 기간 공약이었단 점도 피력했다.
장 대표는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 글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장애가 되도록 만들었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여론조작", "당내 갈등을 계속 키운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당무감사위원회와 윤리위 조사, 최고위의 의결 과정은 "당헌·당규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어떠한 하자도 발견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장 대표는 "우리 당은 그동안 함부로, 또는 가볍게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흔들려고 해왔다. 소장파, 혁신파, 개혁파라는 이름으로 쉽게 흔들어왔다"며 거취 표명 요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부터 내일까지 당 대표직에 대한 사퇴나 재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저는 사퇴 또는 재신임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당원의 뜻을 물어, 당원들께서 저를 사퇴하라고 하거나 재신임하지 않는다면 저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국회의원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했다.
장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강성 당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된 점이나, 최근 고성국·전한길 씨 등 극우·강성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당원으로 가입해 장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전당원투표가 이뤄졌을 때 장 대표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 대표는 "저에게 (재신임 또는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 단체장이 있다면 본인들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들도 똑같은 조건을 걸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사실상 장 대표 사퇴를 압박해 온 친한동훈계 의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겨냥한 것이다.
장 대표는 "당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일을 요구한다면, 본인들도 그것이 관철되지 않을 때 정치적 생명을 다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구라도 내일까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제게 재신임·사퇴를 요구한다면 저는 곧바로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며 "저도 대표직·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제주도에서 예정된 일정을 이유로 취재진의 질문을 2개만 제한적으로 받은 채 떠났다. 이때 기자들로부터 '비상계엄 옹호'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는데, 장 대표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지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편 이날 오후 토론회 참석차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오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직을 걸라는 건 참 실망스럽다"고 장 대표를 비판했다. 오 시장은 "계엄과 절연하고 잘못을 반성해야 비로소 지방선거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 많은 뜻있는 분이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지도부 노선으로 채택해 실행해 주길 바랐는데, 고민이 담긴 답변을 해줄 걸로 기대했는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자리를 걸라'는 건 공인으로서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국민이 의원직을 주셨고 시장직을 주신 것"이라며 "그 자리를 걸고 당 노선 변화를 요구하라? 이건 공직에 대한 장 대표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판단은 국민 여러분이 해달라"고 했다.
친한동훈계 한지아 의원도 SNS에 쓴 글에서 장 대표의 이날 회견에 대해 "사퇴 요구에 대한 답이 아니라 '사퇴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이미 결과가 보이는 판을 깔아놓고 '당원이 결정한다'는 건 책임 정치가 아니라 계산 정치"라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혼자 판 깔고, 혼자 규칙 만들고, 혼자 심판 보고, 혼자 승리 선언하는 정치. 이것은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책임 회피의 연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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