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통해 깨달은 존재의 유한함… 김영미 개인전 ‘마음의 기후’ 개막

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사직동 '공간풀숲'…회화·드로잉 등 40여점 선봬

전북 출신의 중견 화가인 김영미 작가의 개인전 ‘마음의 기후’가 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직동 ‘공간풀숲’에서 마련된다.

이번 전시는 재단법인 숲과나눔(이사장 장재연)의 2026년 첫 기획전으로 입춘인 4일에 맞춰 개막한다. 전시에는 인간을 주제로 오랜 기간 작업해온 김영미 작가의 회화와 드로잉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

‘마음의 기후’는 작가가 치매를 앓은 어머니를 15년간 직접 돌보며 깨달은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관계의 본질을 담은 연작 ‘인간풍경’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산책하며타자를 돌보는 행위 속에서 자기 돌봄과 사회적 책임의 윤리를 되새긴다.

김 작가는 이번 작업에 대해 “인체를 그린다는 행위는 단지 형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알기 위한 회화적 사유의 행위”라며 “나는 유전되지 않는 삶을 선택했지만, 그림 속 인체들은 내가 남긴 흔적으로 존재하며, 누군가에게 감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숨겨진 초상, 116.5*91cm, oil on canvas, 2025년 ⓒ

그는 이어 “삶의 이면에 감춰진 고요한 외침과 진실의 울림을 그리고 싶다. 인간의 본질은 뼈와 살을 넘는 곳에 존재하며, 나는 그곳을 그림으로 더듬는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의 작품 세계는 회화적 언어로 사라짐을 기록하는 일종의 ‘기억의 예술’이다. 작품의 화면은 바람에 흩날리는 잊혀지는 이름들의 합창처럼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면 고요한 색의 바다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그 안에는 수천, 수만의 인간 존재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작가의 그림은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얼굴들의 별자리로 이루어진 기억의 천체다. 이 얼굴들은 단지 인간이 아니라 살아내지 못한 말, 지워진 감정, 유전되지 않은 삶의 잔여물들이다.

김 작가는 생물학적 계승을 거부한 자리에서 회화를 통해 존재의 또 다른 언어를 직조한다. 물려주지 않은 생 대신, 붓과 물감의 흔적으로 남은 회화는 그녀가 삶을 사랑하고 질문했다는 증거로 남는다.

▲숨. 메디치블루, 54.3*78.3cm, mixed media, 2025년 ⓒ

청록과 자홍빛으로 겹겹이 물든 군상들은 감정의 입자이자 침묵의 이야기들이다. 중심에 희미하게 자리한 형상은 작가 자신이거나, 그녀가 마주했던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 김 작가의 작업은 소멸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욱 선명하다. 그는 “인간은 유전이 아니라 흔적으로 남는다”는 명제를 그림으로 증명한다.

전시에는 숭고한 인체 회화 ‘인간풍경’ 연작과 더불어 생생한 드로잉 작품이 함께 소개된다. 인간 형상을 빠르게 포착한 드로잉에서는 작가가 40여 년간 다져온 필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루 다섯 시간 이상 꾸준히 인체를 그려온 그는, 신체의 움직임 속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다.

주요 작품인 ‘위대한 Mom’은 이태 전 고인이 된 어머니를 향한 오랜 그리움을 담아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인물 형상은 어머니의 생애 속 인연을 응축한 듯하며, 추상과 구상이 교차하는 화면은 작가가 말하는 ‘생생회화(生生繪畵)’의 본질을 보여준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풀숲’은 (재)숲과나눔이 운영하는 환경·예술·문화 복합공간으로, 환경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사회적 담론을 예술로 확장하는 《기록과 기억-함께사는길 30년》, 《두 개의 바다》, 《흑산, 멀고 짙고》 등의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왔다.

전시 관람 시간 매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며 매주 일·월요일과 설 연휴 2월 15~18일은 휴관한다. 전시 오프닝은 4일 오후 5시이고 아티스트 톡은 21일 오후 4시에 마련된다.

전북 김제출신으로 원광대와 홍익대 대학원(MFA)을 졸업한 김영미 작가는 뉴욕과 룩셈부르크, 상하이 등에서 개인전과 공동 초대전 등 약 40여 차례의 전시를 가져왔다.

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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