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재신임? 사퇴?…국민의힘, 마라톤 의총에도 출구 없는 수렁

친한계 vs 당권파 정면 충돌…장동혁 "수사로 잘못 밝혀지면 정치적 책임질 것"

국민의힘이 2일 한동훈 전 대표 제명과 장동혁 대표 거취 문제를 두고 백가쟁명식 논쟁을 벌였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수위가 과하다는 지적과 지도부의 결정을 두둔하는 의견이 대립한 가운데, 침묵을 깬 장동혁 대표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대신 "경찰 수사를 통해서 의혹을 털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당원 게시판 문제를 수사기관으로 넘기고, 정치적으로 해소할 의지는 없음을 못 박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약 3시간 50분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고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을 둘러싼 마라톤 토론을 벌였다. 의총은 '장동혁 지도부'가 한 전 대표 제명안을 확정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 10여 명이 징계를 강행한 지도부가 직접 그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며 요구서를 제출해 소집됐다.

송언석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등 공개 식순 10여 분을 제외하면 의총은 언론의 취재를 허용하지 않는 비공개로 진행됐고, 20여 명의 의원이 단상에 올라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명 의결 과정에 있었던 김민수·양향자·조광한 최고위원도 원외 인사지만 의총에 참석했다.

의총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 대표는 "당원 게시판 문제 관련 사실관계에 있어서 갖가지 의혹이 있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통해 털고 가겠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등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장 대표는) 단순히 부적절한 댓글을 작성한 게 문제가 아니라 여론조작이 핵심이라는 말을 했다. 일부 의원도 '드루킹과 같은 여론조작이 아니냐'고 말했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징계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정치적 책임도 지겠다는 말을 (장 대표가)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 글 작성에 한동훈 전 대표와 그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문제를 "여론조작", "당심 왜곡"으로 단정하고, 정치적 수습 대신 경찰 수사 결과에 자신의 거취를 맡기는 방식으로 우회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장 대표는 "계엄 옹호나 내란 동조, 부정선거와 같은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한 적이 없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말 한마디, 숨소리 하나 신중하게 선택해 발언해 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당원의 뜻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많은 당원에게 상처를 줬다"는 말도 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총 소집을 요구한 '대안과미래' 의원들을 비롯해 친한계 의원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전 대표 제명에 대한 장 대표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대안과미래' 소속 권영진 의원은 의총에서 "당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그랬다는데, 현실적으로 갈등과 분열이 더 극심해지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해 당 대표와 지도부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발언했고, 김용태 의원도 "장 대표가 제명 결정 배경에 대해 국민과 당원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3선 윤한홍 의원은 "장 대표는 정치인이 아니고 판사다"라며 탄식했고, 친한계인 안상훈 의원은 "비판 의식을 가진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용원 의원은 '장 대표의 설명이 충분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코멘트"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장 대표와 가까운 김민수 최고위원은 장 대표를 엄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도 "당원들이 선택한 당 대표의 목을 치려고 한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걸 것인지 묻는다. 국회의원직이라도 거시겠는가"라며 장 대표 사퇴 요구에 날을 세운 바 있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의총장에서 친한계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날 선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의총에서는 일부 의원들로부터 장 대표 사퇴 요구도 나왔다.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만큼 장 대표의 거취나 당원 재신임 투표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총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4시간에 이르러 토론했는데 어떤 접점을 찾거나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결론을 내린 건 없다", "조금 난상 토론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의총에 앞서 열린 부동산 정책 협의회 뒤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장동혁 디스카운트'가 이번 지방선거를 덮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매우 크다"면서 장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명확하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이른바 '절윤(絶尹)'을 분명한 기조로 해야 비로소 국민께 호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저 혼자만의 염려가 아니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각 지자체장, 출마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동혁 리스크로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이 대패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때 가서 책임을 묻는 것보다 지금 노선 변화를 강력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며 장 대표의 퇴진을 거듭 압박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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