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중국과 이웃한 것은 좋은 일이자 행운"…중일 갈등 속 日군국주의 부활 경계도

심포지엄 기조연설서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에 국제질서 도전하는 일본, 결코 용납할 수 없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이웃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자 행운이라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왕이 부장은 중국 수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2025년 국제 형세와 중국 외교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은 이웃 국가들과 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대신 선린 우호 관계를 추구하고, 세력권 확장을 추구하기보다는 공동 운명 공동체를 건설하며, 일방적인 결정보다는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왕이 부장은 "주변 환경의 새로운 국면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은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중국과 주변 국가들과의 교류는 운명공동체 구축을 가속화하는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었다. 중국과 이웃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자 행운이며, 중국의 주변 지역은 화목한 이웃 관계와 우호 협력의 모범 지역이라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왕이 부장의 발언과는 달리 중국은 최근 이웃 국가인 일본과 격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러한 중일 갈등의 원인이 일본 현 지도부의 태도와 발언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는 중국 인민 항일 전쟁 승리 80주년이자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이 되는 해"라며 "전 세계가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이 특별한 해에 중국을 침략했던 일본은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 깊이 반성하기는커녕, 현 지도부가 중국의 영토 주권과 제2차 세계 대전의 역사적 결론 및 전후 국제 질서에 공개적으로 도전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이 부장은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와 비극의 되풀이를 원치 않는 모든 사람들은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라며 "우리는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에 대해 각별히 경계해야 하며, 피로써 쟁취한 제2차 세계 대전 승리의 결실을 단호히 지켜내고, 어렵게 얻은 평화와 안정을 효과적으로 수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앞서 지난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의 비상사태가 '존립위기상태'에 해당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존립위기상태'는 지난 2015년 아베 신조 총리 재임 당시 일본 의회가 제정한 안보 관련법에 명시된 개념으로,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본과 밀접한 다른 국가가 공격을 받아 일본의 영토가 국민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여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대만 유사시에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왕이 부장은 이날 연설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 핵심 이익"이라며 "'대만 독립' 세력의 지속적인 도발과 미국의 대규모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해 우리는 단호히 반대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법에 따라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는 것을 포함하는, 우리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역사적 과업"이라며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 함께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만을 중국 영토로 인정할 뿐만 아니라 모든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중국의 통일 사업을 지지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막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필연적으로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중국 수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2025년 국제 형세와 중국 외교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왕이 부장은 미국과 관계에 대해 "중미 협력은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대립은 양측 모두에게 해롭다. 오만한 태도는 지속 가능한 길이 아니며, 말과 행동의 불일치는 용납할 수 없다"라며 "중미는 평등, 존중, 그리고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각자의 우려 사항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두 강대국이 공존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은 모든 국가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고 다자 무역 체제를 훼손한다"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공정성과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이 부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중미 관계가 부침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안정세를 이룩했으며, 이는 양국 국민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부응하는 것"이라며 "중미 관계는 더욱 견고해져 높은 수준의 안정적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왕이 부장은 "우리는 이번 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다른 당사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이를 옹호해 왔다"라며 "이제 협상의 창이 열렸고, 평화의 새벽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중국은 앞으로도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할 용의가 있으며,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유럽에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포괄적이고 지속적이며 구속력 있는 평화 협정이 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를 공격하려 했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에 대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분쟁 확산 방지, 적대 행위 확대 방지, 도발 자제라는 원칙을 준수하여 상황을 완화하고 정치적 해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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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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