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16세 청소년 A 군이 한 살 터울 선배 B(17) 군의 잔혹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난 8월 19일 경북 안동시 안기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군에게 여러 차례 폭행·협박·공갈·감금 등을 가한 혐의를 받는 B군을 지난달 21일 구속기소 했다.
당시 A군은 할머니와 함께 살며 배달 일로 생계를 이어 오던 조손가정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해 줬었다.
사건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A군의 개인 사정으로 인한 단순 변사로 판단했지만, 장례식장에서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친구 9명의 증언이 나오자 재수사를 시작했다.
가해자 B군은 지난 7월에 중고로 산 70만 원짜리 125cc 오토바이를 피해자 A 군에게 140만 원에 강매했다.
그러나 가진 돈이 70만 원밖에 없던 A군은 잔금 70만원을 치킨배달 아르바이트 등으로 벌어 갚았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아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고 그때 마다 B군은 '연체료' 명목으로 추가 금전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제때 안 갚으면 죽인다”고 협박까지 하며 주먹과 발길질을 이어갔다.
A군이 매일 하루 일당 전액이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 B군에게 가져다 건넨 돈이 한 달 새 무려 500만 원에 달했다.
A군은 숨지기 이틀 전인 8월 17일 누군가의 신고로 무면허 운전이 적발돼 경찰에 유일한 벌이 수단이었던 오토바이를 압류당했고, 이에 B군에게 돈을 가져다줄 방법이 없어진 A 군은 B군의 보복이 두려워 결국 8월 19일 새벽,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에게 미안하다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A군이 숨진 날 새벽 가해자 B군은 경찰서에 압류돼 보관 중이던 오토바이를 찾아 다른 이에게 170만 원을 받고 팔아치운 파렴치함도 드러났다. B군은 오토바이를 A군에게 판매했지만, 명의는 이전해 주지 않아 B군이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군의 휴대전화 포렌식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혐의를 입증했으며,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소년범인 B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으로 방치된 10대 두 소년의 갈등이 결국 죽음과 구속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법조인은 “보호 체계 밖에 놓인 청소년들 사이의 갈등과 폭력에 사회가 제때 개입하지 못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학교 폭력의 연장으로 보며, 통제선을 넘어 선 청소년 방치가 성인 범죄를 모방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A군이 자퇴한 학교의 관계자는 “현재 일부 고등학생들의 의식 수준과 탈선 양상은 이미 성인 범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번 사건 역시 단순히 방치된 두 청소년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조직적 범죄를 모방하는 흐름의 일부로 확산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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