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방중, 한중관계 '해빙기' 불러올까

[분석] 사드 이후 얼어붙은 관계…李 천명한 "전면 복원" 가능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첫 순방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나란히 붉은 넥타이를 멘 두 정상은 90분간의 정상회의부터 국빈만찬까지 4시간 여 동안 공식행사를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은 2026년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중 관계 발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오늘 이 자리가 경주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한중관계의 전면 복원이라는 역사적 흐름이 더욱 견고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방중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지 약 6년 1개월만이고, 국빈방문으로는 8년만이다. 시 주석이 경주 APEC 때인 11월 1일 방한한 뒤 약 2달만의 한중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서 시 주석과 함께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싶다"고 한중관계 회복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을 비롯해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연합뉴스

천안문 망루에 올랐던 박근혜, 그리고 사드 배치 이후의 한한령

한중관계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전과 이후로 나눌만큼 양국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오를 정도로 중국에 협력적인 제스처를 보였으나, 탄핵을 앞두고 갑자기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사드 배치 이전 중국과 한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를 발전시켜오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다음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당선자 시절 특사는 오히려 중국에 먼저 보낼 정도로 중국과 가깝게 지냈다.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천안문 망루에 시 주석과 함께 올랐던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중국과의 우호관계에 정점을 보여줬다. 당시 시 주석은 "한중은 역대 최고 우호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두 나라는 어려움을 함께 한 친구(患難之交)"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이 이어지고 사실상 북한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의 태도와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탄핵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상황이 맞물리며 속전속결로 사드배치를 강행했다. 한·미는 사드 배치를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으나, 중국은 미국이 한국 영토 내에 대중국 전략무기를 배치했다고 반발했다.

사드배치 이후 한중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한한령으로 인해 문화교류가 끊겼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큰 압박을 가하며 전방위적인 보복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제2의 한국전쟁과 동북 3성 무력 증강론, 사드 포대 공습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정점에 올랐던 한중 우호관계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2017년 말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방어망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내세워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그리고 그 해 12월 중국을 첫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당시부터 한중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던 사드를 수도권에 추가 배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가치 외교'를 표방하며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한 반면, 한중관계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중관계는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지난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왼쪽부터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P=연합뉴스

韓·中 관계 개선에 공감대 있지만…전문가 "한중을 둘러싼 미중 관계가 경쟁적으로 변화"

이 대통령은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 발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에서의 첫 일성으로 "오늘이 더 깊고 넓은 한중 관계 발전을 향해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한중 관계가 기존에 부족한 부분들을 다 채우고 다시 정상을 복구하길 바란다"고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번 방중에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11월 경주 APEC정상회의 계기로 한국을 찾아 약 95분간 한중 정상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2014년 7월에 방한해 줬고, 그 이후 11년 만에 국빈으로 방한해줬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환영한 바 있다. 시 주석도 "양자 관계 및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 대통령과 깊이 있게 의견 교환할 용의가 있다"고 한중관계 발전의 의지를 보였다.

이날 두 정상의 만남에서도 역시 우호적 관계 개선으로의 공감대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에서 수평적 호혜 협력을 이어가며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한한령 해제에 대한 희망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시 주석도 "친구이자 이웃으로서 중한은 자주 교류하고 소통해야 한다"며 "중국은 한국과 함께 우호 협력의 방향을 굳건히 수호하고 호혜 상생의 취지를 견지하면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건강한 궤도로 발전하는 것을 추구할 것"이라고 우호적 협력 관계로의 발전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시 주석은 "양국은 확고히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간의 전면적인 관계 복원 흐름을 공고히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가 한중 양국의 중요한 외교 자산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더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어 "한중 관계 전면 복원에 걸맞게 양국 정상이 매년 만남 이어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양국 외교안보 당국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대화 채널 복원해 양국 간 정치적 신뢰 튼튼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양측은 혐한, 혐중정서 대처를 위해 공동 노력하자는데에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서는 유화적인 대화 분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위 실장은 "여전히 중국은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시인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날 대화 중에서 가볍게 우스개처럼 '그게(한한령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대화도 있었다"며 "한한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어떻게 되느냐는 점치기 어렵지만 서로 실무협의를 통해 점진적, 단계적 접근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양측 모두가 수용 가능한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문화콘텐츠 교류를 확대해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바둑이나 축구 분야 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화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여타 드라마 영화 등은 실무부서 협의 하에 진전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양 정상의 관계 개선 노력이 있었음에도, 현재 두 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 변화로 인해 "한중관계 전면 복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한중 관계는 사드 이전으로 돌아가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먼저, 한중을 둘러싼 미중 관계가 이전의 전략적 협력관계에서 전략적 경쟁관계로 바뀐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사드배치 이전에는 협력적인 관계였다면, 지금은 트럼프 정부 이후 급속하게 냉각되며 경쟁적인 관계가 되었기 때문에 한중을 둘러싼 세계 질서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대북정책 역시 사드 이전에는 중국과 한국이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면, 사드 배치 이후의 시기에는 중국도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했다"며 "또한 중국과의 관계 역시 전략적 협력과 보완적인 관계보다 경쟁적인 관계로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사드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렵지만 서로에게 적대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확인하는 관계로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 대통령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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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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