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명분?…장동혁의 '빈손' 단식 "얻은 게 없다"

당내서도 朴 방문에 '물음표'…잠시 미룬 '尹어게인·한동훈' 갈등 재현 가능성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이제 멈추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계기로 단식을 끝냈다. 여당에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8일째 되는 날이다.

급작스럽게 시작한 단식의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 온 장 대표는 결국 특검과 관련해 여당으로부터 어떠한 호응도 끌어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단식을 마쳤다. 국민의힘 소속 상임고문,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줄지은 방문과 만류에도 요지부동이던 장 대표에게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설득은 단식을 종료할 수 있는 명분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단식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말했고, 장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곧바로 답했다. 오전 11시 20분경 찾아온 박 전 대통령은 약 4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장 대표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식적으로 단식을 해제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장 대표는 병원으로 향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더 길고 큰 싸움을 위해서 오늘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 본관 안까지 들어온 건 지난 2016년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처음으로, 약 10년 만이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방문으로 장 대표가 단식을 푼 모양새에 평가가 엇갈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더 이상 단식을 할 수 없어 병원으로 실려 가거나, 여당에서 퇴로를 열어주면 단식을 그만두는 경우는 있는데 누가 와서 '그만두시라'고 해 '알겠습니다'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만류로 단식을 그만둘 계획이었다면 박 전 대통령보다는 다른 사람이 낫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불명예' 파면으로 대중에게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인, 그러나 강성 당원에게는 소구력이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단식을 종료했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단식은 결국 '강성 지지층 결집'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장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지난 15일은 한동훈 전 대표 징계 문제로 당의 분위기가 혼란스러웠을 때다. 미루고 미루다 발표한 '쇄신안'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대한 말이 담기지 않아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도 꾸준히 요구받던 시기였다.

여러 우려에도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겠다 밝히지 않고, '한 전 대표 징계 필요성'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은 장 대표는 결국 내부 갈등을 하나도 해소하지 못한 채 농성에 돌입했다. 대여 투쟁보다는 내홍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성 단식'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최근 선수를 가리지 않고 한 전 대표 징계에 대해 우려를 표하던 의원총회는 장 대표 단식에 대한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바뀌었고, 장 대표가 곡기를 끊고 누워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은 '민감한 현안'을 꺼내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계파색이 옅은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는 쌍특검을 얻어내기 위해서 단식했는데, 명목으로 내걸었던 걸로 얻은 게 없다. 그 점에 있어서 당원이나 국민이 냉정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수진영에 있는 인사들이 단식을 지지하는 하나의 부수적인 효과, 딱 거기까지다. (보수진영 전체를) 결집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단식", "황교안 전 대표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잇따른다. 일시적으로는 내부 갈등을 수그러지게 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장 대표 복귀와 동시에 당내 갈등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단식을 폄하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힘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단식이었다. 명분이 없는 단식은 강성 지지자만 보고한 정치였다"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 내란을 보는 관점, 부정선거론, 그리고 '윤어게인' 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이걸 바꾸지 않으면 갈등은 재현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 단식에 이은 대여 투쟁 계획 마련을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제자리인 '쌍특검' 협상은 원내지도부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 원내대표는 오후 예방한 홍익표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에게 "청와대에서 전향적으로 잘 검토해 달라"며 특검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홍 수석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빠른 시일 내에 (장 대표) 병원에 한 번 방문할 것을 저에게 말씀하셨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상의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병문안을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홍 수석은 "국민의힘의 여러 주장에 대해 저희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특검, 국정조사와 관련된 내용은 국회에서 여야가 먼저 잘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여드레째 단식 농성 중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국회 로텐더홀 단식 농성장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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