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쟁부가 새로운 국방전략(NDS)을 발표한 직후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정책차관이 한국과 일본 방문 길에 오른 가운데, 한국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지출하는 등 '모범 동맹'의 모습을 강조했지만 일본은 방위력 증강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6일 한국을 찾은 콜비 차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전쟁부 정책차관으로서 첫 해외 순방지로 대한민국을 방문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 대한민국은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지출하는 세계적 기준을 충족하기로 약속했으며, 국가방위전략에 부합하게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자국 방위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화해 온 모범적인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콜비 차관은 이날 오전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남에서도 이러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부는 "콜비 차관은 한국이 모범동맹으로서 자체 국방력 강화 등을 통해 한반도 방위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평가하고, 양국 정상간 주요 합의사항이 속도감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美 전쟁부로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모범 동맹국(model ally)인 대한민국과의 국방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콜비 차관이 평택에 위치한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를 방문한 이후 27일부터 일본 방문을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는 방위비를 GDP의 3.5%까지 올리는 데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일본 관방장관은 26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증액할 것을 권고한 미 NDS에 대해 "방위력 개발은 일본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며, 중요한 것은 국방력의 양이 아니라 내용"이라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기히라 관방장관은 "국가안보전략을 포함한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할 때 방위력의 내용과 국방비 수준을 포함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3대 안보문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 등으로, 지난 2022년 12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2027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2%로 늘린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작업을 거친 바 있다.
다카아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 취임 이후 일본은 이들 문서의 개정을 다시 한 번 예고했는데, 이 계기에 국방비 인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영자지인 <재팬타임스>는 일본 방위성을 인용, 16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이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과 만나 9조 엔(약 580억 달러)이 넘는 일본의 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고이즈미 방위상이 올해 말까지 3대 핵심 안보 문서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면서 "이 재검토를 통해 새로운 국방비 지출 목표가 확정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정부의 국방비 상승 압박을 피하기 위해 다카이치 총리는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이번 회계연도(2025년) 말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며 "그러나 백악관은 더 많은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며 동맹국들에게 GDP의 5%라는 '국제적 기준'을 달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고이즈미 방위상은 헤그세스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지출액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첫 대면 회담 때와 마찬가지"라며 "미 전쟁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일본이 모든 분야와 역량에서 방위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환영하며, 미국은 이러한 노력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일본의 국방비 증액을 약속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일본의 노력에 대해 평가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요구대로 국방비 증액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핵잠수함 건조와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 등을 강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26일 보도자료에서 "(한미) 양측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협력이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군 주도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한미 군사동맹을 한층 격상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며,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안규백 장관은 한국군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구현하기 위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전작권 전환의 조건 충족을 가속화하기 위한 로드맵 발전 등 전작권 전환을 위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외교부 역시 "조 장관은 핵추진 잠수함 협력이 한국의 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동맹에도 기여하는 협력임을 상기하고, 양국 실무차원에서 본격적인 협의를 통해 구체 이행방안을 도출해나갈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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