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통합, 부자들만을 위한 도시 만들기?

[홍명교 칼럼] 졸속 통합 추진, 지역을 '자본의 식민지'로 헌납하나

설 연휴를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5극3특' 행정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높은 지지율에 취했는지, 내용과 형식 모두 엉망인 채로 이뤄지고 있고, 한창 눈에 불을 켜고 싸우던 여야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다. 의아하지만, 내내 적대하던 여야도 이렇게 화목할 때가 있다. 그들이 지지 기반으로 삼는 토호 자본가들과 정치적 이해타산에 모두 맞을 때 이렇게 행동한다.

숙고와 토론 없는 속도전

이번 '속도전'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방정부를 독촉하고,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를 압박하며 전면화됐다. 시민들에겐 대체 뭐가 바뀌는지 숙고할 시간도 없었다. 지난 12월 15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5극3특'의 방향이 구체화됐고, 이후 한 달여 만에 주마간산 격으로 속도전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특별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다. 2월 4일까지 행정통합 법안들이 졸속으로 올라오더니, 2월 9일 입법공청회를 열고, 10~12일 법안소위를 연 후, 12일 밤 늦게 의결해버렸다. 노동, 교육, 보건, 기후에너지 등 다양한 상임위원회의 검토가 필요한 방대한 법안을 행안위에서 열흘 만에 처리해버린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문제제기와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정적 문제는 이 법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시간조차 없었다는 데 있다. 6월 지방선거 전에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가이드라인'에 맞추다 보니, 정작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정책 설계는 생략됐다. 통합이 가져올 부작용이나 법안 안의 독소 조항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시도민의 의견수렴 과정도 완전히 누락됐다. 대통령과 총리 등 상층부의 로드맵에 따라 추진될 뿐, 정작 주인공인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의사를 묻는 과정은 형식적이거나 전무했다.

노동권의 삭제

법안들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이 처리 방식보다 더 심각하다. 특히, 특정 구역을 노동권 예외지대로 설정하려는 노골적 시도가 담겨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의 제231조 글로벌미래특구(이하 '특구') 지정절차를 보면, 특구에서는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특례조항'을 담고 있다. 그러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예외범위도 확대되고, 유급휴일도 무급화된다. 고령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고용 의무 역시 피할 수 있다. 이는 전남광주통합법안에서의 'AI·반도체 메가클러스터/투자진흥지구', 충남대전통합법안에서의 '투자진흥지구'와 명칭만 다를 뿐 알맹이는 거의 복사한 수준이다.

이런 원리로 통합특별시장은 자의적으로 노동법의 예외 지역을 양산할 수 있게 된다. 신공항이나 신도시, 항만, 산업단지, 그밖에 통합특별시장이 지정·고시하는 지역을 모두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통합시장이 원하면 모든 곳을 노동법 사각지대로 정할 수 있다. 자본을 끌어오기 위해서라면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 인간다운 삶 따위는 버려져도 무방하다고 보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이런 '합법 착취'가 가능해지면 어딘들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을까?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은 근로감독 권한을 비롯한 고용노동 관련 사무도 이전받는다고 정하고 있다. 굳이 왜 그래야 할까? 근로감독 권한이 이전되면, 고용노동부는 법에 따라 노동권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를 기각하고, 통합특별시는 투자를 유치한 이후 의도적으로 기업의 노동법 위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제노동기구(ILO)는 81호 협약에서 "근로감독은 중앙 당국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대놓고 위반하려 한다.

안 그래도 비수도권 지역의 노동권이나 일자리는 수도권에 비해 취약하고, 적지 않은 청년 노동자들은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 서울로 향한다. 한데 '5극3특'의 예외지대 설정은 이런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지역을 위하고 청년을 위한다면서, 지역에서의 삶의 조건을 추락시키기 때문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지역의 행정통합을 위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신정훈 위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 공공성의 해체

앞서 언급했다시피 행정통합특별법안들은 통합시장이 지정한 곳에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상 특례를 적용한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구역에선 외국의료기관(영리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 제주도민들이 힘겨운 투쟁으로 막아낸 바 있는 영리병원의 도입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자본의 이윤을 위해 지역의 의료 시스템을 영리화의 시험대로 삼는 것이다.

대구경북특별법안 제306조(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관한 특례)는 표면적으로는 '공공의료 확충'을 내세우지만, 잘 살펴보면 독소 조항을 품고 있다. 해당 조항 제7항은 '공공기관 외의 출자자(영리기업)'가 공공기관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여 종합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이어야 한다는 기존 의료법의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민간 자본이 공공의 이름 뒤에 숨어 의료 수익을 배당받거나 사유화할 수 있는 통로를 제도화한 것이다.

또한 법안은 병원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통합특별시 조례를 통해 대폭 확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의료법이 병원의 부대사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는 병원이 본연의 치료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별법은 이를 '조례'의 영역으로 넘긴다. 지역 토호 자본의 영향에서 쉽게 좌지우지되는 지역의회 특성상 매우 손쉽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리병원들은 쇼핑몰, 숙박업 같은 수익 사업에 열을 올리게 된다. 병원의 수익 구조를 환자 치료가 아닌 부대사업에 종속시키고, 결국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고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의 관리·감독 및 각종 인허가권도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통합특별시장에게 이양된다. 의료는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보편적 권리이고, 국민건강보험 체계라는 공적 안전망 속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한데 대구경북통합 특별법안처럼 권한이 특별시장에게 집중되고 특례가 남발되면, 공공의료 가이드라인은 무력화된다. 영리적 성격이 커진 병원들이 늘어날수록 공적 건강보험의 통제력은 약해질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와 의료비 폭등이라는 부익부 빈익빈의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특례 조치는 주민의 필요가 아닌 '의료 자본의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다. 수익이 나지 않는 농어촌의 필수 병원은 효율성을 이유로 방치하거나 폐쇄하면서, 특구에는 화려한 영리 시설을 짓는 것은 지역 내 의료 양극화를 야기할 것이다.

돈 있는 자들만의 도시 만들기

행정통합특별법은 부익부 빈익빈마저 초래한다. 앞서 확인했듯 특별법은 근로시간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제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데, 이는 자본에게는 비용 절감의 기회를 주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굴레를 씌운다. 고소득 전문직이나 수도권 중심의 자본가들은 특례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는 반면, 지역에서 불안정하게 일하는 대다수 노동자는 법의 보호막이 제거된 상태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자본 소득과 노동 소득 간의 격차를 극심하게 벌린다.

대기업에는 법인세 감면과 부지 무상 임대 등 파격적인 혜택이 돌아가지만, 정작 그로 인한 세수 부족은 지역민의 복지 예산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본은 더 큰 이윤을 얻고, 지역에는 '질 나쁜 일자리'와 파괴된 생태계만 남는 수탈의 메커니즘이 완성된다.

행정통합은 메가시티라는 거대 경제권을 지향하지만, 그 내부에서는 자원이 특정 거점으로만 쏠리는 공간적 불평등을 심화한다. 광역철도나 신공항 같은 거대 SOC 사업은 통합특별시의 중심지를 수도권과 연결하는 데 집중되고, 이 과정에서 중심지는 자본과 인구가 모여 부를 축적한다. 그러나 광역 지자체 내의 소외된 시·군 지역은 인프라 예산에서 밀려날 것이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앞세운 행정은 인구가 적은 주변부의 버스 노선을 줄이고 응급실을 폐쇄한다. 이는 주민들을 물리적으로 쫓아내지 않더라도, 삶을 지속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스스로 떠나게 만들며, 지역 간 격차를 부익부 빈익빈으로 고착화한다.

경제특구는 자본이 이윤율 저하를 막기 위해 특정 지역을 한시적인 투기장으로 활용하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전략이다. 발생하는 이윤은 외부 자본이 가져가고, 환경 파괴와 사회적 비용은 지역 주민이 떠안게 된다. 이를 '지역의 식민화'말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자신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공간을 재조정한다. 복지국가모델이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을 목표로 삼았다면, 신자유주의 모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권한을 거점 도시와 경제특구 등으로 재배치한다. 국토 전체에 적용되던 보편적 법과 규제를 특정 지역(특구)에서만 해제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행정 권력은 자본의 요구에 따라 기능을 여러 조각(파편)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공간적 재편은 지역을 단순히 '식민화'하는 것을 넘어, 국가가 자본 축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토를 선별하고 분절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는 보편적 시민권을 보장하던 법 질서를 해체하고, 특정 지역을 노동·환경 규제가 유예되는 예외 지대로 설정함으로써 자본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한다. 이런 기준에서 지역은 주민의 삶이 영위되는 유기적 터전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대체 혹은 폐기 가능한 파편으로 전락한다. 따라서 특별법을 통한 행정통합과 특구 지정은 지방 소멸의 해법이 아니다. 스케일을 하향 조정해 자본의 수탈을 제도화하고 공공성을 외주화한 신자유주의적 통치 기획의 필연적 산물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후퇴에 맞서

졸속 입법을 앞둔 행정통합특별법안들은 하나같이 행정 권한을 특별시장에게 집중시키고, 지방정부와 자본의 결탁을 강화한다. 반면, 지역민의 목소리는 더욱 멀어진다. 실제 주민투표 없는 통합 추진과 250여 개의 권한이 단체장에게 집중되는 구조는 '제왕적 소통령'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권력이 집중될수록 자본의 요구는 '밀실 행정'을 통해 빠르게 반영되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요구는 발전의 걸림돌로 취급되어 철저히 소외된다.

이 때문에 행정통합특별법은 '지방 살리기'라는 수사 뒤에서 지역 내부 자원을 자본과 거점 중심으로 재편하는 '자본의 전략'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필연적으로 이는 주변부와 노동자에게는 빈곤과 권리 박탈로 이어진다.

권한이 지역 거점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지방분권), 실상은 민주적 통제권의 약화로 드러난다. 더구나 특구 운영은 주민에 의해 선출된 의회가 아니라 임명된 기구나 기업이 관여된 거버넌스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민권'보다 기업의 '투자권'이 훨씬 우선시된다. 이는 행정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약화를 불러올 것이다.

지역 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 현상을 넘어, 필수 공공 인프라가 특정 공간에서 철수하거나 해체되는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를 가리킨다. 이는 단순히 사람이 떠나서 지역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료·교통·교육과 같은 생존의 조건들이 수익성이라는 자본의 논리에 밀려 사라지면서 평범한 시민들이 삶을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공간 재편 과정에서 국가는 거점 도시에만 자원을 집중하고 소외된 지역의 공적 책임을 방기한다.

결국 '지역 소멸'이라는 공포 담론은 자본의 시공간적 고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교묘한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단순히 행정 구역을 물리적으로 통합하고 공공성을 해체해 자본을 위한 공간으로 재편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중심 발전주의로부터 외면받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적 권리를 회복하는 '지역 정의'의 실현이어야 한다. 즉, 지역사회 위기의 대안은 오직 사회공공성 강화 뿐이다. 자본의 수탈을 위해 설계된 졸속적이고 반민주적인 '예외지대'(5극3특 행정통합)를 거부하고, 주민이 주인이 되어 삶의 필요를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적 통제를 복원해야 한다.

▲행정통합안 의결을 앞두고 국회를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가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실에서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행안위원들과 면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교

사회운동이 마주한 곤경을 실천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플랫폼C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동아시아 사회운동과 교류·연대하고 있고,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고 있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와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를 썼고, 역서로는 <고양이 행성의 기록>,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공동역서로 <아이폰을 위해 죽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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