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북극항로 정책’이 부울경의 기회가 되려면…

[기고] 환상과 실재 사이의 균형적 전략론

2026년 이재명 정부는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함께 '북극항로(NSR) 시범운항 및 상업화'를 국정과제로 확정하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새로운 경제 부흥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고 '남부권 경제수도'를 구축하려는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이다. 본고는 이러한 정치적 결단이 가져올 기회요인을 적극 수용하되, 기후 리스크와 지정학적 한계라는 현실적 데이터에 기반한 고도화된 이행 전략의 필요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국가 균형발전의 승부수, '해양수도 부산'과 북극항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북극항로 담론은 단순한 해운 가설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실천적 동력으로 격상되었다. 가덕도 신공항, 해수부 부산 이전, 그리고 북극항로를 잇는 '육·해·공 트라이포트' 전략은 부울경 지역을 단순한 변방이 아닌 글로벌 물류의 종착지이자 출발지로 재정의하고 있다. 정부가 선포한 '2026년 부산-로테르담 시범 운항'은 그 상징적 신호탄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의지가 실질적인 지역 경제 부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북극항로의 특수성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울경의 경제 부흥 기회: 항로를 넘어 산업 생태계로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은 부울경 지역에 전례 없는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북극항로가 가진 경제적 편익은 단순히 '거리 단축'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주력 산업인 조선·항만·금융의 동시 도약을 의미한다.

조선·기자재 산업의 고도화: 정부의 내빙선 건조 기술 국산화 및 차세대 쇄빙선 지원 정책은 경남과 울산 조선 벨트의 고부가가치화를 가속한다.

해양 서비스 플랫폼 구축: 부산에 신설될 해사전문법원과 해운·물류 R&D 센터는 북극항로 운항에 필수적인 특수 보험, 금융, 안전 관제 기술의 집적을 가능케 한다.

현실적 제약 조건: '지름길' 담론의 데이터적 분해

정부의 담론적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실제 해운 현장의 정량적 데이터는 여전히 엄중한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자원 수송 편중과 정시성 문제: 2025년 기준 북극항로 물동량의 대다수는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이다. 컨테이너 정기선이 요구하는 정시성(Schedule Reliability) 확보를 위해서는 연간 운항 가능 기간(현재 약 4개월)의 획기적 연장과 쇄빙선 동반 비용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규모의 경제 한계: 북극해의 얕은 수심(12~15m)으로 인해 2만 TEU급 초대형 선박의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부산항이 기대하는 '대량 환적' 모델에 구조적 제약을 가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후 역설의 관리

북극항로는 기술적 통로이기 이전에 정치적 통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는 지점이기도 하다.

러시아 통제권과 안보 변수: 북극항로의 상당 부분은 러시아의 사실상 내해로서, 러시아-중국-북한 간의 지정학적 밀착이 심화될수록 우리 해운사의 자율권은 제한될 수 있다.

기후 변화의 부메랑: 항로 개항의 근거인 북극 해빙 감소는 남부권 항만의 해수면 상승 및 기상 이변(슈퍼 태풍 등) 비용을 수반한다. 북극항로 활용이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모순적 상황에 대한 '그린 해운'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책적 제언: 속도가 아닌 '조건부 전략'으로의 전환

이재명 정부의 북극항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빨리 가는 항로'라는 수사에서 벗어나 다음과 같은 구체적 대응이 필요하다.

플랫폼 공급자 전략: 부산을 단순한 '항로 관문'이 아닌, 극지 해양 기술(Polar Tech)과 금융·법률을 수출하는 '지식 기반 해양 플랫폼'으로 육성해야 한다.

리스크 분산형 다변화: 북극항로를 수에즈 항로의 대체재가 아닌, 특정 화물(자원, 특수 화물)과 특정 시기에 특화된 '보완재'로 설정하여 해운사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환경 표준 선점: IMO 규제보다 앞선 친환경 선박 기준을 적용해 북극항로 운항의 도덕적·경제적 명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부울경의 미래는 '정확한 계산' 위에 있다

이재명 정부의 북극항로 개척 의지는 부울경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강력한 모멘텀이다. 하지만 그 성공 여부는 정책의 요란함이 아니라,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물리적 한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Design)하느냐에 달려 있다.

진정한 지름길은 거리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정치적 허상에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현실에 기반한 기술적·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데 있다. 부울경은 이제 정부의 비전 위에 '냉정한 계산기'를 올려두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똑똑한 북극 항로 활용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경향신문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3일 개청한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에서 북극항로 추진단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