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스 채굴만 강행하면, 모잠비크 주민의 삶이 더 힘들어진다. <프레시안>이 지난해 11~12월 인터뷰한 현지 주민과 활동가, 연구자들 14명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권과 기후 측면에서 이들이 말하는 대안과 한국의 책임을 들었다. 편집자
모잠비크에 가스전은 경제적으로 얼마나 이로울까? 가스 개발 초기부터 국가 재정을 감시해 온 공공청렴센터(CIP)의 루이 마테 연구원은 "국가가 모잠비크LNG로 매해 얼마나 벌게 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분쟁 전인 2018년, 가스전 전체 운영 기간 약 494억 달러 공공 수입을 번다는 추정은 있으나 이는 분석보다 낙관적 가정에 기초했다"고 밝혔다.
재무분석 비영리기구 '오픈 오일'은 25~30년간 총수익이 기대치의 40% 수준인 184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모잠비크는 기업들이 초기 투자비를 회수한 후 수익을 배당받기에, 가동 후 10~15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수익을 받는다. 동시에 모잠비크는 가스전 지분 참여를 위해 160억 달러의 막대한 대출까지 받았다. 오픈 오일은 빚 상환 후 남는 가치는 1억 4000만 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발 회사들은 생산세, 법인세, 각종 수수료 등을 정부에 납부하지만, 현지에선 이들이 오히려 세제 혜택을 본다는 시각이 강하다. 이를테면 컨소시엄 기업들이 두바이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을 이용한 사례가 있다. 모잠비크와 아랍에미리트가 맺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악용해 두바이 법인으로 참여하면 조세를 회피하는 게 가능하다. 이때 배당금과 이자에 대한 원천징수세율 20%는 0이 된다. 비영리기구 오픈오일은 2021년 이에 따라 총 53억 달러 손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2023년 한 연구는 이자 원천징수세에서만 13~20억 달러가 회피된다고 분석했다.
주앙 페이조 OMR(농촌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이를 자본집약적인 자원 개발 사업의 실상이라고 봤다. 쉽게 말해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다국적 기업이 남반구 국가보다 우세한 지위로 컨소시엄에 들어와 자원만 채굴해 가고, 나머지 가공이나 설비투자는 북반구에서 이뤄진다. 투자 규모는 크지만, 투자와 이윤이 현지에 분배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필요한 것
당장 현지에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신속한 보상이다. 모잠비크 LNG 단지가 들어설 아푼기 반도로부터 강제이주된 주민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 재정착 마을의 주민 무사(가명) 씨는 "농지와 어장을 잃은 주민들은 오랫동안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토탈에너지는 주민들과 처음 했던 약속을 지키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천연가스로 돈 취할 자 vs 황폐한 빈곤에 빠진 자', 누가 거짓말하나?)
수용된 농지를 아직 보상받지 못한 팔마 주민 오마르(가명) 씨는 한국 등 투자에 참여한 국가들에 "모니터링은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여기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거라곤 땅 밖에 없다. 그 땅으로 살았고, 프로젝트를 믿어서 다 준 건데 결과가 이렇다"며 "배상 문제는 많은 주민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연관돼 책임있는 해결이 필요하다. 모잠비크 정부, 투자한 은행, 투자한 회사들의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부델가두의 피델 테렌치아노 IDES 소장은 "투자자는 '우리는 세금을 냈으니 주민 문제는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는 인식만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그들이 내는 세금과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사회적 책임 사이엔 균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약속의 이행"이라며 "만약 지역 발전과 관련한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투자자가 정부에 이행을 요구하는 감시체계나 제도상의 압력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지역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경제
피델 소장은 "경제는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며 지역 경제와의 연계를 가장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이걸 '가스 산업 훈련'이라고 부르는데, 기술 훈련과 직업 기반 훈련 인프라를 마련해 주민을 훈련하고, 역량을 강화해 그들도 가스 산업에서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그리되면 가스 추출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됐다고 믿는 지역 사회 시각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투자자를 향해 "가스 채굴 투자는 반드시 지역사회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며 "또한 지역 사회 개발 사업의 추진은 지역사회 스스로가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젝트와 지역사회 공동체 간 신뢰가 생긴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자원 개발의 가능성을 묻자, 제리 메켄지 OMR 연구원도 "가스 가치 사슬(생산-소비 전 과정) 전체에 지역 주민을 포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토탈에너지의 투자가 지역의 물류, 외식, 금융, 호텔업 분야 등에 경제적 영향을 준 건 맞지만, 관련 기업 대부분이 외국 기업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스전 관련 기업 활동을 지원하거나, 해당 지역 공동체의 가장 발달한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부델가두 경우엔 농업, 어업, 상업, 관광업 등이다. 그는 "모잠비크 정부는 자본집약적 자원 산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인구 80% 이상이 종사하는 농업, 어업, 상업, 제조업, 관광업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분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테 연구원은 "가스전 중단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상당한 비용과 잠재적 소송을 수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거버넌스와 안전장치 강화 없이 '현 상태 그대로' 가스 개발을 계속하는 것은 분쟁과 빈곤 등 같은 문제가 반복될 위험을 키울 뿐"이라고 밝혔다.
기후·환경 측면에선
모잠비크엔 가스 개발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잠비크는 대표적인 기후 위기 취약 국가다. 총인구의 31.5%만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IISD(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2023년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는 모잠비크의 열악한 전력 공급 상황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며 "그러나 재생에너지에 투입된 금융 지원액은 2억 100만 유로, 가스 개발에 투입된 국제 금융 지원은 약 60배인 138억 달러"라고 지적했다.
환경·기후단체 진영에선 가스 개발 전면 중단을 주장한다. 영국, 프랑스, 모잠비크 등의 '지구의 벗'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가스 개발의 기후 위기 가속화를 우려한다. 가스 생산으로 배출되는 메탄양도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데다, 가스 소비까지 전 과정을 셈하면 한 개 사업에서만 사업 주기 동안 총 33~45억 톤(t)이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 27개 국가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많다.
특히 "현재의 LNG 개발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가스 개발이 지역 생태계와 전 지구적 기후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평가엔 가스 개발지의 육상·해양 동식물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피해 영향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여러 가스 개발 사업이 집중돼 있고, 25년 넘게 장기간 이뤄지기에 누적 영향 조사도 해야 하지만, 누적영향조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용 LNG가 아니라, 국내 에너지 빈곤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충을 대안으로 꼽는다. 특히 고용 창출 효과가 작은 가스 산업보다 인구 대다수가 종사하는 농·어업 등 핵심 산업을 다각화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남반구의 빈곤국이 가스 개발에 의존하지 않도록 부채 탕감과 '기후 기금'을 주장한다. 기후 위기 책임은 주로 북반구 국가에 있지만 기후 위기 피해는 남반구 국가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제안되는 보상금 형태의 기금이다.
한국은 어떻게
지난 1월 23일 <프레시안>과 만난 오동재 기후솔루션 가스팀장은 "모잠비크 가스전이 현지 시민들의 삶을 향상하기보다 빈곤과 갈등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이미 지표로 증명되고 있다"며 "한국 공적 금융은 다가오는 금융 보증 만료 시점에서 모잠비크 LNG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4년 간 모잠비크 가스 개발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한국 공적기관들의 화석연료 투자 지원 현황을 감시해왔다.
그동안 한국 유관 기관의 대응 태도를 묻자 오 팀장은 "ESG 가이드라인은 다 있지만, 이게 실제 사업을 추진할 때 의사결정에 내실 있게 반영할 만큼 제도화, 규범화가 전혀 돼 있지 않다"며 "'수익성이 괜찮네. 우리 기업이 진출하네. 뭐 이런, 이런, 안전 장치들이 있네. 기후 변화? 일단은 적도 원칙(환경·사회 가이드라인 일종)이 있고, 다른 데서 괜찮다고 하네.' 정도의 판단으로 투자 결정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단적인 예가 2021년 3월 발생한 '팔마사태'다. 카부델가두 팔마에 대량 살상 사태가 일어나기 불과 두 달 전, 한국수출입은행이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확정했다. 분쟁이 3년 넘게 이어지던 때였다. 오 팀장은 이 사실 자체가 인권 실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분쟁이 심화되고 있고, 영국·네덜란드는 이런 이유로 공적금융기관이 지원을 철회했다"며 "국회의원실 등을 통해 기관들의 답변을 간접적으로 접하는데,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만 보인다. 큰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오 팀장은 한국 공적 금융기관도 천연가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과소 산정하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천연가스의 추출부터 운송, 최종 소비 단계까지 발생하는 '스코프 3(Scope 3)' 배출량을 제외한 채, 가스 생산 시설의 배출량(Scope 1, 2)만을 기준으로 기후 영향을 평가하는 건 왜곡이라는 점에서다. 스코프 3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고 분석된다.
그는 "영국, 브라질 등지에서는 이미 스코프 3 배출량을 반영하지 않은 가스전 사업의 인허가를 취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됐고 한국이 파리협정도 비준했음에도, 정작 개별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투자 제한 원칙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도적 대안 중 하나로 공급망 온실가스(Scope 3) 산정을 의무화하고, 환경영향 실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현재 석탄 산업에만 적용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을 화석연료 전체에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쉽게 말해 '환경·사회적인 측면에서 윤리 규범을 위반한 기업엔 돈을 빌려주지 않는' 방식이다.
또 인권실사의 내실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팀장은 "국내 공적금융기관은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이행 권고를 수용해 2019년 내부에 인권경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므로, 모잠비크 프로젝트에 대한 인권영향평가 또한 실시해야 한다"며 "사업 관련 인권영향평가를 다루는 '공공기관 사업 인권영향 평가 가이드라인'에 부합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지난 5년 한국 공적금융 기관의 가스 투자 변화는?
2021년 한국은 공적금융기관이 석유·천연가스 사업 투자 1위 국가로 꼽혔다. 2018~2020년 3년 간 약 33조원의 공적 금융을 석유·가스 수출 사업에 지원했다. 미국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CI)이 2021년 10월 발간한 'G20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 보고서' 내용이다.
지난 5년 간 석유·천연가스 사업 금융 지원 현황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프레시안>이 기후솔루션이 보유한 2020~2024년 한국 공적금융기관 에너지 분야 금융 지원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여전히 지원금은 천연가스 분야에 치중돼있고 뚜렷한 감소세도 확인되지 않았다. 대상 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이다.
2020~2024년 전체 에너지 자원 별 금융 지원 건수를 보면, 전체 489건 중 천연가스가 385개로 78.7%를 차지한다. 석유 31건까지 합하면, 화석연료 비중은 85%다. 금액을 보면, 천연가스가 44조 9162억 원가량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10조 7234억 원인 석유다.
석유·천연가스 사업만 뽑아 연도별로 정리해보면, 증감 추세는 보이지 않는다. 금융 지원 건수와 금액 모두 2022년 대폭 증가했다. 신규 계약 건수 159건, 총 금융 지원 규모는 약 22조 2300억 원이다. 2023년엔 65건으로 감소했다가, 2024년에 다시 103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기관별 석유·천연가스 사업 지원 현황을 봐도, 뚜렷한 증감 추세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2년 신규 지원 건수 80건에 9조6800억 원 가량을 지원했다. 2023년엔 25건으로 줄어들었지만, 2024년 64건으로 대폭 늘었다. 5년 간 총 지원 건수는 237건, 총 금액은 30조 891억 원가량이다.
한국산업은행도 2020년부터 2년 동안 계속 증가해 202년 57건, 7조 2000억 원가량을 기록했다. 이어 2년 동안은 꾸준히 감소했다. 2024년엔 18건, 1조 7400억 원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22~2023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엔 9건으로 최고 건수를 보였고, 금액으로는 2023년 4조 300억 원가량을 기록했다. 2024년엔 다시 감소해 5건, 2조8400억 원가량을 기록했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