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절망한 이란 시민의 반정부 시위와 이에 대한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폭증하고 있다. 사망자가 수백·수천명에 달하고 "시체 위에 시체가 쌓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사태도 끔찍하지만 이 비극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도 가늠할 수 없다.
이번 시위는 이란 시민이 작년 12월 28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통화 가치 폭락과 물가 급등으로 대표되는 경제난에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상인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시위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그 원인은 깊고도 넓다.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에 휘청이던 이란 경제는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으로 불리는 핵합의가 타결되면서 회생의 기회가 생기는 듯했다. 그런데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일방적 탈퇴를 비판하면서 대이란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데에 거리를 두면서 이란 경제에도 조금이나마 숨통이 틔였었다.
그런데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의 주인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미국은 "최대의 압박"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묵인하는가 하면 "한밤의 망치"라는 작전명으로 전략폭격기를 대거 동원해 이란 핵시설에 공습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민생을 포함한 이란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는 결정이 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년 만에 이란 제재를 복원키로 한 것이다. 이러한 결의는 이미 도탄에 빠져 있던 이란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일례로 작년 9월 28일 이란의 화폐인 리알은 달러당 112만 리알까지 폭락했는데, 이는 2015년 이란 핵합의 당시에 비해 3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었다.
이란은 중국에 저가로 석유를 수출해 경제제재의 여파를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었다. 최근 리알화가 폭락을 거듭해 달러당 150만 리알을 넘나들고 있고, 2025년 9월 대비 전체 소비자 물가가 40% 이상 오른 것이다. 특히 이란 시민의 주식인 쌀, 양고기, 각종 채소와 식용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이는 리알화 가치 급락과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란 정부의 보조금 정책 축소로 수입가격이 대폭 오른 데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사이의 인명을 경시한 '신경전'은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트럼프는 1월 초에 이란 시위대를 향해 "자유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며 반정부 시위를 부추겼다. 그러자 하메네이는 "일부 폭도들이 거리를 파괴하며 다른 나라 대통령을 기쁘게 하고 있다"며 시위대와 트럼프를 직격했다.
트럼프는 이란 시민의 반정부 시위를 하메네이 신정체제를 붕괴시키거나 굴복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그럴수록 하메네이는 미국의 직간적인 개입을 '미국의 선동에 의해 폭동이 일어난 것'이라며 무력을 동원한 강경 진압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로 인해 이란 시민의 피해가 커지면 트럼프는 이란 정권을 "세게 때릴 것"이라고 위협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이란인들이 겪고 있는 참상도 끊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제한과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의 완화·해제를 골자로 하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협상 재개가 이뤄지면, 이란의 인도적 위기와 유혈 사태를 수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때마침 트럼프는 11일 저녁(미국시간)에 "이란이 협상을 하자고 어제 연락해왔다"며, 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로서는 강력한 경제제재와 "한밤의 망치", 그리고 무력 개입 위협 등 "최대의 압박"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인식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미국이 승리감에 도취돼 이란에 사실상의 항복을 요구하면, 협상은 또 다시 난항을 겪게 되고 이란인의 고통의 끝도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합의 당사자인 유럽연합과 중국·러시아는 물론이고 중동의 여러 나라도 강력한 중재외교에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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