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문제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진행한 업무보고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내부 검토가 있었느냐"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먼저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국회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내리는 법안이 나와 있다. 찬반이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진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도 이 대통령은 원민경 장관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원 장관이 "청소년은 보호와 성장의 개념으로 보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숙고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자,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의견을 정 장관에게 다시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각종 범죄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가장 심각한 것이 마약범죄, 성범죄인데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게 필요하지 않나. 단순한 교육만으로 어렵지 않나"고 했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이 대통령은 "결론을 내기 어려운 것 같다"며 "검토해서 국무회의에서 의논해 보면 좋겠다. 의제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한국 생리대 제품 가격이 높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성평등가족부에 개선 방안을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주병기 공정위원장에게 "우리나라 생리대가 그렇게 비싸다고 한다"며 말을 뗐다.
이에 주 위원장이 "조사를 안해봤다. 살펴보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독과점이어서 그런지, 다른 나라보다 약 39%가 비싸다고 한다. 뭐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며 조사를 당부했다.
이어진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도 이 대통령은 "한국 생리대가 비싼 건 맞는 것 같다.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왜 비싼 건가"라고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독과점 업체의) 점유율이 높고, 친환경 유기농 제품이 많아서 가격이 높아졌다"며 "판매할 때는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데 제조, 유통 단계에서는 붙기 때문에 면세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기업이 과한 것 같다. 독점적 지위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개인이 (해외) 직구를 많이 할 정도면 부당하게 가격이 형성됐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생리대 제품을) 관세없이 수입하도록 해서 실질적인 경쟁을 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초국가범죄 태스크포스(TF)'에서 함께 다룰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성착취 촬영물의 온상으로 범람하는 온라인 사이트 문제를 언급하며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원 장관이 "사이트에서 70% 정도가 불법촬영물인 것이 확인돼야 차단이 된다고 한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사이트 안에 범죄적인 내용이 있으면 전체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고 했다.
그러면서 70% 기준을 정한 방심위 방침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방심위 쪽에 얘기해서 일부라도 차단 요청을 하고 안 되면 전체를 차단하는 것으로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마약, 보이스피싱, 스캠, 도박 등을 담당하는 초국가범죄 TF에 이 문제도 하나 추가하자"며 "디지털 성착취 촬영물과 저작권 문제도 같이 하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뒤에도 임신 중지 약물이 허용되지 않은 데 대해 "시중에선 실제로 팔고 사고 먹고 다 하지 않나"면서 "현장에선 많이 쓰고 있는데 정부는 방치하는 상태"라고 했다.
국회 입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식약처는 법률적 문제가 선결되지 않아 허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에 이 대통령은 "제일 큰 반대 입장이 어디인가? 종교계인가? 국회도 쉽게 정하지 못하는 게 그래서인가"라고 물으며 "계속 고민을 해보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교제폭력 문제를 언급하며 "사회적 논란이 심해지고 대응해야 한다"면서 "여성들이 매우 불안해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국회와 협의해서 (법적 정비에) 속도를 좀 내보라"고 법무부에 주문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물류회사 하청업체 직원이 사무실 냉장고에서 과자를 꺼내 먹어 절도 혐의로 기소된 '초코파이 절도 사건'과 관련해 "초코파이 1000원짜리는 왜 기소했나"고 대검찰청에 묻기도 했다.
이에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피해자가 처벌 희망을 했었고, 화해 없이 끝까지 가다 보니 기소가 이뤄졌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권한을 행사하는 계기가 됐고 경미한 부분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동물 학대 금지와 반려동물 보호 지원 등 사무를 담당하는 동물복지원을 만들자고 하니 누군가가 그것을 어디에다 둘 것이냐고 하더라"며 적절한 소관 부처를 물었다.
그러면서 "농림축산식품부에 둬야 한다고 하니 누군가가 '아니다, 복지니까 복지부에 둬야 한다'고 하더라"며 "일부에선 '반려 식구를 어떻게 복지부에 두나. 성평등가족부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원민경 장관이 "저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개념으로까지 확장해 생각하는 국민이 많이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만들면 받아줄 생각이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원 장관은 "국민이 원한다면 해야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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